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가족] 통근버스 놓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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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36

통근버스 놓친 날

 

 

그날도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이윽고 저만치에 통근버스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버스가 내 앞을 쌩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통근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한 직원이 지나간 버스의 뒤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제게 물었습니다.

 

"저 버스, 통근버스 아닙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냥 가버리네요."

 

저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서더니 나이 지긋해 보이는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방금 지나간 버스가 회사 통근버스 아닌가요?"

 

"맞는데요..."

 

그러자 기사 아저씨는 우리에게 얼른 택시에 타라고 손짓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오르자 아저씨는 다음 정차지점까지 버스를 쫓아가자고 했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잠깐 멍해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 택시는 왜 버스가 가자마자 우리에게 접근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때 기사 아저씨가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통근버스 안에는 우리 아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 말에 한층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타라고 했을까. 그 아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또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바로 통근버스 운전기사예요. 오늘이 버스 운행 첫날이라 혹시나 해서 뒤따라 나왔는데, 아니나다를까 두 분을 못보고 그냥 지나쳐 버렸네요. 이거 미안해서..."

 

순간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저릿해 왔습니다.

 

[좋은 생각, 2000년 5월호, 류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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