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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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짧은 치마 민소매 옷 미사 참례 신자들 보면 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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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6 ㅣ No.225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짧은 치마 민소매 옷 미사 참례 신자들 보면 분심

 

 

궁금해요 : 저는 6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여름철만 되면 성당에 가는 것이 몹시 불편합니다. 젊은 자매들이 짧은 치마와 민소매 옷을 입고 미사에 참례하기 때문입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아듣게 말을 해주곤 하지만 점점 노출 정도도 심해지고 그런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당 신부님께서는 젊으셔서 그런지 복장에 대해서 특별한 말씀이 없으십니다. 신부님, 제가 구식 신자라서 그런 걸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보다 신앙적 관점에서 살피시기를

 

본당사목을 하다보면 눈에 거슬리는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전례 때에 복장을 단정하게 하는 이유가 “혼자 사시는 신부님들 분심 드리면 안돼!”라고 말씀하시며 단단히 주의를 주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사실 교회는 전례 때 사제와 전례봉사자 이외에 일반 신자들의 복장이나 행동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규정을 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례’가 지니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향해 우리를 변화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례는 ‘공동체성’을 지닙니다. 전례는 개인적으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신분을 통해 함께 전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곧 누군가의 행동이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로 전례는 ‘각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합니다. 전례 생활에 있어서 문화적인 정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만일 더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잘 차려 입는다고 했지만 우리가 볼 때는 거의 벗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 속에는 복장과 마음을 함께 보는 차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들이 전례를 통해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할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과 복장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복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넘어서는 차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진정한 신앙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의 평가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판단하고 제재하며 벌하는 임무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람에게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그것을 조심스럽게 대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온유한 사람’의 몫입니다. 온유란, ‘어떤 일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의 몫을 하느님께 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온유한 사람은 최종 판단이 하느님께 있기에 그 몫을 가로채는 더 큰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삶을 행복선언을 통해 ‘행복의 길’이라 초대하십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몫을 가로채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매님, 자매님의 사고방식은 결코 ‘신식’과 ‘구식’으로 구분할 것도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보다 더 신앙적인 것이 무엇이냐를 찾아야 합니다. 신앙인은 그냥 참는 사람이 아니라 참아야 하는 이유가 누구보다도 명확해서 혹여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동요를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가라앉힐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외부로부터 건드려진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것을 잘 표현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신앙의 선배들은 건드려진 감정이 아니라 건드려지는 원인을 보고 더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좋은 판단을 하고 옳은 평가를 하면서도 외로움과 불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 불행복감의 근본 원인은 우리가 하느님의 몫을 가로채는 일들에 대해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인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매님의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진정한 복음의 행복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전환점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21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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