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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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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4-13 ㅣ No.92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 (3)

 

 

1. 개념 이해의 종합

 

지난 호에서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정신의 범주로는 성격장애와 신경증이 있고, 이어서 기능하지 못하는 정신의 범주로 정신병(정신분열증)이 있음을 알았다. 또한 이 세 범주는 사실 어느 정도 구별의 진단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의 영역이 배타적이지 않고 때에 따라서 서로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신분열 증상의 진단과 원인을 살펴보면서 이것이 성격장애와 신경증과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각 영역의 차이점을 도표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결국 이러한 설명을 종합해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종합적 이해에 도달한다.

 

1) 섣부른 판단의 배제

 

먼저 중요한 것은 인간 정신은 결코 학문적으로(과학적으로) 명확한 대상화가 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곧 어느 정도는 경험적으로 파악되는 정신이상의 유형에 따라 ‘성격장애나 신경증에 가깝다 또는 정신분열 증상을 보인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암세포를 발견하여 암 진단을 내리듯 명확하고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정신분열 증상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병식의 없음과 현실 검증력 상실)에 따라 확실하게 정신분열증을 판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정신과 의사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판단 기준이 정신분열증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만으로 완전히 충족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고백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정신과 의사는 경험적으로 백 명의 환자 가운데 한두 명은 과학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신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정신분열증 환자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정상인으로서 초월적인 힘 또는 신적인 영험함을 체험하는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2) 가능성의 정도에 따른 진단

 

결국 우리는 성격장애, 신경증, 정신분열증, 빙의 현상과 같은 정신이상 활동에 대한 개념을 칼로 무를 잘라내듯 판단하기보다는 그 범주의 ‘가능성의 정도’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곧 “A는 정신분열증 환자야.”라고 말하기보다는 “A는 정신분열 증상을 ~정도 보이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뇌의 검사 결과 생물학적 이상이 명백히 발견되어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는 과학적 판단이 섰다 하더라도 정신의 영역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그 무엇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절대 배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의 정도’에 따른 진단은 인간 정신의 영역은 수시로 다른 범주로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거의 90퍼센트 이상을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확신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하더라도 그 환자가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맞이하고 난 뒤 정신분열 증상이 사라지고 단순한 신경증적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분열 증상이 호전되어 신경증적 증상으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신경증 증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정신분열 증상을 일시적으로 가지게 되었던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판단이 섰다 하더라도 심리적 환경적 도움이 필요한 정상인일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3) 고정관념과 편견에 따른 편파적 판단의 배제

 

무엇보다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위의 두 가지 이해를 결코 한 쪽으로 과대 또는 과장해서 해석하거나 아니면 아전인수격으로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는 방편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부분의 초기 정신분열증 환자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결코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지막 희망의 저지선을 끝까지 사수하려 한다. 곧 정신분열 증상 초기에는 정신분열 양성 증상(지각, 사고, 언어, 감정, 의지, 행동 영역에서의 이상 증상, 지난 호 60면 도표 참조)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심리적인 어떤 계기 또는 충격으로 일시적인 정신이상 행동이 일어난 것으로 믿고 싶은 마음이 더욱 앞선다. 

 

더욱이 초기 증상으로 음성 증상(게으름, 무기력, 씻지 않고 외모에 무관심하며 우울함 등)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경우,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를 정상인도 한 번쯤은 겪고 넘어가는 인생의 한 과정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부모는 앞에서 말한 ‘섣부른 판단의 배제’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누가 자신의 자녀를 보고 정신분열 증상이 있으니 정신과에 가보라고 충고하면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며 발끈 화부터 낼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섣부른 판단의 배제’라는 것은 함부로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결코 정신분열증 환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아전인수격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는 소리를 “무조건 판단하지 말라.”라는 소리로 오해하여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정신분열 증상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좋지 않은 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으로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참으로 불행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사실 정신분열증을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증상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들이 정신이상 증상을 보이는 자신의 자녀들이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자의적 과대 희망을 갖거나 아니면 종교적으로 신앙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대 신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초기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뒤 결국 비인간적인 격리나 감금과 같은 처우를 받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곧 많은 수의 환자들이 초기 발병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아도 상태의 호전이 없는 마지막 경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모나 가족들은 그들을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데려가는 것이다. 이는 결코 자신의 자녀 또는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다.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초기에 인간적인 예우를 받으며 치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1)

 

