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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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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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202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 (3)

 

 

이번 호 주제의 자리매김을 위하여 지난 호까지 다루었던 내용의 차례를 다시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2. 신흥영성 운동의 생성과 전개

 

1) 뉴에이지 운동(서구) 

2) 정신세계 운동(일본) 

3) 기수련(한국)

(1) 몸수련

 

(2) 마음수련

 

이번 호에는 ‘마음수련’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히 알아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워낙에 가톨릭 신자들이 큰 경각심 없이 많이 빠져드는 프로그램이기에 한번쯤 집중적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

 

3월 말쯤이었을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 자매님이 전화를 해서는, 불쑥 하는 말이 “속상하고 답답해서 신부님께 전화했어요.”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자기가 다니는 한인 공동체 신자 30여 명이 ‘마음수련’이라는 데에 빠져서 거의 신앙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꼭 1년 전에 ‘마음수련’이라는 것이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한 공동체와 중미 지역의 한 공동체, 마침내 그 자매님이 속한 공동체를 공략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그러니까 꼭 1년 만에 그곳의 신자들이 요즈음 성행하는 이른바 ‘신흥영성’의 올무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말았다는 얘기가 된다.

 

전화를 건 자매님은, 주변의 신자들이 오리엔테이션에 가보자는 말에 그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여 첫날에는 가보았다고 한다. 자매님이 놀란 것은 거기에 온 사람들 가운데 개신교 신자는 거의 없고 90% 정도가 가톨릭 신자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자매님은 가톨릭의 교리지식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었기에 첫날 ‘마음수련’이란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구원공로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다른 신자들에게도 위험한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매님이 너무 편협한 관점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공박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마음수련원의 역사와 현황

 

그러면 이제 ‘마음수련’이란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는 마음수련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마음수련 교육은 1996년 11월 제1기 수련을 시작으로 2004년 5월 현재까지 10만여 명의 수련자를 배출하여 이들을 모두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현재 충청남도 논산에 위치한 본원을 비롯하여 국내외 각지에 흩어져있는 약 60개 수련원에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이들은 마음수련법이 종교, 학력,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련법이라고 선전하면서 수련자를 끌어들인다.

 

마음수련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실시된다.

 

- 일반인을 위한 마음수련:논산 본원과 지역 수련원에서 연중무휴로 진행된다. 남녀노소, 종교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고, 집중력, 명상의 경험 등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수련할 수 있다.

 

- 청소년을 위한 마음수련 캠프:2000년 1월 겨울방학 중에 처음 실시되어 해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2000명을 훨씬 웃도는 청소년들이 이 캠프를 통해 마음수련을 했다.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는 방학 기간 동안 4단계의 과정을 마치도록 되어있다.

 

- 교원을 위한 마음수련 직무연수:2002년 7월에 처음 시작되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5박 6일 동안 마음수련 제1과정을 이수하도록 되어있다.

 

- 외부 강좌와 직원 연수:마음수련에서는 일반 기업과 관공서 직원 연수 등 외부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마음수련 일정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시작하여 다음 주 토요일 오전에 끝난다. 수련과정은 1과정(1주), 2과정(1-2주), 3과정(2-3주), 4과정(6주 이상)으로 나뉘며, 수련비용은 주당 30만 원(1인실)-12만 원(단체실)이다.

 

마음수련의 단계

 

1996년 우명 선생이라는 사람이 창안한 이 수련법은 몸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기수련과도 달라 마음의 영역에서 마음의 문제를 풀어간다. 참선은 화두(話頭)를 정해놓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무아지경과 깨달음에 이르는 반면, 이 수련법은 삶의 기억에 달라붙어 있는 감정과 관념을 버린다는 점에서 참선과도 성격을 달리한다.

 

마음수련의 초보자는 대개 편히 앉은 상태에서 강사의 지도에 따라 수련실 벽에 붙여놓은 지름 1㎝ 정도의 검은 점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은 채 마음을 비우는 훈련부터 시작한다. 지구를 상징하는 까만 점을 통해 영혼이 몸과 지구에서 이탈하여, 우주를 유영(游泳)하면서 과거 기억에 달라붙어 있는 감정의 응어리와 불합리한 관념들을 떨쳐내는 방식이다. 물론 단계가 높아지면 수련법도 달라진다.

 

마음수련은 모두 다음과 같이 8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아는 단계(기본 단계)

 

1) 업을 지우는 단계

 

제1과정(마음 없애는 과정):내가 우주임을 아는 단계(1일 20시간 기준으로 1주일(본원), 1일 3시간 기준으로 30-50일(지역 수련원) 소요) 

 

제2과정(마음 없애는 과정):마음 없음을 아는 단계, 마음이 없어져 나와 우주가 하나임을 아는 단계(1일 20시간 기준으로 1주일(본원), 1일 3시간 기준으로 30-50일(지역 수련원) 소요)

 

2) 습을 지우는 단계

 

제3과정(습인 몸을 없애는 과정):나 속에 우주가 있음을 아는 단계, 습인 몸을 없애 나 속에 진리가 있음을 아는 단계(1일 20시간 기준으로 2-3주일(본원), 1일 3시간 기준으로 2개월(지역 수련원) 소요)

 

제4과정(습인 몸을 없애는 과정):나 속의 우주의 정신을 보는 단계, 나 속의 우주의 몸 마음(정과 신)을 깨치는 단계(1일 20시간 기준으로 6-8주일(본원), 1일 3시간 기준으로 6개월(지역 수련원) 소요)

 

2. 되는 단계(완성 단계)

 

1) 의식을 키우는 단계

 

