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자꾸 다른 사람 판단… 용기도 없고 눈치 많이 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1 ㅣ No.290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1)



질문) 자꾸 다른 사람 판단… 용기도 없고 눈치 많이 봐

평화를 빕니다. 저는 제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다른 사람을 자꾸 판단합니다. 봉사해도 기쁜 마음이 적고, 그것마저 안 하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등 떠밀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용기도 없고 남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막막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일을 하려 해도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고 잘하지 못할까 봐 용기가 안 납니다. 나이도 많아 찾기도 어렵습니다. 신부님, 제가 보통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자신 돌아보는 작업 우선… 피정 통해 자비 체험을

참으로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나이도 제법 많은 것 같고, 봉사를 하면서도 등 떠밀려 하고 있고, 자신감이 없고 용기도 없으면서 남보다 잘 난 것 같은 착각에 남을 쉽게 판단하고 싫어하고 등등. 이율배반적인 불균형이 가득한 것 같아요.

질문을 들으면서, 우선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질문자가 자라면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자신에게 부족했던 사랑을 채워나가면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해야만 하겠지요. 그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사람의 인격은 외적인 자기와 내적인 자기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필요로 하지요. 그런데 이 둘 사이에 균형이 심하게 되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지요. 현재 질문자는 자기 자신의 내, 외적 균형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의 정체감이 확실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그 가치관이 뚜렷하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비판하지 못하지요. 그렇다면, 현재 질문자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정립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2016년에는 첫 과제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방법은 조용한 피정집을 찾아가셔서 한 8일 동안 기도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시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기서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을 듬뿍 체험할 수도 있겠지요.

며칠 전에, 우리 곁으로 다시 오신 ‘아기 예수’는 성장해서 질문자처럼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삶의 목적도 모른 채 불만족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 사회의 주변에로 밀려나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신 ‘구원’된 삶이지요. 현재 질문자에게는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가장 연약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일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면, 현재 질문자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고쳐지고,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리라고 저는 믿고 있지요.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는 우리의 ‘구원자’이시고,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시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12월 8일에, ‘자비의 희년’을 전 세계에 선포하셨지요. 교황님이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선보인 로고 그림에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 대신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성인 한 사람을 양 대신 어깨에 둘러메신 예수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예수님의 눈 한쪽과 사람의 눈 한쪽이 겹쳐져 하나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 그림은 참으로 깊은 상징성을 띄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달리 말하면, ‘자비의 희년’은 잃어버린 양과 같은 우리 인간을 구원하러 인간이 되어 오시는 예수님의 한없는 자비를 우리 모두가 체험할 수 있도록 초대하면서, 예수님의 자비를 만나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때, 그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창조물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질문자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을 위해 이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하는 일입니다. 우선 피정을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해 보도록 하시고, 그것이 용이하지 않으시면 먼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고백성사를 보시고, 가까운 주교좌성당을 찾아가서 ‘성지 순례’를 하시면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으실 수 있지요. 질문자가 예수님의 눈과 하나가 되면, 남을 비판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고 새로운 용기를 얻어 기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저도 기도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2,50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