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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땅끝까지 복음을: 북미주 한인 복음화의 전망을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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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4 ㅣ No.299

[땅끝까지 복음을] 북미주 한인 복음화의 전망을 새롭게

 

 

1903년 1월 13일 아침, 102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태운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습니다. 사탕수수 농장 인부로 이민 온 이들 중에는 56명의 성인남자와 21명의 성인여자 그리고 13명의 어린이와 12명의 유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2년 반 동안 총 7,291명의 ‘이름 없는 선구자’들이 하와이에 도착했고, 문화와 언어, 음식이 다른 새로운 땅에서 이민세대의 뿌리를 내려갔습니다.

 

 

가톨릭 이민 공동체의 역사와 현실

 

한인 가톨릭 이민 공동체 설립 역사는 공동체 설립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2013년 현재 47년가량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 이후 1970년에 최초로 공식 집계된 한인인구는 6만 9,130명이었습니다. 이때가 이민 공동체를 위한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사제파견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후 1980년에 한국인은 35만 3,493명, 1990년에 79만 8,849명, 2000년 인구조사에서 107만 6,872명으로 집계되었고, 2010년엔 142만 3,784명(혼혈 포함한 인구는 170만 6,822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미국 전체인구 가운데 한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0.5%로 늘었습니다.

 

전체 한인 이민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힘입어, 가톨릭 공동체 역시 이 기간 동안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미주 가톨릭교회 아시아계 가톨릭 신자인구 중 4번째로 인구가 많은 그룹으로 성장하였습니다.

 

2011년 현재 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상주사제가 있는 곳이 114개, 공소가 64개로 총 178개이며, 83개의 교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37명(한국 파견 사제 101명, 현지 소속 사제 24명, 비한국인 12명)의 사제들이 공동체 사목을 하고 있으며, 13명이 특수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118명의 수도자 그리고 36명의 종신부제가 한인사목을 돕고 있습니다.

 

한인 이민사회의 인구 증가에 맞추어 함께 성장해 온 가톨릭 공동체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새로운 사목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전체 한인인구가 32.2% 증가하였고, 2세 인구가 50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에는 1.5세와 2세를 합한 인구가 1세 인구를 넘어섰으며, 미국도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유학생 인구가 10만 명이 넘었으며, 전통적인 이민과는 다른 새로운 이주현상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와 언어가 현저히 다른 중국 조선족과 북한 새터민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화 간의 대화(교류)능력을 요구하는 다문화, 다언어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인신자들이 속해있는 이민사회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북미주 복음화를 이루려면 다문화, 다언어 공동체 현실에 초점을 맞춘 이민사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은 한인 공동체 사목을 담당하는 북미주 출신 사제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미주 한인신자 인구의 28%를 현지 출신 사제들이 사목하고 있으며, 점차 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이민사목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북미주 복음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러한 사목적 현실에 적합한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사목’의 비전을 공유하여 이민사목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입니다.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의 탄생과 역할

 

북미주 지역의 한인 공동체가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어감에 따라 사목자들은 북미주 차원의 협의체가 필요함을 인식하여 1983년 8월 9일 ‘북미주사제협의회’를 결성하고, ① 사제 상호 간의 유대, ② 회원들의 영성 향상, ③ 사목상의 연구와 협의, ④ 모국교회와 현지교회 간의 공동유대를 목적으로 공동사목 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하였습니다.

 

회원 공동체의 후원금과 미국 주교회의의 재정지원이 있었으나 회장이 바뀔 때마다 사무실도 함께 옮겨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전임 회장단과 임원 그리고 협의회에 관심을 갖고 후원했던 많은 사제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인 이민사회의 성장에 맞추어 가톨릭 공동체의 성장을 이루는 데 협의회가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사제협의회는 2008년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한국 파견 사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사제협의회의 활동을, 한인을 사목하는(비한국인 사제, 현지 교구와 수도회 출신 사제 등을 포함한) 모든 사제의 협의체로 발전시키자는 목적으로 2008년 5월 22일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로 협의회 체제를 개편한 것입니다.

