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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좋은 습관의 비결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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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20 ㅣ No.1044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8) 좋은 습관의 비결이 있나요 (상)

 

 

올해 32살인 스테파노는 하루에 묵주기도 5단을 매일 바치기로 성모님께 약속을 했다. 묵주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심 5일째 묵주기도를 빼먹고 말았다. 직장 회식을 마친 후 술이 거나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테파노는 스스로 무엇을 결심했을 때 이 계획을 제대로 수행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아침에 일어나서 생활영어 공부하기, 주말에 자전거 투어하기 등 자신에게 성장을 가져다줄 좋은 습관을 매번 계획했지만 한 번도 실천에 옮겨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다음의 이야기였다. 스테파노는 좋은 습관뿐 아니라 안 좋은 습관도 고치고 싶은 마음에 부단히 계획을 세우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우선 담배를 끊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금연은 중독의 문제로 인식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밤에 늦게 자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매번 노력을 기울여도 항상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다. 이제 스테파노는 자신에 대해 너무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데, 나쁜 습관은 너무 쉽게 몸에 배고 잘 고쳐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처럼 의지박약한 사람이 있겠냐면서 스테파노는 도움을 청했다.

 

우리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늘 체감하며 살고 있다. 기도하는 습관, 청소하는 습관, 책을 읽는 습관 등 우리는 자신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필요한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던 좋은 습관이 대부분 며칠 내로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를 체험하면 점차로 실망과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이런 실패를 경험하면 대부분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혹은 “나는 인내심도 없고 끈기도 없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한다. 게다가 스테파노처럼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피하고 싶고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안 좋은 습관은 너무도 쉽게 몸에 배어 버리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같은 습관이면서도 왜 좋은 습관은 형성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안 좋은 습관은 잘 형성되는 것일까?

 

누가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사람들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고 핀잔을 주며 다음과 같이 대답할지도 모른다. “좋은 습관은 노력해서 실천해야 하지만, 안 좋은 습관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은 대부분 내가 해야 하는 의무에 기초한 것이기에 이성적 판단과 의지적 실천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나쁜 습관은 대부분 내가 하고 싶은 욕망에 기초한 것이기에 욕구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대답은 사실 인간을 성악설로 보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인간은 본래 죄성 혹은 죄에 대한 경향성을 타고난 존재이기에 나쁜 습관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입장에서 인간을 이해하게 되면,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거스르는 초인적인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은 이기적인 본성과 초월적인 본성을 모두 갖춘 인간의 습관 형성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좋은 습관이 항상 이기적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세상엔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기적 욕망에 근거한 안 좋은 습관은 자신의 욕구를 따르는 행동이기에 더 쉽게 습관이 된다거나, 혹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좋은 습관은 초월적 이성을 추구하기에 더 어렵게 습관화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도대체 좋은 습관은 왜 실행하기가 어렵고 좋지 않은 습관은 왜 고치기가 어려운 것일까?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20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마을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9) 좋은 습관의 비결이 있나요 (중)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은 대부분 뇌의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반복적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함으로써 신경이 강화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생각이나 행동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으면, 그 행동을 반복하면 되고,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으면 그 행동을 지속해서 피하면 된다.” 이 말은 사실 하나마나 한 말이다. 우리는 좋은 행동을 지속해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지속해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즉, 말과 행동을 지속해서 반복하거나 지속해서 통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과거에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목표와 원칙을 확실히 세우고 지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라고 충고했다. 이런 말 때문에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에 동기가 없고, 게으르며, 무기력하고, 의지박약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삶의 실패자나 패배자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습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한 연구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통찰로 제시되고 있다. 나쁜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던 이유를 밝혀내고, 대안으로 어떻게 하면 나쁜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핵심은 ‘생각’에 있었다. 뇌는 긍정적 생각이든 부정적 생각이든 그 내용의 가치와 상관없이 반복된 생각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욕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욕을 억누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욕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뇌는 욕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의 내용과 의미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욕’이라는 단어 자체를 더 민감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고치려고 했던 행동을 오히려 더 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밤에 야식을 먹지 말아야지”라는 굳은 결심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우리의 의식은 야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정보를 뇌에 전달함으로써 야식을 먹지 않도록 뇌가 훈련될 것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야식을 먹지 말아야지”라면서 반복적인 생각의 암시를 하면 뇌는 야식이라는 단어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한다. 그 결과 야식이란 단어가 이전보다 더 자주 머리에 떠오르게 되고 야식을 먹게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은 ‘역설적 검색과정(ironic monitoring process)’이라고 부른다. 무엇인가를 떠올리지 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뇌는 역설적으로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떠올린다는 것이다. 부정적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강하게 의식적으로 생각을 집중하면 의외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부정적 습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 습관 그 자체에 대한 민감성이 올라가 부정적 습관이 강화된다.

 

심리학자 에이미 존슨(Amy Johnson)은 부정적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안 좋은 습관으로부터 그나마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생각하지만 않는다고 이 습관이 없어지는가? 아무 생각 없이 부정적 습관에 노출된 사람들은 왜 자연적으로 그 습관이 없어지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긍정적 습관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결과와 연결된다. 즉 부정적 습관의 개선은 긍정적 습관의 형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27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80) 좋은 습관의 비결이 있나요 (하)

 

 

습관을 연구한 수많은 문헌의 한결같은 결론은 행동과 그에 따른 보상이 연결되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행동이 보상으로 연결될 때 곧바로 습관을 형성한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해보자. 아침 운동은 상쾌한 기분이라는 보상으로 강화되어 습관이 된다. 나쁜 습관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의 흡연은 친구와의 대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나 친밀감이라는 보상이 발생하면 흡연은 습관으로 굳어진다. 긍정적 습관을 만들고 싶으면 원하는 행동을 하고 난 후 보상을 얻도록 하고, 부정적 습관을 고치고 싶으면 그 행동과 보상 사이에 연결고리를 끊으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반복된 행동을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에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굳은 마음가짐과 결심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 때문에 힘이 드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시 고쳐 잡으라는 말인가? 이 말에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마 살아있는 성인일 것이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반복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하는 것(just do it)”이다.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일단 시작하게 되면 뇌의 측좌핵이 흥분하면서 그 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 처음엔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뇌는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려는 관성을 가진다. 좋은 습관을 얻기 위해 반복된 행동과 보상을 구태여 연결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 번 실행하면 뇌는 그것을 반복하려는 움직임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일에 즐거움이란 보상을 선사하여 습관이 형성된다. 시작이 반인 셈이다.

 

신앙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만일 기도가 직접 보상과 연결되었다면 습관적으로 기도할 것이다. 기도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기도하지 않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와 현세적 보상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기도가 습관으로 굳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매 순간 기도하는 성인들은 어떻게 기도의 습관을 들일 수 있었을까?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사랑하셨기 때문에, 혹은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성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뇌 안에서 기도와 보상이 연결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의 보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속적 보상이 아니라 영적인 보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마태 6,5) 예수님 시대에 종교지도자들은 기도하면서 현세적인 명예와 존경을 보상으로 받았기에 기도를 열심히 했을 것이고 습관도 잘 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마태 6,6)이라고 말씀하신다. 즉 기도의 보상은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이 아닌 영적이고 하느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보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기도를 삶의 일부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된다. 그러고 나서 그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기도를 그냥 한번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한 기도의 행위는 뇌의 측좌핵을 흥분시켜 그 기도의 행위를 지속하려는 관성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 안에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적인 보상은 우리를 더욱 기도하도록 이끌어 주실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7월 4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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