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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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가족들이 퇴직 가장인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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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258

[묻고 답하고] 가족들이 퇴직 가장인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묻고 : 저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고 올해 초 퇴직한 50대 가장입니다. 늘 바쁘고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이제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에 있는 것을 가족들이 싫어합니다. 아내는 밥 차리는 일이 귀찮다고 이야기하고, 딸과 아들은 제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잔소리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사회에서 소외된 것 같아 자신감도 떨어지는데, 가족들이 저만 따돌리는 것 같아 맘이 무겁고 화가 납니다.


답하고 : 형제님과 같은 우리 시대 50대 가장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가족이 먹고 살았고, 자녀들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삼식이(하루 세끼를 다 차려달라고 하는) 신세가 되니 소외감과 서운함에 화도 나시겠지요. 그러나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온 가장들을 바라보는 가족의 눈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의 입장을 공감하면서도 서운함과 함께, 가족에게 소홀했던 만큼 보상하고 속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형제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의 마음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이 모든 어려움을 떠안는 역할을 맡아왔으니 말입니다.

어린 아이는 아빠에게 함께 놀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늘 바쁜 아빠는 지금은 안 되지만 언젠간 시간이 될 거라고 늘 다음으로 미루지요. 시간이 흘러 ‘얘야, 시간 있니?’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아이는 ‘지금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고 모임도 가야하고 할 일이 많아 바쁘지만, 언젠간 시간이 될 거예요’라고 대답합니다.

서로가 상대의 표현에 익숙하지 않기에 오해는 더 커집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1.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희생했다는 생각을 잊고 가족들이 그동안 날 얼마나 그리워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2. 가족 안에서 가장이 제일 높은 위치에서 차지하는 수직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고, 부인이나 아이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준 후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소통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진지한 대화보다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공감대를 찾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3. 언제나 내편이어야 할 아내와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겠지요? 술 한잔하면서 혹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쑥스럽거나 상황이 안 될 때는 이 글을 아내가 볼 수 있는 곳에 펴놓는 것도 좋겠네요. 안 해 보던 설거지도 한 번 해보고, 밥상도 차려보고, 닭살 돋는 애정 표현도 쑥스럽지만 파격적일 수 있겠지요. 아내하고만 잘 되도 아이들은 변화를 눈치 챌 것입니다. 4.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쉬는 가운데에서도 무엇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셉 성인의 보호나 가장으로서의 희생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성가정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족은 가장에게 고마워하고, 가장을 믿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서로 그동안 표현을 안 해서 어색한 거지요. 이제는 맘껏 표현하고 사랑하십시오. 이 동영상(http://youtu.be/q9thHz2-JKs)이 마음을 울리네요.

[외침, 2014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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