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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는 공공재입니다2: 과학이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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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25 ㅣ No.1826

[기후는 공공재입니다] (2) 과학이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회심


뜨거워지는 지구… 인류 생존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렸다

 

 

2017년 7월 4일, 아일랜드 남부 지역에 있는 빙하 일부가 녹아 떨어지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성경에서 예언은 멸망의 실현이 아니라 타락한 세상에서 회심을 통한 구원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 문명의 멸망이 예언되고 있다. 이 예언은 왜 선포됐으며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세상은 어떻게 회심해야 하는가?

 

 

적정량의 이산화탄소로 생태계 지속

 

지구가 매일매일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만큼 우주로 에너지를 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반면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가두어 기온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온실효과라고 한다. 자동차 유리가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투과시키는 반면 그 에너지를 차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서 차 안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다면, 지구는 온기를 간직할 수 없어서 전 지구 평균 지상 기온이 영하 19도로 떨어지게 된다.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육상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 자연적으로 공기 중에 0.03%(280ppm)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33도를 높여 지구 평균기온이 영상 14도에 달하게 됐다. 이 따뜻함으로 육상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온실효과로 기후위기 도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약 0.01%(135ppm) 증가시켰다. 이 이산화탄소가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다섯 개와 같은 에너지를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로 인해 1998년 이후 약 29억 개의 원자폭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지구에 가두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적은 양의 변화로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므로 지구의 급소라 할 수 있다.

 

자연에 의한 온실효과는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초래한 온실효과는 우리에게 기후위기라는 파국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온실가스는 지구 환경에서 소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가 되는 것과 같다.

 

 

금세기 중반, 위기 현상 뚜렷할 전망

 

체온이 몸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지구 상태를 대표할 수 있다. 체온이 정상보다 1도가 높으면 몸의 이상 상태를 감지하게 된다. 이미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했고 이에 따라 기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날씨는 순수하게 자연적인 요인으로만 일어나지 않고 인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역대급,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재해성 날씨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과 장마가 아무리 심해도 학교에 가고 해외여행도 하고 도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등 사회 탄성력이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인류가 내달린다면 금세기 중반경에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뚜렷하게 드러나리라 전망된다.

 

 

기후위기, 통제와 회복 불가능한 위험

 

기온 상승은 그만큼 생존 기반을 무너뜨린다. 물이 부족하고, 가뭄이 들어, 식량난이 일어난다. 해수면이 상승해 연안 도시가 잠긴다. 해양은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성화되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한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종된다. 이런 일이 먼 훗날,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얼마 안 있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인류는 기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후를 통제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가 닥치면 자연만을 통제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정치, 경제와 사회도 급속하고 심각한 변화와 불확실성에 내몰려 인간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기후위기는 사회 불안정, 정치 갈등, 국경 분쟁, 난민 발생, 인종 청소 등 파괴적인 충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인류는 자연재난, 감염병, 전쟁과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험을 겪었다. 그 위험은 끝이 있었고, 그 위험에서 회복됐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그 모든 위험을 압도하는 통제 불가능하고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다.

 

 

인류 생존,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생산 이익은 생산자의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반면, 생산과정에서 일어난 기후 위험은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제도화된 무책임으로 인해 자연은 생산 ‘과잉’으로 파괴되고 사회는 서로 간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며 공동체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다.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붕괴한 곳에서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생존해야 할 이유도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생존 여부는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화된 무책임은 의사 결정자들이 기후위기에 책임지지 않게 만든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기후위기 성찰이 사회운동 참여로 이어지게 하여 정치 공론의 장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성경은 살아온 방식을 180도 바꾸는 회심만이 예언된 멸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줬다. 마찬가지로 기후위기는 우리가 만든 과잉과 경쟁의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위기의 세상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좋은 세상으로 바꿔야 막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4월 25일, 조천호(경희사이버대학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기후위기 드러내는 이상기후


시베리아 기온 영상 38도… 충격적 현상들 서막에 불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촌을 덮쳤던 지난해는 동시에 역대 가장 더운 해 3위 안에 포함됐다.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2020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3년 중 한 해’라고 전했다. ‘역대 가장 따뜻한 한 해’가 최근 6년 동안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이상기후는 기후위기의 긴박함을 드러낸다. 2020년 한 해만 해도 지구촌 곳곳이 수많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온난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되는 북극권에서, 세계에서 가장 추운 시베리아 북극권의 베르호얀스크에서는 지난해 6월 20일 최고 기온이 영상 38도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1885년 이래 최고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는 지난해 8월 16일 최고 기온 54.4도를 기록했고, 2019년 7월 25일 파리는 42.6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18년 강원도 홍천은 41도, 서울은 39.6도를 기록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장기 가뭄은 호주, 시베리아, 미국 서해안,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산불을 일으켰다. 호주 남동부에서 2019년 9월 시작된 산불은 이듬해 2월까지 이어져 호주 전체 숲의 14%가 불탔다. 산불로 인한 연기 기둥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위성에 포착됐다.

 

대규모 홍수 피해는 동아프리카, 남아시아,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극성을 부렸다. 특히 올해 2월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아 홍수를 일으켰다. 대서양에서는 기록적인 수의 허리케인이 빈발했고, 지난해 11월 중미에서는 강력한 허리케인 4개가 연이어 발생했다. 온난화는 메뚜기 떼의 발달과 이동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동아프리카와 인도, 파키스탄 일대에서는 2019년 말부터 최악의 메뚜기 떼가 습격해 하루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어 치웠다.

 

이러한 이상기후와 현상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인류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기후행동이 미진할 경우 이러한 충격적인 이상기후들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이상기후 현상들이 인류 앞에 도사리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4월 25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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