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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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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203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 (4)

 

 

지금까지 현대 한국의 신(흥)영성 운동이 크게 보아 서구계 뉴에이지 운동, 일본계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한국계 기수련 운동 등 다양하게 조합·전개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면 이제 도대체 신(흥)영성 운동이 왜 위험한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3. 신(흥)영성 운동, 왜 위험한가?

 

1) 신(흥)영성 운동의 반그리스도교적 성격

 

한마디로 신(흥)영성 운동의 사상은 반그리스도교적이다. 따라서 신(흥)영성 운동의 확산은 그리스도교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상충하는 우주관과 구원관을 기저에 깔고 교묘하게 그리스도교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하자.

 

① 신(흥)영성 운동은 “모든 것이 하나다.”라는 단일론을 내세운다(우주관).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일원론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일원론은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로 수렴된다는 사상이로되 현존하는 현상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단일론은 차별이나 구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합치(合致)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신(흥)영성 운동은 현상세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믿는다. 서로 구별되는 요소들, 곧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합리성과 비합리성, 과학과 주술,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 천사와 악마, 과거와 미래 등을 무차별하게 합일시키려 한다.

 

결국, 신(흥)영성 운동의 단일론은 그리스도교 세계관과 윤리관을 부정하는 것이다. 신(흥)영성 운동에서는 선(善)이나 악(惡)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이분법적 사고의 산물이고 타율적으로 부여된 절대 기준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선하다.”라는 상황윤리를 내세운다. 본래 자연적인 것은 모두가 ‘선’한 것인데 그리스도교가 인위적으로 선과 악의 기준과 경계를 만들어놓음으로써 원래 없었던 ‘악’의 개념과 죄의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악(의 세력)이 자신의 정체를 은폐하기 위한 기발한 속임수에 다름 아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대적하여 싸운 악과 악령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세계관이며, 절대 윤리관을 희석하는 자율 윤리관, 나아가 윤리적 무차별주의인 것이다. 회개와 심판 자체까지도 부정하는 거짓 이론인 것이다.

 

이는 영적 깨달음이나 초능력의 발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방법도 동원될 수 있다는 신념과 어우러져서 윤리적인 타락과 거룩함을 뒤섞어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저들 가운데 마약과 그룹섹스를 정당한 수행(修行)의 방법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이다.

 

② “모든 것에 신성이 있다.”는 범(재)신론을 내세운다(신관).

 

신(흥)영성 운동은 인간 밖에서 존재하며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적이며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 관념을 배제하고 신을 흔히 생명력과 같은 우주적 에너지 또는 ‘기(氣)’로 간주한다. 그래서 신을 절대 존재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여기고, 종래의 ‘종교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영적(spiritual)’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과 인간에 내재하는 신성(神性)이나 영성에 주목하면서 ‘영적 깨달음’을 추구한다.

 

인간 안에 신성이 있으며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평범성을 벗어나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체성이 약한 기성 종교인에게는 대단한 매력을 지닌 유혹이다. 의식 변용, 영의 진화를 통해 궁극적인 목표인 온전한 신성에 도달한다는 교리는 기성 종교인뿐 아니라 무신론자들에게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여기에서 (초월)명상, 요가, 강신술 등의 실행방법이 타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과 신성에 이르는 방법으로는 이러한 동양의 전통적인 종교 수행법 외에도, 서양의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계시사상, 영지주의, 정신분석심리학, 과학 및 생태학의 성과 등이 구별없이 원용(援用)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흥)영성 운동은 강한 혼합주의(syncretism) 성향을 띤다.

 

결국 신(흥)영성 운동의 신관은 그리스도교의 초월신, 인격신과 뚜렷이 구별되는 범신론(汎神論)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신(흥)영성 운동에는 범신론적 관점뿐만이 아니라, 범재신론(汎在神論)적인 관점도 혼재한다. “만물이 곧 신이다.”라는 범신론적 시각과 함께 “신은 만물 안에 존재한다.”라는 범재신론적 시각이 병존한다는 말이다.

 

범재신론은 범신론과 초월신의 중간적 개념이지만 여전히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이나 인격신의 개념을 부정하기에 반그리스도교적이라고 간주될 수밖에 없다.

 

③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환생한다.”라는 윤회사상을 믿는다(내세관).

 

윤회사상은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이전에 힌두교, 불교 등에 유포된 영적인 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 윤회사상에서는 윤회의 과정에서 인간의 노력에 따라 점점 더 훌륭한 존재로 진화되어 마침내 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를 부정하고 하느님 자체를 없애버리며,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내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주는 기발한 대안이 바로 윤회설(輪回說)이라 할 수 있다.

 

근래에 심령과학, 최면 등을 이용하여 윤회설을 입증하려는 시도들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하였다.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놓고 영매가 그 사람의 영에게 질문을 하면 자신은 15세기에 어느 나라 어디에 살던 누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는 잠재의식, 무의식이 빚어낸 일종의 꿈과 같은 환상이라는 것이 미국 심리학계의 견해이다.

 

윤회사상은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구원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뉴에이지 운동에서 말하는 그리스도는 우주적인 힘을 가진 에너지에 불과하다. 뉴에이지 사상에 따르면, 우주의 물체적 에너지인 기(氣)가 인류 역사상 중요한 시기마다 위대한 인물로 육화(肉化)되는데 예수, 붓다, 공자 그리고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짜라투스트라 등의 위대한 ‘영적 스승들’이 에너지가 육화한 존재이다.

