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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퍼즐풀이로서의 과학, 그 두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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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ㅣ No.491 [과학칼럼] 퍼즐풀이로서의 과학, 그 두 번째 이야기
퍼즐 풀이처럼 과학은 정해진 규칙과 확실한 ‘답’을 갖고 있습니다. 규칙과 답이 있다면 그것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할 수 있지만, 과학자의 작업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학이라는 도구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실제 자연 현상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는 직관과 통찰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실험 모델을 세우는 능력과 창의성, 그리고 실험 데이터를 치밀하고도 정직하게 분석해내는 고도의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과학자는 이 모두를, 타고난 ‘과학자로서의 적성’과 더불어 오랜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게 됩니다.
하나의 퍼즐을 능숙하게 풀 줄 아는 아이가 다른 퍼즐을 찾아 도전하는 것처럼, 과학자도 ‘과학자로서’ 한 가지 문제를 능숙하게 풀게 되면 다른 문제들을 찾아 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이라는 퍼즐 풀이의 마스터가 되어갑니다.
이 마스터는 보통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 마련이지만, 종종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그러한 퍼즐 풀이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데, 왜냐하면 그 퍼즐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생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몇몇 예외가 있지만, 그 마스터는 대중의 인정이나 명성을 크게 갈망하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그는 퍼즐 풀이 자체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습니다. 어려운 퍼즐을 풀어낸 ‘짜릿함’은 과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의 원천입니다. 같은 과학자 그룹에 속해 있는 동료들의 인정과 찬사는 일종의 덤이지요.
하지만 때로 이 퍼즐 풀이의 전문가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지기도 합니다. 노벨상과 같은 큰 상을 받을 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과학자가 풀어낸 퍼즐의 답이 현실에서 실제적인 그 무엇으로 구현될 때 대중은 경이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게 됩니다.
자연 현상들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시작된 과학이라는 퍼즐 풀이는 어느 순간 현실적인 기술과 결합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인류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알고 과학기술의 열매를 맛본 인류는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커다란 유명세와 힘을 갖게 되었고, 과학이란 이름은 대체 불가한 권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과학자는 본래 명예나 영향력이 아니라 퍼즐 풀이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초연함이 그로 하여금 퍼즐 풀이에 집중하고 몰두하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술과 결합된 과학의 힘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제 과학자에게 명성과 힘을 자발적으로 가져다 바칠 뿐 아니라, 온갖 지식과 가르침을 그에게 청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이라는, 그중에도 자신이 전공한 지극히 좁은 분야의 퍼즐 풀이에만 익숙한 이 전문가는 처음엔 이러한 대중의 요구 앞에 당황해합니다. 그러다 결국 자신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원래의 ‘초연한’ 과학자로 남아 정직하게 퍼즐 풀이에만 전념할 것인가, 아니면 과학을 찬양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환상을 마치 진짜인 양 받아들여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의 영역을 넘는 온갖 것을 말하고 ‘가르침’을 펼 것인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첫 번째 길을 택합니다. 하지만 몇몇은 두 번째 길로 나아가는데, 바로 거기서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흔히 과학과 신앙의 갈등이라 일컫는 잘못된 방식의 ‘충돌’도 그 중 하나입니다.
[2023년 7월 2일(가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서울주보 6면, 조동원 안토니오 신부(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 교수)] 0 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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