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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1-13: 교회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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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5 ㅣ No.504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1) 교회헌장 (상)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느님 백성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하 교회헌장)은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과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꼽힙니다. 준비 단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교회헌장은 열띤 논쟁과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제3회기 마지막 날인 1964년 11월 21일 압도적 지지(찬성 2151, 반대 5)로 통과돼 공포됐습니다. 헌장은 전체 8장 69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회를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한다. 사진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가 드리는 공동체 미사 전례. [CNS]


제1장은 '교회의 신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1~8항). 교회는 신비입니다. 교회는 인간들로 이뤄져 있지만 또한 신적 기원을 지니고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적 조직이지만 또한 영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이런 신비를 잘 나타내는 것이 '그리스도의 성사' 또는 '그리스도 안의 성사'(1항)라는 표현입니다. 성사(聖事)란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을 전달해주는 볼 수 있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하는 이유는 하느님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충만히 드러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은총이 교회를 통해 드러나고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 사업을 세상 끝날까지 수행해야 할 사명을 지닙니다. 그것은 교회가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1항)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의 표징으로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완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갑니다(5항).
 
헌장은 교회의 신비를 설명하면서 교회를 구세사의 관점에서 이해합니다(2~4항). 교회는 세상 창조 때부터 예표됐으며, 구약 역사에서 오묘하게 준비됐습니다. 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으로써 볼 수 있는 공동체로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는 이 교회를 끊임없이 거룩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며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렇게 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4항)으로 나타납니다.
 
헌장은 이어 양 우리와 문, 양떼와 목자, 하느님의 밭, 포도나무와 가지, 그리스도의 신부, 천상 예루살렘 등 성경과 성전에 제시된 다양한 교회 표상들을 언급하면서(6항), 특별히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표상에 주목합니다. 사람 몸의 지체가 여럿이지만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신자들을 지체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7항).
 
그런 다음 헌장은 아주 의미심장한 선언을 합니다. 곧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가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8항)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에 대한 정체성 혹은 자긍심을 갖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이것이 갈라진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을 배척하거나 열등하게 여기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헌장은 바로 이어 "가톨릭교회 조직 밖에서도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가 발견되지만 그 요소들은 그리스도 교회의 고유한 선물로서 보편적 일치를 재촉하고 있다"(8항)고 밝힙니다. 말하자면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에 있는 진리와 성화의 요소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갈라져 나간 그리스도 교회들에 대해 이전에 보였던 적대감에서 탈피해 개방성을 보이면서 교회 일치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장은 계속해서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기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회는 "현세의 영광을 추구하도록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범으로도 비움과 버림을 널리 전하도록 세워진 것이다"(8항). 나아가 "자기 품에 죄인들을 안고 있어 거룩하면서도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 교회는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을 추구한다"(8항).
 
제1장에서 교회의 신비에 대해 밝힌 교회헌장은 제2장에서 '하느님 백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9~17항). '하느님 백성'이란 표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로운 표현이 아닙니다. 이미 성경과 성전에 언급돼 있는 오래되고 귀중한 유산입니다. 하지만 특히 중세 이후 교계 중심의 제도교회가 강조되면서 '하느님 백성'이란 표현은 오랜 세월 실종돼 버렸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경과 초대 교회 전통으로 되돌아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표현을 되살려낸 것입니다.
 
물과 성령으로 새롭게 난 모든 이는 한 하느님 백성으로서 똑같은 품위와 존엄을 지닙니다. 이렇게 하느님 백성이 된 신자들은 똑같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헌장은 이를 '보편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과 "정도만이 아니라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다"(10항)고 헌장은 밝힙니다. '본질에서 다르다'는 표현은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이 품위나 존엄함에서 다르다기보다는 수행하는 사제직의 성격에서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입니다. 헌장은 또 사제만이 아니라 신자들도 예언자직에도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신자들은 "특히 믿음과 사랑의 생활로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증거를 널리 전함"(12항)으로써 예언자직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에 관한 2장에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모든 이가 하느님 백성을 이루도록 불린다"(13항)는 사실입니다.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톨릭 신자가 되고자 하는 예비신자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까지도 하느님 백성인 교회에 결합돼 있다고 헌장은 천명합니다(14~15항).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같은 창조주 하느님을 고백하는 이들 곧 유다교인이나 무슬림들, 또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과 하느님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 은총으로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구원이 열려 있다고 헌장은 밝힙니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기" 때문입니다(16항). 요컨대 이 가르침으로 공의회는 '가톨릭교회 밖에서는 구원이 없다'는 이전 입장에서 벗어나 하느님 구원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이제 하느님 백성인 교회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자녀로 삼는 선교 활동을 더욱 촉진하는 자극이 됩니다. [평화신문, 2012년 3월 18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2) 교회헌장 (중) 각기 고유한 소명 따르며 하느님 나라 건설


