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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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서에 쓰인 왜곡된 장애인 용어들 순화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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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1-03-05 ㅣ No.195

  사람은 말씀을 지닌 존재이다. 사회의 비인간화가 우선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듯, 언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이다. 그만큼 언어표현은 중요한 것이다. 기실 대부분의 사회적 차별에는 언어적 폭력이 수반된다. 왜냐면 사람은 그 마음속의 것을 반드시 내뱉게 마련(마태 12,33)이니 인권은 말씀이란 옷을 통해 일차적으로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 수준도 결국 관련용어를 살펴보면 가름할 수 있고, 그것은 교회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특히 교회 언어의 텍스트라 할 수 있는 성서는 바로 그 바로메터이다. 한데 한글번역 성서에는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표현들이나 용어들이 다반사로 사용되고 있다. 소경 벙어리 절름발이 귀머거리 불구자 곰배팔이 애꾸눈 앉은뱅이 등등. 이 말들은 현재 일반사회에서도 거의 용도폐기된 그야말로 저속하고도 보편성 없는 용어들이며, 무엇보다 공생활에서 만난 무수한 장애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참사랑을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왜곡시킬 위험이 높다. 솔직히 말해 복음을 읽으며 듣기에도 거북하고 어색한 이런 표현을 접할 때마다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곤혹스러움을 느껴 왔었다. 이러한 표현들이 엄연히 성서 속에 번역어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교회의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얼마만큼 인지를 반증해 주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대한성서공회에서 개신교의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개정판’을 내면서 장애인 관련 용어들을 전면 순화시킨 것은 반갑고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이번 개정판에선 기존의 문둥병을 나병, 소경을 맹인, 벙어리를 말 못하는 사람으로 바꾸었으며, 지체장애인에 대한 단어 역시 난쟁이를 키 못 자란 사람, 절뚝발이를 다리 저는 자, 불구자를 장애인, 앉은뱅이를 못 걷는 사람, 병신을 몸 불편한 사람으로 각각 개정했다고 한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상에 명시된 용어들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장애유형 용어들이 漢字語인 까닭에 국민들이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말 못하는 사람’’못 듣는 사람’ 등으로 뜻을 풀어쓰도록 했다고 한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것이 자신이 지닌 장애 자체보다도 오히려 사회가 지닌 편견과 차별의식 같은 인식의 문제임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을 존중해 주는 합당한 용어를 찾아가는 작업은 인식을 바꾸는 데 있어 선결과제이다. 부디 이런 작업이 가톨릭 교회 내에서도 하루 빨리 이뤄져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통합사회의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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