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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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땅끝까지 복음을: 그들의 말은 누리 끝까지 퍼져나갔다(로마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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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2 ㅣ No.297

[땅끝까지 복음을] “그들의 말은 누리 끝까지 퍼져나갔다”(로마 10,18)

 

 

주님께서는 한국교회에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시어, 세상의 온전한 구원이 되시고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한 희생제물로 바치셨듯이, 우리에게도 예수님을 닮은 수많은 순교 성인들을 주셔서, 그들 또한 피를 흘려 하느님만이 참아버지이시고 사랑이심을 증언하며,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전 국토에 뿌리게 하셨습니다.

 

이 하느님의 안배는 우리 민족을, 특히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소명을 부여하시는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 하신 명령을 우리 민족을 통해서도 이루시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땅에 좋은 선교사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사제들이 선교 열정을 가지고 이 땅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을 돌보게 하셨고,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와 멕시코 과달루페외방선교회, 아일랜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제들을 보내주셔서 한국교회가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물론 이 밖에도 수많은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하여 한국교회에서 수많은 신앙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의 신앙 안에 외방선교의 뿌리가 자라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주신 것입니다.

 

 

해외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

 

한편, 한국동란 이후 먹고살기 힘든 시절부터 많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이민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민족을 돌보아주셨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71년 해외교포사목부(이후 1981년 이주사목위원회로, 2008년 해외이주사목위원회로, 2012년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로 개칭되었습니다.)를 설립하고 세상에 흩어진 우리 민족도 돌보았습니다. 국내에도 사제가 부족했지만, 주교회의는 큰 결단으로 사제들을 이민자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이때부터 한국교회는 우물 안 교회가 아니라 신앙의 선조들이 그러하였듯이, 주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서서히 선교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33년에 우리나라에 진출한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교구사제들이 해외선교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고, 교육을 받은 이들을 선교지로 파견한 것입니다. 아직 교구사제들이 해외선교에 눈뜨지 못하고 있을 때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외방선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고민하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1975년, 주교회의는 한국외방선교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한국교회는 주님의 뜻에 따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세상을 향하여 복음을 전하는 주님의 참된 제자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교회가 되도록 준비하였습니다. 지금 한국외방선교회는 그 목적에 맞게 선교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외방선교의 역사를 알차게 다져가고 있습니다.

 

한편, 전 서울대교구장이신 정진석 추기경께서 2005년에 천주교서울국제선교회를 설립하셨으며, 중남미와 아울러 앞으로는 아프리카에까지 선교사를 파견하려는 야심찬 선교 열의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등 거의 모든 교구가 독자적으로 교구사제들을 선교사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안배에 따라 한국교회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교사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였고, 현재 800명이 넘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선교사들이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주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톨릭교회는 먼저 유럽으로 퍼졌고, 이후 유럽교회 등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러 가톨릭 국가에서 선교를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탄탄한 교회로 성장한 한국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온 세상에 선포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선교의 길은 한국에서 시작된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외방선교에 대한 관심과 성장은 주교회의에 큰 자극이 되었고, 이에 2010년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는 그 산하에 해외선교사목분과위원회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해외선교에 관심을 집중해 오고 있습니다.

 

이 분과위원회에는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선교전문위원과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선교전문위원, 한국외방선교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인천교구, 수원교구, 중남미 선교사 대표, 아프리카 대륙 선교사 대표, 중국 선교사 대표 등이 참여하여, 해외선교를 향한 본격적인 노력이 교구와 수도회를 초월하여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해외선교사목분과위원회는 한국교회 전체가 해외선교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2012년에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해외선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해외이주사목위원회의 이름을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로 바꾸었습니다. 이를 통해,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을 천명하고, 외방선교에 박차를 가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가 할 일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의 목표를 위한 업무가 하나하나 시작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 나라를 온 세상에 전하는 선교사들이 교구와 수도회, 평신도의 벽을 허물고,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함께 그분의 성혈을 마시고, 그리스도의 심장 박동에 따라 함께 호흡하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하나’임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연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각 나라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대륙별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선교 방법을 서로 교환하며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미주 사제협의회, 중남미 대륙 선교사 모임(아미칼), 중국 선교사 모임, 아프리카 대륙 선교사 모임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 각지에 대륙 선교사 모임을 결성함으로써 한국인 선교사들이 서로 위로받고, 함께 기도하며, 선교의 삶을 나누는 소중한 모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대륙별로 선교사 네트워크를 만들어 선교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누구라도 선교를 지원하면 바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 해외선교사 양성에 관한 노력입니다. 현재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를 주축으로 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출범하여, 해마다 해외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는 해마다 1월에 한 달 동안 집중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한국외방선교회는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의 의뢰로 해외선교사학교를 개설하여 연중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평신도 선교사 양성과 파견에 관한 노력입니다. 현재 60여 명의 평신도 선교사들이 해외에 파견되어 선교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교회의 정식 지원이 없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행히,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들에게 의료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방면에서 평신도 선교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더 나아가, 높아가는 평신도들의 선교 열의를 수용하고 교육하고 파견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일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넷째, 한국의 해외선교 역사가 어언 30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역사를 기록하는 일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실패와 성공의 역사를 기록하여, 앞으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그리스도의 사명을 사랑 안에서 완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려면 해외선교를 위한 기도가 절실합니다. 선교사들을 위한 재정적 도움도 절실합니다. 해외선교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가 함께 기도해 주시고 재정적 도움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한국교회의 해외선교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또한, 이 일은 제삼천년기 교회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 두근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열정은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에만 머물러있을 수 없습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평신도들 모두가 교회의 본질인 선교 사명에 큰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우리의 힘을 다 소진하여서라도 해외선교의 사명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하느님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 송영호 안토니오 - 서울대교구 신부. 송파동본당 주임이며,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송영호 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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