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역사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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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06 ㅣ No.770

[레지오 영성] 역사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

 

 

인천교구 바다의 별 레지아 소속 모든 평의회 단원들은 지난 5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레지오 마리애 설립 100주년과 인천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서 연초부터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교구의 노력으로 ‘교구의 역사 정리’를 강조하셨습니다. 교구의 60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며,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희망해보는 노력이 교구의 내적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지향이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2021년, 전 세계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 지향과도 합치했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우리 레지오 마리애는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인천교구는 과거 교구청 사제관으로 사용되던 곳을 개선하여 ‘교구 역사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 가까운 교구청 강당에 ‘인천 바다의 별 레지아’의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평의회는 흩어진 자료들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평의회가 언제 설립되었는지, 또한 어떠한 일이 있었고, 누가 간부로 봉사했고 등의 세세한 내용들을 찾고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3일 동안 전시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교구의 많은 레지오 마리애의 단원들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전시장을 찾아주셨고,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주교님께서도 방문하셔서 레지오의 역사를 바라보시며 레지오와 맺은 서로의 인연들을 나누곤 했습니다.

 

분주했던 3일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쳐있던 우리였지만 조심스럽게 준비된 행사 속에서 교회를 찾아오는 신자들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주어진 활동으로 기뻐하시는 간부님들에게는 그 시간이 3일 만의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짧게는 행사 실무를 준비해야 했던 며칠 앞선 시간부터, 나아가 이 ‘기념의 해’가 계획되기 시작했던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시간이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작년 겨울도 아니었습니다. 1957년, 교구 주교좌 성당인 답동성당에는 성모님의 군대로 기도하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자 모인 이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기도는 오늘의 인천교구 설정 60주년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60년을 거슬러, 100년 전부터 하느님 나라를 향한 분주함은 시작되었습니다. 1921년 아일랜드에서 가난한 환자들을 방문하고 봉사하고자 모인 이들로부터 시작된 분주함은 성모님의 군대로서 1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3일이 100년의 시간을 기억하듯, 앞으로의 날들은 오늘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게 하고 또, 미래를 희망하며 현재를 살게 하는 역사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현재를 살기 위해 먼저 우리는 역사를 존중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 각자가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맺은 영성적인 노력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의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둠의 바다 속을 지날 때 성모님께서는 등대의 빛과 같은 별이 되어 우리가 예수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과거의 화려했던 레지오 마리애의 시간에 대한 그리움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우리는 역사를 한계 속에 가두어버리는 것입니다. 많은 것이 변화된 코로나 시기 속에서도 현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가꾸어 나가는 각자의 영성은 역사의 현재를 이뤄주고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의 각 신비가 우리 각자의 역사 안에 개입하고 실현됨을 믿어야

 

하느님은 우리를 역사 속에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그리스도인의 하느님은 인간 역사 안에 들어오시어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를 향해 오시며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의 깊은 곳에까지 함께하시고자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서 우리 곁에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걸으시며(루카 24,15) 우리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떠나보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24,28). 비록 빵을 쪼개실 때 그분을 알아 뵐 수 있었던 우리이지만(24,31), 우리는 그 빵을 통해 생명을 얻고 세상에 그 생명을 꽃피울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모든 상황이 변화되었고 레지오 마리애도 활력을 잃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지금도 역사를 살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입니다. 그 역사가 기억되고 기록되고 나아가 역사를 희망할 수 있음은 ‘지금’, 그 역사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입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는 묵주기도를 바치며, 묵주의 기도가 울려 퍼질 때마다 그 신비가 우리 각자의 역사 안에 개입되고 실현됨을 믿으며 삶을 가꾸어 나가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100년의 레지오 마리애 역사를 넘어, 전 인류의 역사를 시작하시고 가꾸시며 계획하시는 하느님께 우리를 내어 맡길 때, 그분께서는 척박해 보이고 황량해 보이는 이 시기에도, 당신의 생명을 아름다운 장미 다발로 엮어내실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분께 바치는 영광과 찬미의 역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0월호, 명형진 시몬 신부(인천교구 선교사목부 부국장, 인천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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