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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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쯧쯧, 나라면 저러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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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1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88) 쯧쯧, 나라면 저러지 않을텐데…

 

 

Q. 신앙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으니까 본당 신자들의 잘못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저렇게 살까, 나 같으면 안 그럴 텐데'하는 생각에 혀를 찰 때가 많습니다. 신자들과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마음이나 수준이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신자들의 잘못된 생활을 고쳐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형제님의 열심한 마음은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여러 가지 병적 요소를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세상이, 성당 사람들이 왜 저 모양일까.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하는 생각은 자신과 연관 지어 다른 사람 마음을 읽는 악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판단하면서 생긴 이런 생각은 얼핏 절대적이고 객관적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놓고 보면 그 안에는 ‘세상 사람들은 다 내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해’ 하는 유치하면서도 탐욕스러운 욕구가 숨어있습니다. 세상에 내 마음과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요? 만약 모든 사람이 다 내 마음 같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틀림없이 내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알지 못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보더라도 내 방식을 강요하지 말고 인정해주고, 받아주면서 살아가려고 해야 ‘나’라는 존재가 살아납니다.

 

그럼 왜 다른 사람이 내 마음 같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일은 실로 다양한 원인과 이유가 거미줄처럼 엮여 발생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본성적으로 그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 싶은 이유만을 둘러대려고 합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왜 저럴까. 나 같으면 안 그럴 텐데’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삶은 신경증적 문제를 유발합니다. 자기도취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짜증내는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이런 병적 삶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우리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삶은 결과에 대한 설명만 존재할 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유아적 발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인생은 모든 맛이 다 포함된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개 자기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인생은 단맛만 존재해야 해’ 하며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유아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미숙한 행동을 거듭하면서 철없는 어른 아닌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을 접하면 금세 위기의식을 느끼고 공격적 태도로 돌변합니다. 심지어 자명한 악을 선이라고 우겨서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관 혼란을 겪게 합니다. 

 

이러한 분은 진정한 의미의 ‘회심체험’을 해야 합니다. 회심체험이란 신적 실재와의 만남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회심체험을 하게 되면 우선 영적으로 고양됩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저급한 생각이나 충동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극히 협소했던 자아의 틀이 깨지면서 자유와 용기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정서의 중심이 분노와 짜증이 아닌 사랑과 조화와 긍정적 감정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조건적 만남이 아닌 공감적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인격적 에너지가 마음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 회심체험을 한 사람들은 육적 자아 속에 갇혀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신앙인의 삶을 영적 삶과 육적 삶, 두 가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육적 삶은 형제님처럼 자기 마음은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 허물만 찾아 들춰내는 삶입니다. 이런 삶은 아무리 그 논리가 정당하다 해도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영적 삶이 아니기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없습니다. 자칫 공동체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진정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3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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