하느님 백성인 교회는 성직자, 평신도, 수도자 세 신분으로 이뤄져 각기 고유한 소명에 따라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한다. 사진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 [CNS]


교회헌장은 교회의 신비(제1장)와 하느님 백성(제2장)에 관해 언급한 다음,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구체적 구성원들을 다룹니다. 이번 호에는 이 부분에 대해 살펴봅니다.

제3장은 교회의 위계조직, 특히 주교직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18~29항).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개별 교회인 교구의 최고 목자입니다. 주교는 교구민들을 가르치는 임무(교도직)뿐 아니라 거룩하게 하는 임무(성화직)와 잘 다스리는 임무(통치직)도 함께 지닙니다(25~27항). 이 임무 수행에 근본이 되는 자세는 봉사입니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의 목자들에게 맡기신 저 임무는 참 섬김이다. 성서에서는 이를 뜻 깊게도 디아코니아, 곧 봉사라고 한다"(24항).

주교는 주교로 축성됨으로써 이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 임무는 "주교단 단장과 단원들과 이루는 교계적 친교 안에서만"(21항) 행사될 수 있습니다. 교황과 동료 주교들과 친교를 이루고 있을 때만이 주교는 온전한 주교단 일원이 되고 그 주교가 대표하는 교구는 개별 교회로서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또한 보편 교회와 친교 속에 보편성을 지닙니다.
 
이와 관련, 특별히 주목할 것은 주교단 단체성 혹은 주교단성(主敎團性)입니다. 주교단성이란 베드로와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듯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도 주교단으로서 하나로 결합돼 있다는 것입니다. 주교들은 이 주교단성을 통해 교계적 친교를 이룰 뿐 아니라 보편 교회에 대해 최고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렇지만 주교단 단체성은 단장인 교황이 함께 할 때만이 그 권위를 완전히 발휘합니다. "주교단은…그 단장인 교황과 더불어 보편 교회에 대한 완전한 최고 권력의 주체로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장 없이는 결코 그러하지 아니하며 또한 그 권력은 오로지 교황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행사될 수 있다"(22항). 이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맺고 푸는 권한을 받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교황이 지니는 수위권 때문입니다.
 
또 교황이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확정적으로 선언할 때 그 가르침이 무류성을 지니듯이 주교단이 세계 공의회에서 신앙과 도덕에 관한 사항을 확정적으로 선포할 때도 그 가르침은 무류성을 지닙니다. 물론 개별 주교들의 가르침은 그 자체로 무류성을 지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자들은 특별히 신앙과 도덕에 관해 자기 주교가 내리는 판단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따라야 합니다(25항).

3장은 신부와 부제에 대해 짧게 언급합니다. 사제는 주교의 협력자입니다. 주교를 중심으로 동료 신부들과 함께 한 사제단을 이루며, 주교의 위임을 받아 신자들을 사목합니다. 신부들은 "주교의 사제직과 사명에 참여하므로 주교를 참으로 자기 아버지로 알아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종하여야 한다"고 헌장은 천명합니다. 마찬가지로 "주교는 자기 협력자인 사제들을 아들로 또 친구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28항).
 
부제는 성직계의 가장 낮은 품계입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부제가 사제품을 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이해하지만 교회헌장은 교회 생활에 필요한 봉사 직무 수행이라는 부제 고유의 직무, 곧 종신 부제 차원에서 부제품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종신 부제직 도입과 관련한 문제는 지역 주교회의들이 교황 승인을 얻어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29항).
 
교회헌장 제4장은 평신도를 다룹니다(30~38항). 평신도는 하느님 백성 가운데서 성직자와 수도자 신분을 제외한 모든 신자를 말합니다.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 성직자나 수도자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 하느님 백성으로서 똑같은 품위를 지닙니다. 그런데 평신도에게는 "세속적 성격"이라는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직에 종사하며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성직자나 참 행복의 정신으로 하느님 나라의 증인이 되는 수도자와는 달리 평신도의 고유한 임무는 "자기 소명에 따라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31항)입니다.
 
