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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자주 죽고 싶다 생각… 영원한 삶도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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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07 ㅣ No.285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7)



문) 자주 ‘죽고 싶다’ 생각… 영원한 삶도 끔찍

저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은 죄고, 제가 죽으면 가족들이 슬퍼하고 힘들어할 걸 생각해 꾸역꾸역 살고 있습니다. 성당에는 나가고 있지만, 영원히 산다는 것은 저에게 끔찍한 일로만 생각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마치 잠이 들 듯 죽고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것인데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죽음이 참 얼마나 감미롭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주님께서 불러주시기 전까지는 열심히 살아야겠죠.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요즘 왜 이리 지치는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새로운 희망, 살아야 할 목적 찾으시길

현재 질문자는 자신의 삶에 많이 지치신 것 같네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젊고 앞날이 창창한데 죽음이 감미롭게 느껴진다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지금 현재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기에 죽음이 감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내가 살아야 할 목적’을 명확히 하는 일이 우선적일 것 같습니다. 용기를 가지시고 자신이 살아야 할 목적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상담자를 찾아 만나십시오.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상담자와 같이 하나씩 찾아나가시기 바랍니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칼 융은, 인생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고, 전반부에서의 삶은 정신에너지를 바깥으로 쏟아 부으며 삶의 기반을 적극적으로 이루어나가는데 있으며 그렇지 못할 때 신경증이 걸려 삶의 의욕을 잃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창조됐습니다. 인간에게 숨결을 불어넣으신 분은 바로 창조주이신 하느님입니다. 그렇다면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고 바로 하느님의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내 생명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인은 따로 있는데 생명을 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피조물이든지 그것이 만들어질 때는 만든 사람의 목적이 있습니다. 시계는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그 목적입니다. 그리고 나침판은 정확하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이지요. 질문자는 이 세상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73억 8천 명의 인간 중에 한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으며, 나는 나만의 독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태어난 이 지구상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이 이루어야 할 목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시계를 만든 사람의 목적이 있기에 시계가 만들어졌듯이, 당신을 만든 창조주의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진지한 마음으로 주인이 나를 만드신 목적이 무엇인지 탐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안경을 쓰고 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재 질문자의 안경은 너무나 어둡고 암울한 색깔입니다. 그 안경을 벗어 버리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밝고 투명한 새 안경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밝고 투명한 안경을 쓰고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그런데 현재 어떤 그림자가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그림자는 나의 자아의 일부이며, 내가 지니고 있는 약점이고 열등한 부분입니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이 그림자는 쉽게 바깥으로 투사(projection)가 됩니다. 투사란 내 마음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바깥으로 던져져서 투사된 사람이나 대상에서 바로 내 마음의 어두움이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렇기에 내 마음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이를 의식화시켜 자아의 영역을 넓혀 나가면, 이 세상은 참으로 밝고 아름다우며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나만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잘 가꾸면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주신 예수님을 닮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아나가야 할 소명이 있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지금의 우울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을 받아들여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자의 새로운 삶의 태도와 긍정적인 삶의 향유를 위해서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하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2월 6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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