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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배움터: 반복하는 것이 왜 지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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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5 ㅣ No.769

[기도 배움터] 반복하는 것이 왜 지루하지요?

 

 

어렸을 때 저녁마다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했던 기도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엄마 아빠를 따라 묵주기도를 바치고, 벽에 붙어 있던 가정을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자녀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이젠 다 끝났나 보다 하면 아버지께서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고 하시면서 연도책을 집어들기도 하셨습니다. 졸다 따라하다를 반복하면서 힘겹게 했던 그 가족기도가 정말 그립습니다.

 

초등학생 때 복사를 하면서 친구집에 놀러가면 열심인 친구 엄마가 놀고 있는 우리를 붙잡아 놓고 우리와 함께 묵주기도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놀아야 되는데 친구 엄마는 글쎄 우리를 데리고 묵주기도를 5단씩이나 바치셨고, 친구와 저는 다리도 저리고 지루해서 몸을 비비꼬며 어쩔 줄 몰라 했는데 그 시간도 참 그립습니다. 이런 시간이 그 친구와 제가 사제가 되어 생활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겠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볼 것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묵주기도입니다. 사실 기도에 대한 글을 써 달라고 하면서 신자분들이 기도하자고 하면 묵주기도만 하시는데 여기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속으로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묵주기도에 대해서도 꼭 나누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가 묵주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부터 연세가 많으신 노인분들까지 어디서나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아주 대중적인 이 기도는 그야말로 축복이지요. 모두가 할 수 있는 기도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그런 기도는 아닙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기도로 묵주기도를 꼽기도 하셨고, 묵주기도에 대한 교서인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내기도 하셨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함께 묵주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소중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임스 마틴 신부님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라는 책에서 자신의 영적지도 신부님이신 도노반 신부님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떤 눈으로 묵주기도를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도노반 신부님이 찾아갔을 때, 어머니는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오랜시간 영적지도 경험을 쌓은 뒤라서 어머니가 즐겨 바치는 기도의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진짜 기도를 가르쳐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왜 묵주기도를 바치세요?”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난 항상 묵주기도를 바치곤 한단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뭔데요?” “글쎄다. 그냥 바치는 게 좋구나.” 도노반 신부님은 더 나은 기도의 방법을 가르쳐드리기 위해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니가 묵주기도를 하실 때 무슨 일이 일어나지요?”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는 하느님을 바라보게 되고, 하느님도 날 보신단다.”』 이 말씀을 듣고 도노반 신부님은 그 자리에서 입을 다물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는 것은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인데, 묵주기도를 통해 이미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계신다면 굳이 다른 것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묵주기도가 자신에게 가장 좋다고 느끼면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기도인 것입니다.

 

이 묵주기도를 어떤 마음으로 바치면 좋을까 하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지요. 요즘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시대에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묵주기도는 그 구성상 성모송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데, 이 부분을 힘들어 하는 분들이 계신가 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묵주기도는 왜 계속해서 성모송을 반복하는가? 이것이 과연 올바른 기도 방법인가?’라고 묻기도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성모송의 반복을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행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한 번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지요. 왜 이렇게 하는가? 성모송의 이러한 반복으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성모송의 반복은 … 그리스도와 완전히 동화되려는 의지를 키웁니다.” 우리는 묵주기도를 통해 예수님께 우리의 사랑을 끊임없이 고백하고, 그럼으로써 예수님을 더욱더 닮으려는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다른 한 가지는 묵주기도가 관상기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기도하면서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입으로 소리를 내서 말하고 있는 기도문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묵상하자고 하는 그 신비의 내용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인가? 로버트 페리시 신부님이 쓰신 관상과 식별이란 책에서 고맙게도 이것에 대한 짧고 명쾌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자신이 드리는 기도문의 말마디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드리는 기도문을 생각하지 않고, 그 기도문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자동으로 반복해서 그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내 손은 묵주알을 굴리고 내 입은 기도문을 외고 있지만, 내 마음은 어느 특정한 신비에 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희의 신비 제4단을 바치고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나는 성전에서 봉헌되는 예수님의 신비를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도문을 외우고 있지만, 나는 예수님의 어머니와 함께 신앙과 사랑의 눈으로 성전에서 그분이 봉헌되는 신비 속에서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예수님을 더욱 깊이 닮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묵상

 

+ 이번 한 달을 지내면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라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쓰신 교서를 읽어봅시다.

 

+ 주님께 끊임없이 사랑을 드리는 마음으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묵주기도를 바치려고 노력합시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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