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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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과 삶1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세계(세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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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05 ㅣ No.640

[‘교회와 나’ 새롭게 알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과 삶을 배웁시다!]

 

 

1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세계(세상) 이해 ①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관계 (상)

 

인간이 존재한 이래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고, 그것이 인간의 사회적 본성인 한, 인간과 사회의 불가분의 관계는 이미 명확하다. 이러한 인간과 사회(세상)의 상호관계의 자명성이 이 공의회의 토대 위에서 교회와 관련하여 어떤 새로운 인식과 진보적 변화를 가져왔을까?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교회와 나의 삶과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이 지면을 통해 첫 회부터 지난 회까지 ‘교회와 교회 자신과의 관계’(물론 이 과정에서 ‘세상’도 함께 포함돼 있었지만)를 살펴봤다면,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과 교회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다.

 

우선 이 공의회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되고 창조주를 알아 사랑하며(인간), 창조주로부터 세상 만물의 주인공으로 세워져 만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며(세상)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교회) 존재”(사목헌장 12항)로 천명된다. 그런데 이 문장 안에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밀접한 상관성이 이미 시사된다. 또한 공의회는 「교회헌장」과 「사목헌장」을 통해 자신의 교회 이해를 피력하고, 결국 교회는 근본적으로 세상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확신을 표현하면서, 세상과 인간을 이렇게 관련시킨다. “인류 역사의 무대인 이 세계에는 인간의 노력과 실패와 승리가 새겨져 있다”(사목헌장 2항). 곧 ‘세계(세상)’라는 말을 ‘인류 가족 전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온갖 현실’로 이해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세상과 하느님을 연관시킨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따라 하느님의 창조물인 이 세상은 죄에 떨어졌으나 하느님에 의해 구원되고 마침내 완성될 것이다’(사목헌장 2항 참조). 이렇게 공의회는 역사적-사회적 현실인 이 세상과, 그런 현실의 초월적 영역인 하느님(과 신앙사건)이 세상과 교회, 서로 안에 존재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관계 속에서 먼저 인간과 그의 자유에 관한 공의회의 의견을 살펴보자(이 공의회의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간의 자유에 대한 요구를 주제화하는 것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현대의 모든 악의 뿌리로 단정되었으나, 이 공의회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되었다. 곧 인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과 하느님의 뜻에 상응한다고 보았고(사목헌장 17항 참조),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또한 그릇된 양심의 존엄성까지도 인정된다(사목헌장 16,26항 참조). 그에 상응하게 공의회는 사회의 다원성 또한 인정하며, 그 다원주의 사회에서 교회는 아무런 특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사목헌장 76항 참조).

 

이렇게 공의회는 현대사회의 특징인 지속적인 변화를 단지 숙고만 한 것이 아니라, 현대세계에 대한 자신의 판단 안에서 스스로 놀라운 변화를 드러낸다. 공의회는 교회가 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와 똑같은 발전 아래 놓여있으며, 전체 인류와 함께 공동으로 이러한 도전에 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교회는 인간과 세상(사회)을 향해 나아가며 그것을 포괄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사회에 속하는 부분으로 현존하면서, 자신의 실존원리를 실행해 나간다. 곧 “이 교회는 모든 지역에 전파되도록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지만 동시에 시대와 민족의 경계를 초월한다”(교회헌장 9항). 이는 교회가 시대적-사회적 변화와, 하느님 안에 기초된 자신의 초월성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견지하면서 실존해가야 하는 자신의 본분을 드러낸다. [2021년 12월 5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1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세계(세상) 이해 ②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관계 (하)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관계는 (지난 회에 살핀 대로) 나누일 수 없는 것이어서, 그 필연적 상관성은 늘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그 토대 위에서 서로를 떼어 살펴보며 좀 더 구체적인 이해로 나아가보자.

 

먼저 교회와 세계(세상)의 상호관계이다. 공의회는 「사목헌장」을 통해 “교회가 인류 사회에 주고자 하는 도움”(사목헌장 42)과 “교회가 현대 세계에서 받는 도움”(사목헌장 44)을 말한다. 곧 세상만이 교회를 통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도 “복음의 길을 닦기 위해 세계로부터 개인이나 인간사회의 재능과 노력에 의한 큰 도움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받을 수 있다.”(사목헌장 40)고 천명하면서 교회와 세상의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사고는 이전과는 다른 이 공의회의 중요한 전환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데, 곧 교회의 파견을 더 이상 세계(세상)의 교회화로 인식하지 않고, 교회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듣는 존재이며, 세상과 똑같은 지상의 운명을 체험하는 가운데 배우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한다.

 

다음으로 인간과 사회의 상호관계이다. 교회와 세상의 상관성과 함께 공의회는 같은 헌장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상호 의존성을 명백히 밝힌다. “개인의 진보와 그 사회의 발전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서 드러난다. 사실 인간은 바로 그 본성에서 반드시 사회생활이 필요하므로, 모든 사회 제도의 근본도 주제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어야 한다”(사목헌장 25). 이는 인간과 사회의 깊은 상관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교회와 세상(사회)의 상호관계의 연결선상에서 인간과 사회와 교회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새삼 분명히 한다.

