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2 ㅣ No.280

[신심서적 다시 읽기]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다. ‘사랑, 관계, 영성….’ 이런 낱말들이 생각을 붙잡아 두기 때문이다. 주제를 남편과 아내 관계와 연인 관계로 한정하고 있으나 부부간의 사랑이나 연인간의 사랑에 대해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비법은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관계와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영성적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자신이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것’의 경계 너머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본다.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에서 ‘관계와 영성’이 움트게 하는 힘에 대한 부분들을 다시 정리해 본다.

 

 

제1부 인간의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

 

■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주고 또 받으려는 갈망이 있다. 사랑의 여정에서 성공과 좌절, 매혹과 상처, 넉넉함과 답답함, 행복한 무아경과 서로에 대한 괴로운 집착을 체험한다. 성 요한은 첫째 편지에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라고 했고, 순수한 사랑, 힘 같은 사랑, 샘 같은 사랑을 ‘아가페’라 하였다.

 

■ 사랑의 원천. 인간의 불완전한 사랑이 우리를 하느님 사랑의 원천으로 인도한다.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적 사랑-에로스, 있는 그대로의 친구에게 기쁨을 느끼는 우정-필리아,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아가페가 있다.

 

■ 관계와 내면의 그윽한 공간, 화해의 의식. ‘주님의 기도’를 두 사람이 또박또박 함께 외는 의식은 용서의 기회를 열어준다. 상대를 용서하는 말을 직접 입 밖에 내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기도를 외면서 용서가 이루어진다.

 

 

제2부 무엇이 사랑을 북돋우는가?

 

■ 관계 배양의 영성적 요소(서로 용서하기). 용서가 없으면 더불어 사는 삶도 없다. 서로를 용서하지 않으면 서로의 잘못을 끊임없이 계산하게 된다. 용서를 할 때는 상대의 책임을 지적하며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의 일부가 내게도 있음을 의식하며 하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과 상대를 동시에 용서하는 것이다.

 

■ 관계 기르기(처음에 대한 회상). 언제나 관계는 굳건하고, 생기 있고,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관계를 굳건하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처음을 회상하는 것이다. 처음에 대한 회상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기 상대 안에 있는 그 무엇을 신뢰하게 하며, 또한 상대 안에 있는 매력과 다시 접촉하게 해 준다. 회상은 관계가 되살아나 다시 자라게 한다.

 

■ 존중과 인정 표현하기.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엘리 위젤) 상대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그 상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상대를 인지하면 존중과 인정의 태도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존중과 인정은 상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다.

 

■ 헌신하기. 남녀 간의 관계를 길러주는 또 하나의 영성적 태도는 헌신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과 헌신이란 양극단의 알맞은 균형이다. 우리는 자기 헌신을 통해서만 지극한 자기실현에 이른다. 겁에 질려 자신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아주 급격하게 자신을 상실한다.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은 자기 충만에 도달한다.(한스 옐루셰크)

 

■ 수련 여정으로서의 관계(열망과 갈망). 성의 본질적 양상의 하나는 ‘열망’이다. 열망은 그리스도교나 불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탐욕, 욕망과 다르다. 내가 어떤 사람을 욕망하면 그는 나 자신과 내 필요에 이용된다. 그러나 열망은 흥분이나 욕망과 다른 것을 의미한다. 가령 한 사람이 내 마음을 사로잡으면 나는 그 사람을 열망하게 된다.

 

■ 정결과 독신(순수와 변화). 정결은 나의 성이 온전히 인격적임을, 성으로 표현되는 나의 인격이 상대의 인격을 사랑함을 의미한다. 독신은 네 가지 조건이 충족하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 첫째, 성이 영성으로 변화하려면 착실한 생활양식이 필요하다. 둘째, 성의 통합에는 좋은 인간관계도 필요하다. 셋째, 성은 창의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넷째, 신비적 영성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 생산적인 싸움하기. 긴장과 갈등 없는 부부 관계란 없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갈등으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일이다. 상대는 나와 달리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나와 똑같이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 질투. 질투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조하르) 나는 질투와 대화를 나누며 깨닫는다. 그래, 내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 신뢰와 개방. 사랑이 꽃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신뢰와 개방의 분위기가 필요하다. 신뢰는 자라는 것이다. 신뢰는 내가 먼저 주어야 자라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신뢰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 함께 성숙하기. 욕구충족에 기초하면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 부부는 둘만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둘의 관계를 제삼의 것으로, 하나의 공동목표로 나아가게 한다. 이 공동목표는 삶의 공동체,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 또는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하며 타인에게 축복이 되는 활동 등이다. 그런데 영성의 길도 공동목표가 될 수 있다.

 

■ 유한성의 체험. 영성은 우리의 유한성을 체험하게 되었을 때 필요하다. 부부 중 한쪽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병이 들었을 때, 교통사고로, 정신병이 있어서, 암으로 힘들 때 이러한 상황은 영성적 도전이다. 그 예로 한쪽이 암에 걸렸을 때 그들은 하루하루가 선물임을 깨닫고 상대의 신비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은 병을 통해 성숙한다. 아내가 사망할 무렵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고 느낀다.

 

● 맺으며 : 사랑을 길러주는 것으로는 서로를 위한 넉넉한 시간, 서로 간의 이해, 서로에 대한 솔직함과 신실함, 성적 일치 등이 있다. 사랑에 양분을 주는 방법에는 영성이 사랑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영성은 사랑의 원천으로 이끌어 주며 이 원천에서 사랑을 길어 올리면 결코 메마르지 않는다. 그 사랑의 샘이 우리 안에 있음을 신뢰하는 것이 곧 영성이다.

 

-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안셀름 그륀 지음|이종환 옮김|분도출판사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6년 4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4,059 2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