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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성인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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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2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99) 성인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Q. 새내기 신자입니다. 대부님이 “천주교인들은 성인을 본받아야 한다”며 성인전 몇 권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분들의 삶이 존경스럽고 부럽기는 합니다만, 부담스럽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내가 과연 성인들처럼 완덕의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성인전을 읽을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성인이 돼야 구원을 받는다고 하니, 구원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약해져 가고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A. 성인전은 일반 사회에서는 위인전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 배의 길잡이가 돼주듯, 위인전은 인생의 목표적 삶을 보여주지요. 성인전도 마찬가지로 구체적 신앙생활의 목표를 보여줍니다. 

 

위인들처럼 성인을 본받으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책이 성인전입니다. 그런데 교육계에서는 위인전이 아동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자아는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 자아와 지금의 나인 현실적 자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위인전은 이상적 자아의 자리를 갖는 것이지요. 지금의 자신을 혐오하고 지나치게 편향된 마음으로 이상적 자아만 추구하면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성인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전이 지나치게 성인들을 이상화한 내용만으로 구성된 경우 즉, 성인들에게 인간적 하자(瑕疵)가 있음을 기록하지 않은 성인전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앙적 열등감’을 갖게 합니다. 심지어 비현실적 신앙생활로 이끄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들을 인격적 결함이 없는 완전한 사람, 천사처럼 영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 아닐뿐더러 피조물인 인간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려는 우리에게 지나친 심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또 자칫 하느님을 멀리하고 냉소적 신앙인이 되게 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성인들의 인간적 면도 봐야 합니다.

 

성경에서도 주님은 완전한 인격체로 묘사돼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인간적 면모를 자주 보여주십니다. 성전에서 환전상이 장사를 한다고 화를 내시면서 상을 둘러엎으십니다. 그리고 수난의 길을 가시기 전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새 고뇌에 빠지십니다. 또 부활하신 후에는 제일 먼저 마리아 막달레나를 만나시는 등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한 스캔들을 만드신 분이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주님에게서 그분이 사랑의 하느님이심을 인식하고 마음이 가까이 감을 더 깊이 느낍니다.

 

따라서 형제님이 성인이 아무 결함 없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형제님 생각은 주님이 성인들보다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루카복음 7장 36절 이하를 보면, 주님 발에 향유를 붓는 여인에게 주님이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이 말씀은 진정한 성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주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미성숙하며, 이성적이기보다는 동물적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존재이기에 적지 않은 죄를 짓고 살아갑니다.

 

성인들은 자신의 그런 허물을 인정하고, 그 허물을 고치기 위해 평생 노력한 분들입니다. 즉,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잘난 척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죄인임에도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용서받으며 살아온 존재란 것을 인식하고, 참회하는 삶을 사신 분들입니다.

 

자신이 용서를 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아 팽창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은근히 단죄하는 신앙적 패륜아가 된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여인이 주님 발에 향유를 부었을 때, ‘주님이 저 여자가 죄인임을 모르시는가’ 하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용서받을 정도로 죄짓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품고 사는 교만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많은 용서를 받으면서 살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마음이 늘 고마움과 감사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적게 용서받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용서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은 늘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자기 성찰을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5일,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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