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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 순례: 유럽 선교의 교두보, 아일랜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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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7-30 ㅣ No.347

[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 유럽 수도원 순례] 유럽 선교의 교두보, 아일랜드 (상)


유럽 대륙 복음화 초석이자 ‘마리아의 군대’ 활동 본거지

 

 

가톨릭신문 창간 84주년 특별 기획으로 마련한 ‘정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제6차 유럽수도원 순례가 7월 14~22일 8박9일 일정으로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진행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발한 순례 일정은 아일랜드의 주요 성지들과 한국교회 선교의 초석이 됐던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아일랜드 지부, 레지오 마리애 국제 본부를 방문하는 것과 함께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수도원 및 유적지들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이번 아일랜드, 영국 지역 순례는 그리스도교가 갈등과 분쟁의 역사를 겪으며 종교 전쟁으로 비화된 역사적 현장들을 살펴보고, 또 박해에 맞서 불굴의 정신으로 가톨릭 신앙을 지켜나갔던 신앙 선조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자리로도 뜻 깊었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아일랜드와 영국 수도원 순례 여정을 소개한다.

 

 

트리니티대학 전경. 1592년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때 세워진 역사 깊은 곳이다. 17~18세기 세워진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20만 권이 넘는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으로도 유명하다.

 

 

‘녹색의 나라’, 또 교회적으로는 ‘유럽 선교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아일랜드. 가톨릭 신앙의 뿌리를 찾아 유럽 수도원의 자취를 탐방해보는 제6차 수도원 순례의 첫 시작은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교회는 가톨릭의 수도원 역사 안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5세기경 파트리치오 성인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처음 도입된 후 12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는데, 이 수도원들은 교회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다했을 뿐 아니라 학문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수도사들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를 거쳐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까지 선교를 펼쳤다. 그야말로 유럽 대륙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보루 역(役)이었다.

 

또 아일랜드 수도원들은 6~8세기 필사본의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당시의 이 필사본들은 현재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에 보관돼 있다. 이러한 수도원들의 전통은 아일랜드 가톨릭교회가 지니고 있는 자부심이다.

 

더블린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대성당. 1030년 노르만이 아일랜드를 지배하고 있던 당시 더블린의 초대 주교 듀난이 세운 교회.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교회와의 인연도 깊다. 1933년 한국에 진출한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창립된 곳도 바로 이곳 아일랜드다. 78년의 세월동안 총 260명의 아일랜드 사제들이 한국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일했던 낯설지 않은 땅이다. 그리고 한국교회 대표적인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레지오 마리애의 세계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순례는 이러한 교회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한국교회와의 연고를 찾아보는 순으로 진행됐다.

 

본격 순례에 앞서 더블린 시내를 둘러보면서 아일랜드 사람들의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1000여 년 역사를 가진 더블린은 낭만과 변화가 혼재하는 도시”라는 가이드 설명이다. 그런 만큼 고풍스런 성당과 대학 등 연륜이 깊은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깊은 영욕의 역사와 그 속에 녹아든 아이리쉬의 삶이 느껴졌고 골목골목에서 볼 수 있는 선술집(PUB)에서는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의 모습이 정감 있게 다가왔다.

 

더블린은 동서를 가르는 리피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뉜다. 아일랜드 학문의 중심 트리니티대학과 여러 박물관이 밀집해 있는 남부, 그리고 신시가지인 오코넬 거리를 중심으로 쇼핑, 먹을거리, 그리고 문학의 거장 제임스 조이스 관련 장소들이 밀집해 있는 북부의 모습이 각기 흥미롭다고 한다.

 

더블린에서 먼저 찾은 곳은 크라이스트처치대성당(Christ Church Cathedral)이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회다.

 

 

1030년 노르만이 아일랜드를 지배하고 있던 당시, 더블린의 초대 주교 듀난(Dunan)이 세운 교회다.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바이킹 건축의 특징을 가진 목조 건물이었으나 12세기 들어 팸프로크 백작에 의해 석조 건물로 재건축 됐다. 이후에도 여러 번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1870년대에 초기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오늘의 모습으로 완성됐다고 했다. 현재는 성공회 성당으로 쓰이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 중앙평의회 ‘콘칠리움 레지오니스’ 건물 정원의 성모상.