따라서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실은 정신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대했을 경우,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나름대로의 개인적 신념들을 과감히 버리고, 건강하지 못한 정신과 기능하지 않는 정신 사이에 수많은 정도의 차를 늘 염두에 두면서, ‘섣부른 판단’을 조심함과 동시에 한 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어떤 사람이 정신분열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진료 당시의 증상이나 임상 경험에만 의존하여 그 사람을 정신분열증 환자로 낙인찍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나 가족 그리고 정신과 의사나 사목자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약물치료의 대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영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안정된 도움이 요구되는 건강하지 못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도 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반대로 현실 검증력의 상실과 병식이 없는 정신분열 양성 또는 음성 증상을 명확히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경우, 무조건적인 인간적 영적 기대감으로 그가 기능하지 못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여 의료적 치료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될 것이다.2)

 

 

2. 사례를 통한 이해

 

이제 이러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사목자의 입장에서 이전에 언급했던 사례들(『사목』 311호(2004.12.), 103-109면 참조)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30대 초반의 여인: 가족들은 단순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말함

 

이 여인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크게 양분된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이 여인이 정신병 환자라고 믿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신병 환자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평소에는 아주 평범하고 심성이 착한 사람인데 어쩌다 자신의 내적 상황이 안 좋아질 때 가끔 그런 일탈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목 상담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건강하지 못한 정신과 기능하지 않는 정신에 대한 이해를 놓고 볼 때 이 여인은 어떤 상태에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사목자로서 어떤 배려를 해주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우선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섣부른 판단이나 편파적 판단을 주의하면서 가능성의 정도에 따른 진단을 내린다면 어려울 것이 별로 없다. 곧 사목자로서 우리는 함부로 이 여인이 정신분열증 환자다 아니면 신경증이나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하지 않을 것이며 편파적으로 어느 한쪽을 더 고려하면서 판단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가능성의 정도에 따른 진단을 내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일단 이 여인에게는 정신분열 증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정신분열증의 양성증상 가운데 지각 영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환청(성령께서 자신에게 그 여자를 만인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라고 명령하셨다고 함)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이 여인은 특정한 문제 행동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모두 전가(성령의 말씀을 따랐으므로 어떤 죄책감이나 후회가 없으며 사건의 모든 책임은 내가 아닌 당사자에게 있다고 말함)시키는 태도와 여러 대화를 통해 인식된 결과로 볼 때, 자신이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병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곧 정신분열 증상의 대표적인 두 기준(현실 검증력과 병식의 부재)이 명확히 발견되는 것이다. 

 

또한 정신분열 양성증상 가운데 사고, 언어, 감정 영역에서도 문제를 드러낸다. 필자와 대화하는 가운데 이 여인은 여행을 함께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따돌리고 있고, 결국 자신을 버리게 될 것이라는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본보기로 한 사람을 응징했고, 다음 차례로 누가 또 그 응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못 버리게 만드는 하나의 방어 행동적 결과로서 사고 영역에서의 이상으로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버스 안에서 자신을 소개 하는 시간에 자기 기분이 지금 안 좋으니까 모두들 조심하라고 경고하거나(상관성 결여) 앞뒤가 연결이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일관성 결여)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논리성 결여) 언어 영역에서도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감정 영역에서는 무표정 무반응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기분이 나아지는 듯한 감정의 양가성을 드러내고 있다(반면 행동 영역에서는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전반적인 증상을 놓고 볼 때 이 여인은 분명 정신분열 증상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목자는 이 여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은 정신분열 증상을 뚜렷이 보이는 이 현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실제적이며 권위적인 정신분열증 진단은 정신과 의사의 몫이라 하더라도 사목자는 일단 정신분열 증상이 있는 이 여인에 대한 사목적 배려로서 가족들과 면담을 하여 정신과 차원에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 배려해 주어야 한다. 여행 중에 전화로 이 여인의 가족(어머니와 남편)에게 들은 내용은 과거에 우울증 증상(가족의 표현)을 호소해서 약을 복용한 사실이 있지만 지금은 완쾌되어 약을 끊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분명한 사실은 이 여인은 과거에도 유사한 정신질환적 행동으로 정신과를 찾은 경험이 있고 약을 복용했지만 현재는 약을 중단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일단 정신과 치료에 들어가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여 결코 약을 바로 중단하지는 않는다. 치료과정에서 약의 경중을 조절하고 약의 종류를 바꾸는 처방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상태가 아무리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의사의 진료와 치료는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정신과 치료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질환처럼 일회적으로 치료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형식의 재활 치료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다는 확신이 서면 자의적으로 환자 본인 또는 가족들의 권유로 약을 끊거나, 아니면 약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실제적인 고통이나 막연한 염려로 약을 중단하게 된다. 

