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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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맛들이기: 우리 영혼의 적을 일거에 물리치는 불에 달군 화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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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05 ㅣ No.1622

[기도 맛들이기] 우리 영혼의 적을 일거에 물리치는 불에 달군 화살기도

 

 

1888년 1월 31일 돈 보스코 성인이 선종하셨습니다. 놀랍게도 성인은 사망 후 즉시 공경의 대상이 되었고, 발살리체 살레시오 학교 내에 마련된 그의 무덤은 수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하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레시오회는 즉각적인 시복시성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시복시성 과정에서 소위 ‘악마의 변호사’ 측이 제출한 가장 두드러진 장애물이자 지적사항 둘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부족했던 성인의 기도 시간 문제였습니다. 반대 측 인사들은 집요하게 성인의 기도생활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성인이 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측면은 기도생활입니다. 그런데 극단적 활동주의자였던 돈 보스코는 너무 바쁜 나머지 기도할 시간조차 내기 힘들어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성무일도를 면제해달라고 청하여 면제받았는데, 이런 사람에게 성인품이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늘 바빴던 돈 보스코는 과연 언제 기도했습니까?”

 

그러자 평생토록 성인을 수행해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살레시안 측 변호인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돈 보스코가 언제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돈 보스코는 늘 기도했습니다. 그는 평생토록 가난한 청소년과 동반하느라 비록 오랜 시간 성당에 앉아있지 못했지만, 삶 전체가 관상적 삶이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심장으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마음으로 이웃들을 섬겼습니다. 그는 정녕 활동하는 관상가였습니다.”

 

살아생전 성인은 종종 따로 시간 내어 길게 기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송구함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기도생활을 보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노력이 ‘화살기도’였습니다.

 

“화살기도는 우리 영혼의 적, 유혹과 악습을 일거에 물리치는 불에 달군 화살입니다. 화살기도는 아침기도와 묵상을 요약하는 짧은 기도인데, 이 기도는 즉시 하느님께로 날아갑니다”(돈 보스코 성인).

 

미사 독서나 복음, 강론 말씀 중에, 아니면 아침기도 시편이나 찬가 안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딱 한 구절만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구절입니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이십니다”(시편 18,3). 그리고 선택한 성경 구절을 하루 중 틈나는 대로 하느님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리듯 외치는 것입니다.

 

출근길에 집을 나서며, 업무를 시작하며, 누군가가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 마음이 상할 때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과 소통하는 마음으로 아뢰는 것, 그것이 바로 화살기도입니다. 화살기도는 하루의 매 순간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탁월한 기도입니다.

 

[2021년 7월 4일 연중 제14주일 수원주보 3면,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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