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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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왜 그 사람에게만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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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19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97) 왜 그 사람에게만 기적이?

 

 

Q. 루카복음을 보면 하혈하는 여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주님을 만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왜 그 여인만 병이 나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A. 형제님의 질문은 루카복음 8장 40-48절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의사들을 찾아다니느라 가산을 탕진하였지만, 아무도 그를 고쳐 주지 못하였다. 그가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자 즉시 하혈이 멎었다.”

 

형제님이 의문을 가지신 대목은 아마도 이 부분일 것입니다. 그 많은 사람이 주님을 만지고 밀치고 했는데 왜 그 여인만 나았을까요? 형제님 물음에 대한 답은 사실 그 다음에 나옵니다.

 

“그 부인은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음을 알고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자기가 무슨 까닭으로 예수님께 손을 대었으며, 또 어떻게 즉시 병이 나았는지 온 백성 앞에서 아뢰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예수님 말씀에 바로 답이 있습니다. 우주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그것이 정말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의 의지에 대해 주님께서도 높게 평가하십니다. 당신의 힘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에 나오는 여인은 단순히 믿음이 깊은 여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심성과 인생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헤치고 가서 주님 옷자락을 만진 그녀의 근성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인의 하혈병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두 해 동안이나 진행돼온 병이었습니다. 그러니 지쳐서 자격지심을 가질 만도 한데, 그렇지를 않고 건강한 사람도 하지 못할 일을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치유받은 사람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치유기적 혜택을 받았을 텐데, 유독 왜 이 여인이 제대로 치유를 받은 여인처럼 복음에 기록된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에 대해 갖는 자기개념은 단순한 거울 같은 반영이 아닙니다. 자기개념은 거대한 정보가 통합되고 조직화된 결과물입니다. 또 과거를 통해 얻은 것들과 미래에 얻을 것들에 대한 기대가 혼합된 복잡미묘한 인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개념은 그 질의 여부에 따라 자존감을 높이거나 낮추기도 합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가치에 대한 개인적 판단을 말하는데,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적극적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불안감이 비교적 적습니다. 또 자신감이 넘치고 낙천적 성격입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작은 일에도 낙담하고 오랜 기간 우울해하며, 다른 사람 눈치를 자주 보는 바람에 얻을 것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변두리 인생’을 살기 십상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여인은 자존감이 높았던 사람입니다. 비록 몸은 병들었으나 마음만은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이 여인은 인생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즉,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존감보다 더 특수한 개념입니다. 특이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개인의 신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자신의 생각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신적 존재에 대한 믿음도 깊은 사람이어서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주님께서 사람들을 치유하실 때면 신기하게도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치유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 하혈병에 걸린 여인은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기도하는데도 주님께서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불안해하고 우울해합니다. 마치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요.

 

이에 대해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거나,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질타성 충고를 하는데, 그런 조언은 마음에 상처를 주고 우울증을 더 심하게 할 우려가 큽니다.

 

그런 분은 신앙적 관점이 아닌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지 파악해야 근본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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