이를 위해 평신도는 나름대로 사도직을 수행하고 교회 사명에 참여합니다. 평신도들은 교계 사도직, 곧 성직자들에게 맡겨진 직무에 좀 더 직접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사도직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상 생활에서 사제직과 왕직과 예언자직을 수행함으로써 사도직을 실천합니다.
 
평신도들이 모든 일을, 곧 기도와 사도적 활동과 부부 생활과 가정 생활은 물론 일상 노동과 심신의 휴식까지도 성령 안에서 행하고 특히 삶의 괴로움을 꿋꿋이 견뎌낸다면 그것이 곧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이고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34항). 또 믿음과 희망으로 인내하면서 세상의 악을 거슬러 싸우는 생활의 증거와 말씀 선포를 통해 복음의 증인이 됨으로써 예언자직을 수행합니다(35항). 나아가 겸손과 인내로 이웃에게 봉사하고 극기와 거룩한 생활로 자신 안에 있는 죄의 세력을 쳐이김으로써 왕직을 수행합니다(36항).
 
하지만 평신도들은 자신들의 사도직 수행과 관련해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인 목자들이 교회 안에서 결정하는 것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목자들 또한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품위와 책임을 인정하고 향상시켜야 합니다(37항).
 
평신도들은 이렇게 저마다 세속에서 그리스도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 되고 하느님의 표지가 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합니다. 헌장은 평신도에 관한 부분을 마치면서 평신도를 '세상의 혼'이라고 부릅니다. "영혼이 육신 안에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안에서 그 혼이 되어야 한다"(38항).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또 다른 신분인 수도자에 관해서는 교회헌장 제6장에서 다룹니다(43~47항). 헌장은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는 수도자 신분이 "성직자와 평신도 신분의 중간이 아니라 그 양편에서 어떤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아 교회의 삶에서 특별한 은혜를 누리며 각자 자기 방식대로 교회 구원 사명에 이바지하는 것"(43항)이라고 언명합니다.
 
이 신분은 또한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천상 보화를 모든 신자에게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얻은 새롭고 영원한 생명의 증거를 드러내며, 미래의 부활과 하늘 나라의 영광을 예고하여 준다"(44항)고 헌장은 밝힙니다. 말하자면 정결과 청빈과 순명이라는 복음적 권고의 서원을 실천하는 수도자 신분은 현세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보여주는 삶인 것입니다.
 
그래서 교계는 수도자들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위한 복음적 권고를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이끌어 줘야 합니다. 또 수도자들은 교회가 자신들을 통해 신자들이나 미신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잘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45~46항).
 
결국 수도자의 삶은 교회의 거룩함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하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더욱 큰 영광을 드리는 삶입니다(47항). [평화신문, 2012년 3월 25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13) 교회헌장 (하)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 받은 하느님 백성


교회헌장은 제8장에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이자 완덕의 모범으로 제시 하면서 마리아 공경의 본질과 토대에 대해 설명한다. 사진은 루르드 성모 성지에서 기도하는 신자들 [CNS]
 

교회헌장 순서에 따르면, 제5장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에 이어 제6장 '수도자'가 나오지만 수도자에 관한 부분은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성직자 및 평신도와 함께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아 지난 호에 순서를 바꿔 제6장을 먼저 살펴봤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교회헌장 나머지 부분을 알아봅니다.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에 관한 제5장은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거룩하게 되라는 부름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39~42항). 교회는 거룩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에게서 비롯하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으로써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또 거룩하신 성령께서 교회 안에 거처하시며 거룩함의 은사들을 베푸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지체들인 모든 신자는 저마다 거룩하게 되라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거룩하게 되면 또한 더욱 인간답게 된다고 헌장은 언급합니다. "어떠한 신분이나 계층이든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교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 받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명한 일이며 그 성덕으로 지상 사회에서도 더욱 인간다운 생활 양식이 증진된다"(40항).

이 성덕에 이르는 삶을 그리스도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합니다. 주교들은 "영원한 대사제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자신의 봉사 직무를 거룩하고 기쁘게 겸손하고 용기있게 수행해야 하며…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양 떼의 표양이 되어 자신의 모범으로 교회를 날로 더욱 큰 성덕으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사제들과 부제들 역시 맡은 사제직분과 부제직분에 충실함으로써 성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도 마찬가집니다. 부부는 충실한 부부 사랑으로, 부모는 자녀 교육으로, 또 신앙과 사랑의 모범을 통해 성덕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노동으로 자기 자신을 완성하고 사회와 창조계를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킴으로써 성덕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난과 고통과 질병에 짓눌리는 사람들이나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들도 자신의 고통을 그리스도 수난에 합치시킴으로써 성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41항).
 
