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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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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2-23 ㅣ No.91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 (2)

 

 

1. 개념 이해의 필요성 

 

지난 호에서 잠시 언급한 바처럼 우리가 보통 “저 사람은 미친 사람이야!”, “저 사람은 정신이상자야!”, 아니면 “저 사람은 정신병 환자야!”라는 말을 쓸 때에 그 구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신이상(精神굋常)’이란 단어에는 ‘정신이 건강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약화되었다.’는 개념과 ‘정신이(엄밀히 말해서 생물학적 뇌의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고 고장 났다.’는 두 가지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귀신이 들려서 미쳤다는 개념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예는 아닐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개념은 상당한 의미 차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개념을 가지고 이러한 사람들을 대하느냐에 따라 그 처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신이 이상한 어떤 사람들을 만났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만일 그들의 이러한 비정상적 정신상태가 정서적 심리적인 불안정 또는 현실에서 견디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사랑과 배려가 더 필요한 관심의 대상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신이 나간 미치광이나 귀신 들린 사람 또는 치매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인격이나 의사 표현을 존중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일 수 있으며, 모두 강제적으로라도 정신병동에 입원시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만 하는 불행한 환자일 뿐 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마땅히 유지하며 따뜻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거나 아니면 마땅히 받아야 할 기본적인 처우를 받지 못해 인간의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적어도 사목자는 정신이상 증세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겠다.

 

 

2. 성격장애, 신경증 그리고 정신병

 

앞서 언급한 건강하지 못한 정신의 범주로 우리는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와 신경증(neurosis)을 들 수 있으며, 기능하지 못하는 정신의 범주에는 정신병(psychosis, 대부분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정신이상의 행동 양상은 이 세 가지로 대변되는데 현대의학에서는 이 세 개념을 어느 정도 구별은 하고 있어도 명확한 경계선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이루지 못하여 사회적 적응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정신병 환자로 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성격장애 정도가 심할 때는 때로 신경증 환자로 구별해 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성격상 문제가 아닌 실제적인 정신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전이 인식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이상에 대한 명확한 범주 구분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정신이상의 증상과 강도는 때에 따라서 어느 한 영역에서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성격장애 가운데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신경증 환자보다 훨씬 더 문제가 심각할 수 있으며, 경계선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와 심한 불안 장애(anxiety disorder) 그리고 정신분열형 성격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등은 정신분열증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에 신경증과 정신분열증 사이에 있는 증상으로 분류 하기도 한다. 한편 심리 환경적으로 문제가 야기된 신경증적 환자가 명확한 뇌의 이상으로 정신분열증의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학자들은 이 세 가지 정신 이상 유형의 경계를 확실히 하지 않고 서로 넘나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순한 성격장애 또는 신경증이냐 아니면 정신병이냐를 엄격하고 명확하게 구별하기보다는 증상의 종류와 정도의 차이가 어디에 더 가까운지를 진단하여 나름대로 치료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는 정신분열증에 대한 확실한 구분이 가능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예외적인 경우 인간 정신이상이 이 세 범주의 영역을 서로 공유하여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학자들의 이론이나 설명은 사실 귀납법적 이론에 따른 통계학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곧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각종 정신이상자들의 임상적 경험들을 종합하여 정신이상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치료 방법 역시 임상적 데이터에 의존하여 이론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환자를 대할 때에 그 환자의 상태를 임상적 통계학에 따라 형성된 이론에 대입시켜 진단하고 그 대처법을 추론하는 형식으로 일차적인 정신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중요한 것은 이렇듯 여러 사람의 임상적 경험으로 종합된 이론이 개개인에게 다시 역으로 적용 될 때는 항상 옳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신분열증에 대해 이해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완벽한 정신분열증에 대한 진단은 아직까지 없다는 사실이다. 곧 정상인에게서도 가끔은 예외적으로 정신분열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항상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면에서 충분히 여러 사항들(뇌 검사, 가족 병력, 유전적 소인, 환경적 소인, 신체적 소인, 심리적 소인, 약물 사용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 개개인은 인간 전체 집단 안에서도 고유하고 독특한 그 자신만의 특징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인식시켜 준다. 이것을 명심하면서 조심스럽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정신이상 현상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3. 정신분열증의 이해

 

1) 정신분열증의 정의와 역사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란 용어는 원래 희랍어‘schizo(분열된, 분리된)’와 ‘phrenia(마음의, 정신의)’의 합성어로서 결국 분열된 정신 또는 마음이란 뜻이다. 이 증상을 성격장애나 신경증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현실 감각(전문적인 용어로는‘현실 검증력’)에 대한 상실을 들 수 있다. 곧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정상적으로 현실에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며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 병의 출현은 고대사회에서부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귀신이나 악령의 작용으로 이해했다. 그 뒤 프랑스 내과의사 필립 피넬(Phillippe Pinel)이 이 병을 뇌의 이상 현상에서 오는 질병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정신분열 환자의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 병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시각이 있는데 그것은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과 스위스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의 견해이다. 크레펠린은 이 병이 주로 청소년기에 발병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 병을 ‘조발성 치매(dementia praecox)’라고 명명하였으며 따라서 이러한 뇌의 기질적 퇴화로 생긴 정신분열증은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이와 같이 정신 분열은 뇌의 기질적 장애이므로 심리적 요소나 환경적 요소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반면에 블로일러는 ‘정신분열증’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여 크레펠린의 ‘조발성 치매’ 개념을 대치했다. 그에 따르면 정신분열 증상은 지성, 감성, 심리, 의지, 행동 등의 여러 기능에서의 장애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정신분열을 이해하려면 뇌의 생물학적 이상뿐 아니라 여러 가정환경과 심리적 상태, 교육이나 훈련을 통한 행동과 사고방식의 변화, 그리고 현실의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두 가지 견해 가운데 일반적인 학자들의 의견은 블로일러의 견해처럼 일차적으로는 뇌의 생물학적 이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리 환경적 요소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사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개 유럽은 크레펠린의 입장을, 미국은 블로일러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왜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정신분열증 진단이 내려지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되기도 한다.

