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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복음화는 내용 · 새로운 복음화는 방법에 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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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30 ㅣ No.280

복음화는 내용 · 새로운 복음화는 방법에 관한 물음


새로운 열정 · 방식 · 표현으로 복음화

 

 

오는 10월 시작되는 신앙의 해를 앞두고 '새로운 복음화(New Evangelization)'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새로운 복음화는 1990년대 접어들어 교회 사명의 핵심 개념으로 정착된 용어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의 해(10월 11일~2013년 11월 24일)를 선포한 취지는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확립해 신앙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힘차게 나가자는 것이다. 10월 7일 로마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 역시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이다. 따라서 선교 → 복음화 → 새로운 복음화로 이어지는 용어의 변천과정을 통해 이 개념부터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선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복음으로 선포하는 것이 본질이기에 본성상 선교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하지만 선교 개념은 16세기 식민지 선교 역사에서 그 의미가 축소, 왜곡돼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됐다. 당시 선교는 식민지 확장을 꾀하는 제국주의와 결합돼 유럽 문화를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등 비유럽권에 이식(移植)하는 일과 동일시되었다.

 

따라서 선교 의미가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 가르침을 선포해 그들을 그리스도교파로 속하게 하는 양적 확장을 뜻하게 됐다. 이처럼 축소, 왜곡된 개념의 바탕에는 서구교회의 일방적이면서도 우월적인 자세가 깔려 있다.

 

 

복음화

 

이런 인식에 기초해 1960년대 처음 교계 안에 등장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공식적으로 수록되면서 범교회적으로 사용된 용어가 복음화이다. 축소된 선교 개념을 수렴한 복음화는 빠른 속도로 교회의 본질적 활동을 뜻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복음화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교황 바오로 6세 교서 「현대의 복음선교」 17항)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하느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생활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逆轉)시키고 바로 잡는 것"(18ㆍ19항) 까지 포함한다.

 

특히 여기에는 신자와 교회 자신의 복음화도 내포돼 있다.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교회 자체가 복음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교회로서 참신한 활력과 힘을 보유하려면 교회 자신이 언제나 복음화되어 있어야 한다."(15항)

 

 

새로운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는 1980년대부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다. 내용적으로는 복음화 개념을 포함하지만, 그 기능 혹은 방식은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3년 라틴아메리카 복음 전래 500주년을 기념하는 라틴아메리카 주교 정기총회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은 전통적 그리스도교 대륙인 유럽과 라틴아메리카가 급격한 사회 변동의 영향으로 종교적 무관심과 세속주의에 빠져드는 현실을 직시했다. 교황은 이전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 사명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은 새로운 복음화의 모토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또 1988년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때가 왔다"며 그 확신에 찬 어조로 새로운 복음화를 피력했다. '선교 대헌장'이라 불리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에서도 새로운 복음화를 주도적 키워드로 내세웠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박선용 신부는 "새로운 복음화는 본질(복음화)을 포함하면서도 동시에 본질을 담기 위한 형식 내지 방식에 더 중점을 둔 개념"이라며 "곧 복음화는 내용(what)에 관한 물음이고, 새로운 복음화는 방법(how)에 관한 물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앙의 해와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하느님 백성들이 '새로운 열정, 방식, 표현'으로 21세기 복음화 대장정에 나서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신문, 2012년 7월 1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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