하지만 성화에 이르는 가장 탁월한 수단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 뜻을 실천하며 전례와 성사 생활에 자주 참여하고 덕행 실천을 위해 꾸준히 헌신해야 합니다. 성덕에 이르는 또 다른 특별한 방식은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결은 하느님께만 헌신하기 위해 동정이나 독신 생활을 택하는 것이며, 청빈은 하느님의 자유를 얻기 위해 현세 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가난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또 순명은 더욱 큰 하느님 뜻을 위해 자신의 뜻을 버리는 것입니다. 특별히 수도자들은 이 복음적 권고의 실천으로 성덕을 향해 나아갑니다(42항).

교회헌장 제7장은 순례하는 교회에 대해 언급합니다(48~51항).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시작된 구원의 표지인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진 그 구원이 충만히 완성될 그날까지 지상의 나그네로서 순례 여정을 계속합니다(49항). 이 지상 교회는 이미 천상의 영광 중에 든 이들의 무리인 천상 교회와 세상을 떠나 정화 중인 이들로 이뤄진 정화 교회와 함께 결합돼 있습니다. 나아가 순례하는 교회의 지체들인 신자들은 세상을 떠났으나 아직 천상의 영광에 들지 못하고 정화 중인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또 이미 하느님의 영광 중에 든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으며 이 순례 여정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분들의 전구를 청합니다(50항).

헌장은 이미 천상 영광 안에 있는 이들과 죽은 후 아직 정화 중에 있는 이들 그리고 현세에서 나그네 살이를 하는 교우들이 이루는 활기찬 통공(通功)을 재확인하면서 성인 공경의 참다운 의미를 제시합니다. "진정한 성인 공경은 복잡한 외적 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랑의 강렬한 실천에 있다"는 것입니다. 또 올바른 성인 공경은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흠숭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값지고 풍요롭게 한다고 천명합니다(51항).

교회헌장 마지막 제8장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52~69항). 헌장은 천주의 성모이자 또한 교회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이미 구약에서부터 예언된 구세주의 어머니임을 일깨우면서(55항), 마리아께서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고 일생을 오로지 하느님 뜻에 맞추심으로써 독특한 방법으로 구원사업의 협력자가 되셨음을 밝힙니다(55~59항).
 
헌장은 이어 마리아께서 구세사에서 하신 역할은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의 역할을 결코 흐리게 하거나 축소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신자들이 그리스도와 결합하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합니다. 또 마리아께서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지만 이것이 "유일한 중개자인 그리스도의 존엄과 능력에서 아무것도 빼지 않고 또 아무것도 보태지 않는 것으로 이해돼야 하며" 따라서 마리아의 임무는 종속적 임무임을 강조합니다(61~62항).
 
헌장은 구세사에서 마리아의 역할을 이같이 밝힌 후에 동정녀이며 어머니인 마리아를 교회의 전형(典型)으로, 교회가 본받아야 할 완덕의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와 이루는 완전한 일치의 영역에서 천주의 성모님께서는 교회의 전형이시다"(63항). "교회는 자신의 탁월한 전형(=마리아)과 비슷해져 끊임없이 믿음과 바람과 사랑 안에서 나아가며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따른다…그러므로 교회는 그 사도직 활동에서도 당연히 그리스도를 낳으신 마리아를 우러러보며, 바로 성령으로 잉태되시어 동정녀에게 태어나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신자들의 마음속에도 태어나시고 자라나시기를 바란다"(65항).
 
그렇지만 교회가 마리아께 바치는 이런 각별한 공경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바치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헌장은 분명히 합니다(66항). 나아가 마리아 공경과 관련해 "온갖 과장이나 지나치게 협착한 마음"을 삼가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공경과 마리아 신심이 "언제나 모든 진리와 성덕과 신심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 지향하도록" 하라고 권고합니다(67항).
 
헌장은 끝으로 마리아께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 빛나고 계신다"며 마리아 공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제시합니다(68항). 아울러 타 교파 그리스도인들 가운데는 마리아를 공경하는 이들이 없지 않음을 주목하면서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마리아께 전구하도록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4월 1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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