 

 

이어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레지오 마리애 세계 본부, 즉 레지오 마리애의 중앙평의회 ‘콘칠리움 레지오니스(Concilium Legionis)’였다.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모닝 스타 애비뉴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소박한 건물이었다. 좁은 마당에 성모상이 있고 빨간 현관문 옆에 레지오 마리애의 영어식 표기인 ‘Region of Mary(마리아의 군대)’라는 ‘익숙한’ 표지가 붙어 있었다.

 

앤 머리라는 안내인이 반갑게 순례객을 맞았다. “한국교회 레지오 마리애의 열심한 활동상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회의실 같은 용도의 방으로 안내됐는데, 유리 상자 속 벡실리움과 함께 있는 성모상에 먼저 눈길이 갔다. 1921년 ‘자비의 모후’라는 이름으로 레지오 마리애의 기원이 된 첫 회합 때 모셔졌던 성모상이다. 성모상 주변에는 각 나라에서 보내져온 기념품들과 관련 책자들이 전시돼 있었다.

 

알려진 대로 콘칠리움 레지오니스는 전 세계 레지오 마리애의 최고 통솔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세계 여러 나라 세나뚜스와 연락을 취하면서 2000여 교구 내 약 70여 개의 평의회를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셋째 주일 레지오 회합이 열린다고 했다.

 

레지오 마리애 창설자 프랭크 더프의 생가. 계단 복도에 그의 사진과 함께 예수성심상과 레지오 단기인 ‘벡실리움’(오른쪽)이 게시돼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에서 나왔다고 할 만큼 첫 시작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돕는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몇몇 회원들이 어려운 이들을 더 잘 돕기 위해 주일마다 모여 기도와 영적 독서를 하고 활동 중 일어나는 여러 어려움들, 또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임을 가지면서 그 탄생이 이뤄졌다. 지금도 콘칠리움 주변에는 사회에서 소원해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창설자 프랭크 더프가 살았던 집은 콘칠리움에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그리 큰 규모가 아닌 건물은 거실과 사무실, 침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전 세계 가톨릭 평신도 활동을 이끌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 생가였다는 중요성에 비할 때, 평소에는 거의 잠겨 있다가 방문 요청이 있을 때만 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 다소 의외였다.

 

레지오 마리애가 발원한 곳임에도 아일랜드 신자들은 대부분이 레지오 마리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듯 하다고 했다. 가끔씩 노인층 신자들의 쁘레시디움 주회 모습을 목격했을 뿐이라고 들려줬다. 뿌리 깊은 가톨릭의 나라이면서도 급속한 사회 변화 안에서 종교적 신심이 우선 순위로부터 밀려나 있는 아일랜드교회 현실의 한 단면인 것 같았다.

 

50년째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고 있다는 안내인 앤 머리씨는 “매일 아침 5분씩 까떼나를 외우며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을 새롭게 깨우치려 노력한다”면서 “매우 활동적이고 능동적으로 알려진 한국교회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도 그 정신으로 더욱 열심한 성모님의 군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에 바라는 그의 말이 왠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박해 맞서 신앙 증거했던 현장에 서다 - 화보


 

영국 요크 지방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암플포쓰 수도원(Ampleforth Abbey). 80명 정도의 수도자들이 머물고 있다. 베네딕도회 영국 연합회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수도원이다.

 

 

 

- 저녁기도를 마치고 행렬중인 암플포쓰 수도원의 수도사들.

 

 

 

- 1096년부터 교육을 시작한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전경. 1833~45년에는 가톨릭 전통을 되찾음으로써 영국 교회를 쇄신하려 했던 옥스퍼드 운동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 아일랜드 노크(Knock) 성모 발현지 소성당의 발현 성모상.(중간) 1879년 8월 21일 노크에서는 마을주민 15명에게 성모님이 발현, 미사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 아일랜드 중동부 코크에 위치한 킬레모어 수도원(Kylemore Abbey). 본래 19세기 맨체스터의 백만장자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 건축한 성이었으나 베네딕도회에서 이를 매입, 현재는 베네딕도 수녀회 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전경이 아름다운 수도원으로 꼽힌다.

 

 

 

- 영국 요크의 폰테인스 수도원(Fountains Abbey) 유적지. 폰테인스 수도원은 1132년 시토회에 의해 건립됐다. 영국에 남아있는 가장 큰 수도원 사적지다.

 

 

 

- 고(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 노크 성모발현 100주년을 기념 방문하면서 선물한 황금 장미.

 

 

 

- 영국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 성 삼위일체 성당에 있는 세익스피어의 무덤. 1616년 안치됐다. 그의 무덤 곁에는 아내 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함께 묻혀있다.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31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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