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기도] 기도와 끓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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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49

기도와 끓는 물

 

 

수도자 보시무스는 수도원장 아르세니우스에게 와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 기도를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르세니우스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부시무스가 대답했다.

 

"젊었을 때만 해도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더없이 포근해지곤 했습니다. 마음속에 어떤 불같은 것이 타올라 깊은 위로를 맛보곤 한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추어 기도를 드려도 무미건조하고 황량할 뿐입니다."

 

수도원장 아르세니우스는 아무 말 없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물주전자를 불 위에 얹었다. 그리고 물이 끓기 시작하자 잔에다 얼마간 따라서 보시무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끓는 물을 들이켜 보시오."

 

보시무스는 마셔 보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직도 펄펄 끓고 있는 물을 어떻게 마신다는 말입니까?"

 

아르세니우스가 대꾸했다.

 

"기도도 그와 같아요. 초심자의 기도란 항상 위안이라는 열기가 배어 있어 뜨거운 물과 같답니다. 당신이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없듯이 하느님 역시 초심자들의 기도는 제대로 들이키시지 못합니다. 초심자들은 하느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위안 때문에 기도를 드리니까요."

 

"다정하신 원장님,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보시무스가 진지하게 물었다. 수도원장 아르세니우스가 대답했다.

 

"끓는 물은 식혀야 하듯이, 기도 역시 건조기를 거치면서 식도록 놓아 두어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같은 상태에서 기도를 계속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기도는 하느님께 더 없는 기쁨이 되리라 믿습니다."

 

펄펄 끓던 물이 충분히 식자 수도원장 아르세니우스는 물잔을 보시무스에게 주었고, 보시무스는 그 잔을 마시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 원장 앞을 물러 나왔다.

 

[앤드류 마리아,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성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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