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도사인가, 짝퉁인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1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89) 도사인가, 짝퉁인가

 

 

Q. 지인 중에 도를 닦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이혼하고 홀로 사는데, 집에는 책이 가득하고 늘 도에 관한 책을 읽어서 동네 사람들이 도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자신의 미래에 관한 점 아닌 점을 보거나 인생상담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매사 “모든 것이 헛되다. 크게 기뻐할 일도, 크게 슬퍼할 일도 없다”며 초연한 자세를 보입니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고, 그가 정말 도사일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A.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성당에서도 가끔 ‘도사 연기’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매사 초연한 듯 보이는 분들, 아무리 좋은 것을 봐도 시큰둥하니 감정표현을 하지 않고 마치 세상의 모든 가치를 초월한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세상사 거기서 거기다”라거나 심지어 “모든 것이 헛되다”며 자신이 세상 모든 일을 경험한 사람인 척합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이런 사람 앞에 서면 왠지 자신이 속물 같다는 생각이 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답답함이 올라옵니다. 그런 사람은 ‘가짜 도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세상사를 달관한 듯 행세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과거에 크게 좌절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인생에 대해 기대했다가 좌절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에 다시는 좌절감을 맛보지 않으려고 자기 욕구를 억제하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초연한 듯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높은 나무 위의 열매를 따먹지 못한 여우가 “저 열매는 틀림없이 맛이 없을 거야” 하고 자위하면서 다른 이들도 먹지 못하게 열매 흉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두 번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이 이상보다 너무나 초라할 때, 또는 외부에서 오는 어떤 자극에도 만족하지 못할 때 외부 자극을 스스로 차단하기에 그런 말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은 단칸방에 세 들어 사는데 TV에 나오는 부잣집을 보며 마음이 괴로울 때 아예 TV를 끄고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야” 하면서 심리적 자위행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극을 받고 “열심히 일해서 나도 돈 많이 벌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면서 방구석에서 ‘1인극’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은 대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외부 자극을 스스로 차단해 마음이 어떤 새로운 경험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권태감에 빠지고 감정의 근육이 굳어져 ‘심리적 노화현상’이 일찍 찾아옵니다. 그러면 치매도 일찍 찾아올 위험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 가짜 도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요? 이러한 분들은 루카복음 6장 6-11절을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안식일에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그곳에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 그러고 나서 그들을 모두 둘러보시고는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그렇게 하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이분들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처럼 우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오그라들었음을 인정해야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아무리 유능해도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이,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자주 경험합니다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상담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끌고 와서 “이 사람이 문제가 많으니 상담해주세요” 하고 청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런 경우 상담은커녕 대화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치과에 가야 할 아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과 같은 경우지요.

 

그리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즉, 자기 과대평가를 낮추고 눈높이도 낮춰야 합니다. 그리고 읽을거리나 볼거리를 좀 더 현실적인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뜬구름 잡는 신선놀음 같은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현실로 나가려 하지 않고 공상의 세계에서 살려 합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현실감각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게 됩니다. 또 자칫 과대망상증 환자가 돼 실망과 좌절감으로 가득 차서 우울증 환자로 여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런 분들은 인생의 작은 맛부터 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작은 일에서 행복감을 맛보는 훈련을 해야 공중에 뜬 마음이 땅바닥에 발을 내리고 평범한 인간으로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 02-776-8405]



59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