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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대림특강2: 그리스도인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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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3 ㅣ No.129

명동성당 대림특강 (2) 그리스도인의 기다림


욕심 버리면 이미 와 계신 주님을 만나리라

 

 

성경에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나온다. 하느님은 노아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것을 홍수로 쓸어버리셨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전하려는 핵심은 결코 비극적인 홍수 이야기가 아니다. 하느님은 이 사건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계신다. 노아는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늘 깨어 있어라"고 말씀하신다.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촉구하시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겪은 첫 번째 시련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은 노아의 가족에게 희망을 보여주셨다. 홍수로 살 수 없게 된 땅이 하느님 축복으로 물이 빠지자 다시 살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보여주신다.

 

 

노아의 방주는 희망의 메시지

 

하느님은 언제나 인간이 알아듣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오신다. 갓난아이에게 "사랑한다"거나 "엄마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 줄 알아?"하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아이는 안아주고 보살펴주고, 젖을 먹여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이가 자라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하느님은 우리가 알아듣고 행동하도록 기다려주시고 여백을 주시는 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바로 욕심 때문이다. 인간은 허영과 욕심 때문에 부패한 세상을 만들고야 만다. 하느님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죽을 때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도 자신의 죽음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러니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모진 종살이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 때문이었다. 신앙과 믿음을 지키고 기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와 결부되면 더 심각해진다. 목숨은 하나뿐인데, 믿음의 실체인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영원한 삶을 주겠다는 하느님 말씀 또한 미래 지향적이기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주님께서 너희를 찾아오신다"는 것이 희망이다. 인간 역사는 심판을 받고나면 새 세상이 오고, 이후 다시 사람들 욕심으로 악이 가득 차게 된다. 역사의 부침과 일련의 사건들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과정이 반복되는 중에 이스라엘 백성은 최종적인 희망을 얻는다. 메시아(구세주)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메시아로서 하느님 아들로 오셨다. 이미 모든 희망이 성취된 상황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야고보서 5장에서는 "참고 기다리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통해 희망을 현실로, 온전히 우리 것으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다만, 우리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것은 '죽음'이다.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도 하느님께서 죽음을 만드셨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분 모시려면 마음 비워내야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물고 살아계시게 해야 한다. 우리에게 오지 않으신 하느님을 다시 오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신 분, 늘 우리 곁에 함께 하시는 분을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은 실제 역사적으로 오신 예수님,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오신 분이다. 2000년 전에 오신 분이 지금도 영향을 주신다. 또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체를 모심으로써 예수님이 내 안에 오시게 된다. 우리가 예수님을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우리 안에 계신다. 예수님이 곁에 계시지만 못 알아보는 게 문제다.

 

아울러 예수님은 인류 역사 마지막에 오시는 분이다. 그리스도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는 게 인류 역사다. 그리스도는 모든 이를 위한 구원자이며, 천주교 신자만의 구원자가 아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아는 이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모든 이와 더불어 살아야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대림시기는 하느님을 맞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늘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한다.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란 주님이 내 안에 딱 버티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언제나 만나려고 기다리신다. 하지만 예수님이 우리에게 머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때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장 미워하는 이들 안에 그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0년 12월 12일, 안병철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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