 

그리스도 예수는 그가 ‘그리스도적 의식’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우주와 완전히 결합하여 그 안에서 소우주(小宇宙)와 대우주(大宇宙) 간 상호 에너지 교류가 이루어진 결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곧, 평범한 인간 예수가 깨달음을 통해서 ‘그리스도 의식’을 얻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의 틀에서 뉴에이지 운동가들은 그리스도를 ‘태양의 로고스(Logos)’, ‘땅의 로고스’, ‘우주적 의식’, ‘우주적 그리스도’ 또는 ‘빛 에너지’ 등으로 표현한다. 이 견지에서 보면 예수의 강생, 삶, 십자가를 통한 구원업적 등이 상대화되고 심지어는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된다.

 

이러한 점은 일본의 정신세계 운동이나 한국의 기수련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단월드’를 설립한 이승헌(李承憲) ‘대선사’(大仙師)는 “예수는 모든 사람을 죄의식에서 해방시켜 의식을 정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제일 큰 공로이나, 실은 세례자 요한과 마리아가 불륜의 관계를 맺어 낳은 사람이며, 기독교는 죄의식을 불러일으켜 의식세계를 통솔하려 하고, 천당과 지옥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식을 구속하여 겁주고 있으며, 회개와 기도 또한 에너지 쟁탈전으로 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끼게 해 결국은 사람들의 기를 뺏으려는 종교 지도자들의 전략이다. ‘기(氣)’와 ‘신(神)’은 같은 것이고, 천지가 다 하나님이며, ‘성령’은 단학에서 말하는 ‘기’(氣, 더 정확히 말하면 천지기운)와 같다고 할 수 있고, 구세주는 인간의 몸으로 올 수 없으며, 예수님은 교회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는데 타락할수록 엄청난 성당을 짓고 있다.”라고 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훼손하는 발언들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이영호, “한문화 운동연합 이승헌의 어록”, 『현대종교』 325호(2000년), 국제종교문제연구소, 98-117면 참조).

 

④ 밀교적 신비주의를 내포한다(수행관).

 

신(흥)영성 운동은 하나같이 신성(神性)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제시한다.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에 이를수록 밀교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곧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 의식이 공개된다.

 

이런 점에서 신(흥)영성 운동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Gnosticism)와 유사하다. 뉴에이지는 2-3세기에 그리스도 신앙을 위협했던 고대 영지주의와 자주 연관된다. 최근 문헌 「생명수를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뉴에이지에 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2003.2.3.)에서 교황은 뉴에이지를 현대판 영지주의로 보고, 뉴에이지를 가장한 고대 영지주의로의 회귀를 경고하고 있다. 초대 그리스도교의 영지주의자들은 교회의 공적 설교에 반대하고, 영지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입교자에게만 알려진 비교(秘敎)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구원의 구체적인 방식이 비밀스러운 영적 지식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 영적 지혜를 소수의 선택된 영지주의자들이 비밀스럽게 전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스테리아(Mysteria) 신앙은 밀교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밀교는 교리와 제도와 의식이 이중적이다. 공개되는 부분과 비공개적인 부분이 있다. 통일교가 이러한 밀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핵심적인 교리와 제도, 의식은 핵심 내부인들에게만 은밀히 알려져있다. 밀교는 그 은밀한 비공개성 때문에 황당무계한 신앙을 저마다 제멋대로 전수하였고, 이러한 모순된 신앙에 대한 객관적 이성적 비판과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에서 사라졌다. 밀교는 불교처럼 엘리트적인 소수만이 득도와 수행을 통해 영적 각성에 이르는 것을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다르다.

 

필자가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여러 부류의 신(흥)영성 운동에 근접했다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던(아니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경제적인 부담(수백에서 수천만 원대)이 커서이고, 둘째, 종교서약에 가까운 멤버십 요건 때문이고, 셋째, 그 신비체험이 결국 악령체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영적 식별 때문이었다. 필자가 만난 신(흥)영성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바로 이 예식을 통해서 영적 혼란에 빠져 정신질환자가 되는 경우였다.

 

2) 신학적 식별

 

성서신학이나 영성신학의 견지에서 볼 때 이러한 일련의 신념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뱀(사탄)의 거짓 주장과 너무도 흡사하다. 뱀은 이브를 다음과 같은 말로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창세 3,4-5)

 

여기서 뱀이 내세운 “절대로 죽지 않는다.”라는 유혹은 오늘날 윤회론으로 둔갑하여 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직선적 시간관(역사관)을 부정하고 순환적 시간관(역사관)을 내세운다. 결국 종말, 심판, 부활, 내세, 초월 등 모든 그리스도교 신앙요소를 거부한다.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라는 유혹은 오늘날 밀교주의로 변형되어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흐트러뜨린다. 신(흥)영성 계열의 수행은 모두가 ‘제3의 눈’을 뜨게 해준다는 미끼를 내건다. 이 눈만 뜨게 되면 만사형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사람들은 재산과 종교적 정조를 날려버리는 불행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처럼” 된다는 유혹은 오늘날 신(흥)영성 운동에서 ‘범신론’으로 가장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이는 마침내 자신(自神)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끝으로 “선악을 알게 될 것”이라는 유혹은 선악을 식별하는 주체가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라는 논리로 상황(상대)윤리를 옹호하고 나선다.

 

이상의 내용을 상세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신(흥)영성 운동도 결국은 태초에 인류를 공격한 뱀의 속임수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목, 2004년 7월호,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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