제5과정(나의 의식이 우주의 신과 하나가 되는 과정):내가 진리 자체임을 깨침. 우주에는 오로지 일신만이 존재함을 아는 과정

 

제6과정(나의 의식이 우주의 신과 하나가 되는 과정):천국을 보는 단계, 완전한 유정의 진리를 보는 단계

 

2) 신 자체와 완전히 합일하는 단계

 

제7과정(우주 자체인 신이 되는 과정):영생을 깨치고, 영원불변의 에너지 자체인 신이 됨을 깨침. 완전한 진리 자체가 되었음을 깨치는 단계

 

제8과정(우주 자체인 신이 되는 과정):천국에 영원히 사는 단계, 완전한 유정의 진리로 영원히 사는 단계

 

마음수련의 이론적 설명

 

이제 마음수련의 이론적 설명을 들어보자. 그들은 인류 역사상 수많은 성현들이 마음에 대해 말해왔지만, 개개인에게 일어나는 이러한 마음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음수련에서는 마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닦을 수 있는지 분명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음에는 ‘거짓 마음’과 ‘참마음’이 있다. 마음수련은 이 ‘거짓 마음’을 닦아 ‘참마음’을 찾는 것이다.

 

- 거짓 마음은 자기가 살아온 ‘산 삶’이고 ‘몸’이다. 버려야 할 거짓마음은 살아왔던 산 삶과 그 삶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이 몸이다. 그것은 기억의 뭉치이기도 하다. 기억된 생각과 마음은 같은 말이다. 사람마다 마음과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그 산 삶도 서로가 다르다. 사람은 그렇게 자신이 마음을 지은 대로 몸을 움직여 살아간다.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마음먹은 대로 내가 하면 된다는 말이 아니고, 자기의 마음 지은 대로 된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마음 저런 마음으로 살아왔던 경험을 내 속에 입력시켜 놓았고,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지은 마음대로 부정적인 삶을 산다. 산 삶의 기억된 생각과 살았던 삶, 그 자체를 담은 이 몸이 버려야 할 거짓마음이다.

 

- 참마음은 우주 자체이다. ‘나’로부터 벗어나 대우주 자체로 되돌아가면 무한하고 영원한 참마음을 찾을 수 있다. 우주는 원래 무한대 자체이다. 하나님 부처님도 모두 이 우주 안에 존재한다. 이 우주 자체를 자신 안에 넣으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다. 몸은 없어져도 참의 마음은 영원하다.

 

마음수련의 허구

 

지금까지의 내용은 마음수련을 홍보하려고 소개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가톨릭 신자가 솔깃하여 넘어갈 수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자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위에 나타난 정보를 가지고 식별할 때 마음수련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은 허구(虛構)가 깃들어있음을 보게 된다.

 

첫째, 우주 자체를 신으로 보는 허구이다. 그들은 우주가 무한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 우주 안에 ‘하나님’, ‘부처’, ‘한얼님’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우주라는 피조물을 ‘창조주’로 여기고, 창조주 ‘하나님’을 ‘피조물’로 전락시키는 음모가 저 횡설수설에 가까운 ‘마음’ 개념과 ‘우주’ 개념 속에 숨어있음을 본다.

 

둘째, 인간 스스로 수련을 통하여 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의 허구이다. 마음수련은 궁극적으로 ‘나’와 ‘우주’ 신의 합일(合一)을 통하여 스스로가 신이 되는 것을 공개적인 목표로 삼는다. 이는 한마디로 창세기 3장에서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되는 것을 미끼로 내건 ‘뱀’의 유혹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셋째, ‘업’을 스스로 지운다는 주장의 허구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업은 많은 경우 ‘죄’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죄는 혼자 짓지 않는다. 죄는 관계 안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죄를 푸는 것도 관계 속에서 풀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마태 5,23-24).

 

요컨대, 죄 곧 업을 없애려면 당사자와의 화해 그리고 하느님의 용서라는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세 번째 주장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를 소용없게 만든다. 그러기에 가톨릭 신자가 이런 신념에 빠지면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점점 자신의 마음에서 몰아내는 결과에 이를 것은 자명하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많이 있지만 이상의 세 가지만으로도 ‘마음수련’이라는 것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을 부정하고 스스로가 하느님이요 스스로가 그리스도가 되려 하는 반그리스도교적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는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안타깝기만 하다.

 

손님을 끌려고 자신들은 ‘종교’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사이비 종교적인 발상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마음수련의 주창자들은 거짓 행복과 거짓 영성에 달콤한 꿀을 발라 현혹하는 “강도들”(요한 10,1)이다. 필자가 아는 사람 가운데 여기에 빠져들어서 마침내 세속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허황된 해탈을 꿈꾸며 사는 이가 있다. 그의 누이는 개신교 신자였지만 꾐에 말려들었다가 결국 정신병자가 되어 이혼당하는 불행을 겪었다. 처음엔 이상야릇한 몽환체험이 찾아와 그것이 행복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모두가 감각의 속임수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는 이미 심신이 황폐화되고 난 다음이라고 한다.

 

끝으로 한마디만 보태기로 한다. 잘 아는 후배신부가 종교간 대화 포럼에 초대되어 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웬 사람이 눈치를 살피며 두리번거리더란다. 어떻게 말을 붙이게 되어 통성명을 한 뒤 명함을 받고 보니 ‘마음수련’의 관계자였다고 했다. 그는 초대받지 않았지만 정보수집차 일부러 참가하였던 것이다. 뭐 쓸 만한 것이 있으면 주워다 쓰려고 이 종교 저 종교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사목, 2004년 6월호,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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