 

물론 이 여인의 경우 담당 의사나 가족들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만일 약 처방이 중단된 이유가 방금 언급한 이 두 가지 이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곧 본인이나 가족들이 치료가 거의 되었다고 확신하여 임의로 약을 끊은 경우라면 그 증상이 다시 재발한 것이다. 이는 초기 증상 발견 당시보다 훨씬 더 치유가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에 치유가 되지 않았어도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막연히 생각하거나 약물에 대한 부적응 또는 부정적 인식에서 약을 중단했다면, 이는 곧 가족들이 이 여인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하고 있거나 아니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이러한 상황을 임의로 은폐하려는 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정은 이 가족들이 실제로는 이 여인이 약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신질환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거짓으로 약을 끊고 이젠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현 상황을 은폐하는 경우이다. 

 

이 여인의 상황이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목자는 가족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혹시라도 가족들이 어떤 정신과적 증상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하거나 자신들의 판단으로 이 여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막연한 긍정적 희망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여인이게는 실제적인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함을 반드시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목자는 가족들이 일반적인 정신질환 증상에 대해 얼마나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과거의 정신과 의사와의 관계에 대한 신뢰도 등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가족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먼저 이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여인이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판단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여인에게 분명 드러나는 정신분열 증상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으로서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숨길 문제가 아니며,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신뢰의 분위기 안에서 잘 설명해 준다. 

 

또한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이유가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약에 대한 부정적 감각에 따른 것인지도 파악하여 만일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라면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도 면밀히 상담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나 가족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정신분열 증상은 의사와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결코 치료의 효과를 얻을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는 정신질환 치료는 곧바로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계속되는 진단과 처방의 연속선상에서 차츰 그 효능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는 한 계속되는 치료의 과정을 환자나 가족들이 끝까지 견디어내기 어렵다. 

 

환자 측과 의사와의 신뢰가 깨지는 이유는 양쪽 편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 환자 측에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강한 고정관념과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치료 과정이 깨질 수 있다. 반대로 의사가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하고 인간의 심리적 영적인 돌봄에 대한 의식 없이 무조건 증상을 약물로만 치료하려는 이른바 과학적이며 기계적인 의사라면 또한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확립하지 못하고 치료를 종료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사목자는 이런 상황을 잘 숙지하고 담당 의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이 가족들이 어떤 병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소개시켜 주는 역할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곧 사목자는 정신과 치료를 직접 담당하지 않으면서도 정신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신뢰의 구축’ 차원에서의 아주 중요한 가교 역할을 환자와 의사 또는 환자와 그 가족 사이에서 사목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목자는 이 여인이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라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사목적 배려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증상이 뇌의 이상으로 생긴 정신분열증이 아닌 따뜻한 주변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배려를 필요로 하는 신경증적 증상의 일환 또는 그에 따른 독특한 성격장애의 한 증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사목자는 의학적 접근이 아닌 사목 상담자로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적인 차원에서의 사목적 배려(계속적인 심리 영성 상담, 미사와 기도 그리고 성사를 통한 은총의 중개)에 예외가 있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정신분열증은 생물학적 뇌의 이상 증상이기에 정신과적 약물 치료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학자나 정신과 의사는 세상에 거의 없다. 실제로 어떤 유형의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심리적 영적인 돌봄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치료에 더욱 성공적이라는 것이 현대 의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곧 정신의 차원은 직접 생물학적 뇌와 연결이 된다 하더라도 심리적 정서적 영적인 다른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한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목 상담자에게는 그 어떠한 상황도 사목적인 배려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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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열증이 처음 발병되는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가 대부분이며, 청소년기 이전이나 장년과 노년에 시작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따라서 정신분열증에 대한 부모의 태도는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다. 또한 이전에 설명한 바처럼 정신분열증 환자 자신은 자신이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부모나 가족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 본인의 힘으로는 결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의 질환임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정신분열증은 초기에 치료할 경우 대부분 상태의 호전을 보이며 정상인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이 될 경우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통계적으로 볼 때 정신분열증 환자의 3분의 1은 회복되거나 완치되고 3분의 1은 악화되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며, 3분의 1은 치유의 경과 없이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잘 시작한 환자는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정신 분열증이 회복이 되는 질병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그 증상이 발병된 뒤 얼마나 빨리 의료적인 치료와 심리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

 

[사목, 2005년 2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 본지 주간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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