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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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계시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지인 때문에 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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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1 ㅣ No.287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9)



질문) 계시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지인 때문에 ‘분심’

제 지인 중에 계시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요즘은 마치 무당이나 점쟁이를 만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네요. 본당에서도 그 자매님의 태도에 불쾌해하는 신자들도 늘고 있고요.


답변) 본당신부님과 의논, 지인이 올바른 영적지도 받도록 이끌어야

‘계시’는 하느님이 자신의 신비를 열어 보이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오묘하심과 신비를 알아챌 수 있는 영적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신비를 먼저 열어 보이십니다. 이러한 계시는 하느님이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계시를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그것을 전달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계시를 받을만한 사람은 특별히 영적으로 잘 준비된 하느님의 그릇이어야만 하며, 하느님의 특별한 계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되겠지요.

옛 속담에,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도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마태오 7,16~20)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회 신부들이 이냐시오 ‘영신수련’에 따른 피정을 지도하다 보면, 종종 기도 중에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회를 설립하고, ‘영신수련’을 저술한 이냐시오 성인은 피정지도자들에게 ‘영의 식별’에 관해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피정을 하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고양돼 있어서 쉽게 영의 움직임에 압도돼 자신이 마치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위험을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자신 안에 일어나는 ‘영’(靈:spirit)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한 후, ‘세속의 기사’가 되겠다던 허망한 꿈을 버리고 ‘하느님의 기사’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회심체험을 한 후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하느님을 다른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자신의 영적인 체험을 정리해 ‘영신수련’을 저술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이 ‘영신수련’에서 제시하는 ‘영의 식별’을 위한 규칙에 의하면, 하느님과 그 천사들은 영혼에 감동을 일으켜서 진정한 즐거움과 영적 기쁨을 주며, 원수가 빠뜨리는 온갖 슬픔과 혼란을 없애줍니다. 그리고 원수는 본래 교묘하고 한결같은 속임수로써 이런 즐거움과 영적 위로를 없애려고 애씁니다. 영혼에 이유가 있는 위로를 주는 일은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가 모두 할 수 있으나, 그 목적은 정반대입니다. 선한 천사는 영혼의 유익을 위해서, 즉 영혼이 성장하고 선(善)에서 더 큰 선으로 향상되게 하려는 의도가 있고, 악한 천사는 그와 반대로 결국 영혼을 자신의 못된 의도와 사악함에로 이끌기 위해 행동합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의로운 영혼에 맞추어서 거룩하고 좋은 생각들이 들게 하지만 나중에는 차차 제 본모습을 드러내어 그 영혼이 자신의 은밀한 속임수와 사악한 의도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각의 진행 경과에 매우 유의해야 합니다. 시작과 중간, 끝이 모두 좋고 모든 일에 선을 지향하면 이는 선한 천사의 표지이지만, 떠오른 생각들의 진행이 악이거나 딴 길로 벗어나거나 처음에 하고자 한 것보다 덜 좋거나, 전에 가졌던 평화와 안정을 빼앗아 영혼을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하면 이는 악한 영에서 나왔다는 분명한 표지가 됩니다.

이러한 ‘영의 식별’에 관한 이냐시오 성인의 규칙과 질문자의 본당신자들 중 상당수가 불쾌해 하는 부정적인 열매에 비추어볼 때, 질문자의 지인은 소위 말하는 ‘악한 영’의 영향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질문자 자신이 느낀 부정적인 감정을 본당신부님께 분명하게 말씀드려, 본당신부님께서 그 사람을 만나 보다 깊이 있는 면담을 통해 영적으로 올바르게 지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본당신부님의 사려 깊은 영적지도를 통해, 그 지인이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영의 움직임에 대해 올바르게 식별하고 바른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기도합시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2월 20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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