 

바로 여기서 특별히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인간의 삶을 사회와 관련하여 성찰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공의회 가르침에 따라 그 자체로 또한 교회이므로 이 그리스도인의 실존(삶)에서 교회와 사회의 올바른 관계를 보다 실제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의회는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 인간의 절대적 소명에 대한 (신앙)고백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실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완전하게 하며 치유할 것이라는 전망을 열어 보인다. 곧 하느님과 그리스도께로 부름받은 인간의 소명은 개인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을 가지는데, 이 사회적 영역과 관련하여 추구해야 할 과제로 ‘공동선’이 있다. 공의회는 이 공동선을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라고 이해한다. 그런 까닭에 (사회) 제도들은 한 초월적 목표, 곧 인간의 복지 증진을 향해야 하고, 따라서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되어야 한다’(사목헌장 26 참조). 결국 “인간 활동은 인간에게서 나오듯이 인간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은 일을 하면서 사물과 사회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또한 자신을 완성시켜 나아가는 것이다”(사목헌장 35). 이처럼 그 자체로 교회인 그리스도인은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의 변화뿐 아니라 자신의 완성에도 다가가게 되는데, 이것이 곧 인간 소명의 개인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의 상호침투라 할 것이며, 이렇게 하느님과 그리스도께로 부름받은 인간이 자신(의 소명)을 완성해 나가는 그 여정 안에 인간과 세상과 교회의 불가분의 관계가 상존한다 하겠다. [2021년 12월 12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1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세계(세상) 이해 ③ 인간과 세상에 대한 교회의 과제

 

공의회의 세상 이해에 대한 끝 시간으로 오늘은 (앞서 살핀) 인간과 사회와 교회의 밀접한 상관성 안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교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 과제는 특히 이 공의회가 새롭게 발견하고 발전시킨 개념인 ‘사목’과의 깊은 관련 속에 제시된다.

 

공의회는 인간과 세상을 향한 교회의 삶과 활동을 「사목헌장」을 통해 드러내는데, 이 헌장의 가장 깊은 관심사는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이다. 곧 세상을, 그리고 세상과 함께 인간들을 이해하는 것이다(N. Mette). 따라서 이 문헌은 단지 그리스도신자만이 아니라 선의를 지닌 모든 인간들을 향해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이 공의회의 사목의 의미와 함께 교회의 과제가 담겨 있다.

 

이 공의회에서 사목은 교회 내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의미를 얻는다. 곧 사목적이라는 것은 하느님이 계시고 활동하시는 곳, 바로 인간들이 있는 그곳에 (인간들을 위해)존재하고 활동하면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으로, 이것이 실상 교회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2.② 참조). 이 말은 또한 ‘교회 쇄신과 현대 세계로의 적응’(aggiornamento)이라는 이 공의회의 모토와도 통한다. 이것을 헌장은 서두에서부터 명백히 드러내면서(“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사목헌장 1)), 바로 ‘전체 인류와의 연대’와 ‘시대의 징표의 인지’ 안에 교회의 과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공의회가 유일하게 또 오로지 원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모든 인간을 돕는 것이다(N. Mette). 곧 “하느님을 믿든 하느님을 명백히 인정하지 않든 … 모든 사람이 자신의 온전한 사명을 더 분명히 깨달아, 세계를 인간의 고귀한 존엄성에 더욱 부합시키고 … 아낌없는 공동 노력으로 현대의 긴급한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사목헌장 91). 이처럼 공의회의 교회의 과제는 인간을 기초로 하고 있고, 이를 전체 인류와의 연대 안에서 고려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시대의 징표의 인지가 문제가 된다.

 

‘시대의 징표’에서 중요한 건, 그것이 이 세상에서 생겨나는 우연한 현상들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가능한 전환점, 곧 (그리스도)육화의 관점으로 시대를 변화시킬 힘을 가진 그러한 사건들”(H.-J. Sander)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징표들, 인권운동, 환경 문제, 경제적 관련, 통신 기술적 관계망, 자연과학적 혁명으로 인한 세계의 단일화 등에 대응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인격의 성숙과 진정한 인간화가 보조를 맞추도록, 곧 현대의 특징적 현상인 이 사회화가 인간화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과제가 교회에 주어졌다. 바로 시대의 징표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고 실행해야 할 과제인데, 그 점에서 시대의 징표의 인지는 전체 인류와의 올바른 연대의 지침이 된다. 공의회는 이를 위해 ‘사목’에 대한 더욱 포괄적인 이해를 발전시킨다. 바로 복음을 인간들 가운데에, 인간들의 공동생활의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새로이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사목헌장 92 참조). 이처럼 인간과 세상에 대한 교회의 과제는 사목과 직결되며, 그에 맞갖게 공의회는 인류와 세상에 대한 교회의 봉사를 사목으로 이해한다. 특히 여기서 ‘교회’란 하느님 백성 전체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자기 사명이요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19일 대림 제4주일 대전주보 4면, 서명옥 로사(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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