 

2) 정신분열증의 증상과 진단

 

정신분열증은 정상인은 물론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신경증 환자들과도 명백히 구별되는 두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일단 이들은 첫 번째로 자신의 증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고, 둘째로는 현실에 대한 검증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현실세계가 아닌 망상의 세계(자기 고유의 세계)에 빠져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차적으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양성 증상은 환각 (hallucination)과 망상(delusion)이다. 환각 가운데서도 환자들은 특히 환청(auditory hallucination)을 많이 체험하게 되는데, 환청이란 아무런 외적 자극 없이도 누군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두 사람 이상이 환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환청이 일반적인 형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현상이다. 또한 망상 가운데서는 누군가가 자기를 괴롭히거나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피해망상(persecutory delusion)과 자신은 구세주라든가 아니면 위대한 어떤 인물이라는 과대망상(grandiose delusion)을 일반적으로 경험한다.

 

위의 환각과 망상의 주된 증상 외에 언어적 장애로는 상관성 결여(묻는 말에 상관없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가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은 결혼을 하셨습니까?” 하는 물음에 “당신도 나처럼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셨군요.”라고 대답한다. 언뜻 들으면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빨라서 “나는 결혼했다. 그리고 내 아내는 아름답다. 당신도 결혼했다. 그런데 당신의 아내도 아름답다.”란 의미를 함축해서 멋지게 대꾸한 듯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병의 초기에는 아주 가끔 나타나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은 정신분열의 시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점차 횟수가 반복될수록 의심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 외에 일관성 결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말의 앞뒤 문맥이 연결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제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몇 시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식의 말을 한다. 이러한 일관성 결여에 따른 비논리적 문장들은 초기에는 드물게 나타나다가 병이 심각해지면서 점차로 현저하게 인식된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거의가 감정의 표현이 없거나 부적절하게 표현되고, 아니면 아예 무표정 무반응을 나타낸다. 또한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보거나 체험할 때 반대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아예 감정이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또한 감정의 양가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양 극단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체험되는 것이다.

 

또한 의지적으로 결정을 못 내리고 쩔쩔매거나 행동적으로 혼자 중얼거린다든지 아니면 한 가지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있다든지 이유 없는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든지 하는 것이 정신분열증 환자의 양성 증상이라 하겠다. 한편 정신분열 증세의 음성적 증상이 있는데, 이는 일상적인 정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의 무기력, 게으름, 외모에 대한 무관심, 삶의 의욕 상실, 대인 기피증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겉으로 보아 특별한 질병적 요소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기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서 증세가 악화되거나 만성화가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기준으로 1994년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펴낸 DSM-IV(「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4편)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기준으로 정신분열증을 진단하고 있다.

 

① 특징적 증상인 망상, 환각, 혼란된 말과 언어, 긴장성 행동, 그리고 음성 증상 가운데 둘 또는 그 이상이 1개월 중 상당 기간 지속될 때.

 

② 장애가 시작된 뒤 상당 기간 동안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대인관계나 자기관리의 능력이 장애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질 때.

 

③ 위의 현상들이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적어도 이 기간 중에 1개월 동안 ①의 특징적 증상들이 나타날 때.

 

④ 배제사항 : 이러한 증상들이 만일 약물 남용이나 의학적 신경 수술 등과 같은 의학적 조건들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정신분열 증상에서 제외된다.

 

3) 정신분열 증상의 원인

 

현재까지는 정신분열 증상에 대한 정의나 학자들의 진단 기준이 명확히 통일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원인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대로 정신분열증은 일단 두뇌의 질병으로 생겨나고 이러한 생물학적 원인에 유전적 기질과 환경적 요인 그리고 심리 사회적 사건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넓게 이해한다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일단 일차적으로 뇌의 생물학적 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원인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이 말이 뇌의 이상이 정신분열증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뇌의 이상에는 뇌의 구조적 이상보다는 기능적 이상의 원인이 더 중요하다. 정신분열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주의력, 집중력, 인내력, 추상적 사고력, 개념화 능력 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이러한 기능들을 담당하는 전두피질 활동 저하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도파민(dopamine)이나 노르아드레 날린(noradrenaline) 또는 세로토닌(serotonin)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일어난 현상으로 추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는 암페타민(amphetamine)을 다량 복용하면 정신분열 증상인 여러 망상 증상을 체험하게 된다는 실험 결과는 이러한 추론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모든 정신분열증 환자가 도파민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추론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일차적 뇌의 이상은 정신분열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는 요소라는 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동의하고 있지만, 반대로 이것이 모든 환자의 병인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옳은 이론이라고는 할 수 없다.

 

4) 종합

 

지금까지의 설명을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 호에서는 여기서 알아본 정신분열 증상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사례에 적용해 보고, 실질적으로 사목 상담자 편에서 각 사안에 대해 어떤 사목적 배려와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목, 2005년 1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본지 주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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