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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너무나 평범한 나… 직장이나 구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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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7 ㅣ No.289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0)



질문) 너무나 평범한 나… 직장이나 구할 수 있을지

저는 뭐든 깊게 파고들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심지어 게임이나 운동조차도 일정선 이상은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방면에서 1등을, 아니 우수한 성적을 거둬본 적이 없어요. 정말 평범하게 살았죠. 남들 눈에 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그런 제 삶에 별로 불만도 없었습니다. 다만 요즘 들어 내가 과연 쓸모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력서를 내려고 봐도 마땅한 곳이 없고, 자소서를 쓸 때도 나 같은 사람을 뽑을 리가 없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답변) 가진 능력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감 키우기를

우선 등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는 한국 학교 시스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귀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세상에는 1등도 필요하지만, 꼴등도, 또 평범하게 중간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남들 눈에 띄지 않아도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같이 천재가 아니면 사는 이유가 없다고 믿고 산다면 그런 세상은 참으로 우울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뛰어난 천재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하거나, 탁월한 리더를 위해 추종자들이 희생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천재와 리더들이 보다 더 겸손하게 봉사해야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지요. 경쟁 지상주의, 뭐든 돈으로 환산되는 물질 지상주의에 살면서 이미 충분히 훌륭한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이들이 많은 사회는 분명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이런 잘못된 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물론 정부가 바뀌고, 리더들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각자가 자존감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평범한 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력서를 내려고 봐도 마땅한 곳이 없고 자소서를 쓸 것도 없다는 것은 뭐든 부정적으로 비관적으로 보는 습관 때문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세상은 분명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더 많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귀하와 같은 이들이 할 일이 더 많다고 봅니다.

길이 없다고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작은 길이라도 먼저 만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길은 점점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만든 조용한 오솔길도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면 커다란 신작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봅니다. 히말라야 같은 산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 집 뒷동산의 작은 언덕이 어쩌면 내 인생에는 훨씬 더 중요하고 쓸모가 있지 않는가요.

다시 우리 생활로 돌아와 보죠. 많은 사람들이 그럴듯한 스펙을 쌓으면 좋은 직장이 보장되고, 집안이 좋으면 행복한 생활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 생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정신과 의사들은 전혀 동감할 수 없는 믿음들입니다. 실제 기업에서는 화려한 스펙만 자랑하고, 성실함과 헌신이 없는 젊은이들을 가려내려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뽑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나, 금수저들이 돈으로 자녀들을 조종해서 통째로 무력화시키는 부모들 때문에 얼마나 바보같이 인생을 낭비하는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인생의 진실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은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지 않고, 겉으로는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미리부터 자신감을 잃어버리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특히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젊은 시기에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시킬 의욕은 꺾어 버리고 자포자기한다면, 건강한 젊은이의 패기만 놓쳐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어쩌면 기회도 정의롭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젊은이들이 패기를 갖고,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의 취직이나 결혼 문제가, 어쩌면 기성세대들이 우선 먹고사는데 급급해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은 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와 닿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 더 이를 악물고 한 번 이 세상과 한판 승부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2월 27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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