 

이어 2011년 5월 북미주 지역에 구성되어 있는 9개의 지역사제협의회를 지회로 하고, 지회장을 협의회 당연직 이사로 하여 협의회의 모든 일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였습니다. 이로써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북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사목을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7년 한국 주교회의가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에서 미주판「매일미사」를 발행하도록 결정함으로써 협의회의 재정적 독립이 이루어져,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는 한국 주교회의와 미국 주교회의 간의 중개역할을 담당하며, 지역교회가 한인 공동체에 대한 효율적인 사목적 배려를 제공하는 데 자문역할을 하도록 양국 주교회의에 의해 설립된 유일한 공식 대표기관입니다.

 

또한 대내적으로 협의회는 한인 공동체 사목자들의 협의체로서 회원 상호 간 친교와 유대를 강화하고, 영적 향상에 기여하면서, 북미주 한인사회의 복음화와 한인 공동체의 효율적인 사목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의회는 남가주에 법인체로 등록되어 있고, 미국 국세청(IRS)으로부터 교회단체 면세지위를 취득한 비영리 법인체로서, 회장단, 이사회, 지회(9개), 그리고 사무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협의회에 축적된 경험은 북미주 현지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상호 간의 교류에 이용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협의회는 원활한 문화 간의 대화를 할 수 있고, 한국교회와 미국교회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또한 한인 이민사목에 관련된 일처리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민사목과 관련한 다양한 자문기관과 연계하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협의회가 회원사제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요한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자신을 후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동료가 있습니다. 북미주 이민사목에서 사목자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이 사제들 간의 형제애라고 현장 사목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서로 지역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출신 교구나 수도회가 다르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목자들 간의 동료애만큼 이민사목자들에게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둘째,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악한 이민사목 여건과 환경은 사목자들을 영적으로 쉽게 메마르게 합니다. 이민사목에서 사제에게 필요한 덕목으로서 “순교할 각오로 하라.”는 의견이 한때 이민사목자들 사이에 커다란 공감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실천적 해답은 기도였습니다. 특히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 연례총회는 모든 회원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피정의 기회이며, 친교를 돈독히 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셋째, 북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자원을 공유합니다. 협의회 체제의 핵심은 지역사제협의회의 활성화에 중점을 두어, 지역사제협의회가 협의회의 지회가 되고 지역대표가 이사회를 구성하여 북미주 현안을 다루도록 하는 것입니다.

 

협의회 이사회는 지역들의 관심사를 수렴하여 공유할 수 있는 사목적 비전과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게 됩니다.

 

넷째, 현지적응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합니다. 이민사목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외로움과 무기력함인데, 특히 소도시 지방의 사목자들에게는 그 어려움이 더욱 큽니다. 사목에 필요한 자료와 자원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 생소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신자들의 요구와 기대 등 사목자들의 현지적응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러한 회원사제들의 현지적응을 돕고자, 미국 주교회의 ‘아시아 태평양계 사목 소위원회’의 후원으로 ‘파견사제 현지적응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협의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협의회는 양국 주교회의에서 설립한 공식 대표기관으로서 사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협의회의 실무조직인 사무국은 회원사제들의 개인비서입니다.

 

신자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일이나 미국교회의 시스템과 관련한 정보, 영어 사목자료 정보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북미주로 파견되는 사제들은 다변화된 교포들의 상황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쌓은 좋은 사목적 경험과 더불어 열린 마음으로 현지 교구의 사목 지침에 따라 이주민들을 사목한다면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사목하는 상황이 곧 선교임을 숙지하고, 선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육화하시어 인류를 만나시는 상황을 늘 염두에 두고, 새로운 곳에서 예수님의 방식대로 사목하고자 노력한다면, 이웃 안에서 예수님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기현 알렉스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 주임신부이며,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김기현 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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