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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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성당 사순특강1: 기도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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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08 ㅣ No.241

명동본당 사순특강 (1) 기도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



평화신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회개와 영적 준비를 하는 사순 시기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에서 실시하는 사순 특강을 연재한다. 특강 순서는 △ 2일 ‘기도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 성 베네딕도회) △ 9일 ‘나를 넘어 그 너머로’ (정규한 레오나르도 신부, 예수회) △ 16일 ‘기도, 한 송이 꽃이 되어’ (윤해영 바실리사 수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 23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기도’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 이다.


1. 기도의 정의 - 하느님과 영혼의 대화

기도는 전부이며 신앙과 신앙생활 전체를 요약한다. 기도(祈禱, oratio)의 어원은 라틴말 동사 ‘오라레’(orare. 말하다, 이야기하다, 청하다, 빌다)에서 나온 말로 ‘오라시오’ (oratio,기도) 라 하는데 ‘하느님과 영혼의 대화’라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는 동방 그리스 교부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AD 150~215)와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AD 345~399)는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로 정의했다.

이 정의가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풍부하다.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했을 때 하느님은 초월적인 분이자 동시에 인격적인 분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대화는 인격과 인격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하느님은 인격신이다.

대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참된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말을 받고 주는 것’이다. 말을 받는다는 것은 들음, 곧 경청을 의미한다. 주는 것은 들은 말에 대한 ‘응답’이다. 이처럼 대화는 ‘들음’과 ‘응답’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 응답을 못 하는 것이다.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 역시 들음과 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들은 말씀에 응답하는 것이다. 우리의 응답은 들은 바를 일상에서 실천함으로써 완성된다.


2. 기도의 단계

인간 안에 몸과 혼, 영의 세 요소가 있는 것처럼 기도에도 세 가지 주요 단계가 있다. 바로 염경, 정신, 관상 기도이다.

몸의 기도인 염경 기도는 입으로 하는 말이며, 머리로 하는 혼의 기도는 정신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영의 기도인 관상 기도는 마음으로 하는 대화이다.

하느님을 아는 것(관상)은 우리 머리(정신)로서가 아니라 전(全) 인간, 즉 마음으로부터이다. 따라서 우리는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올 필요가 있다. 정신에서 마음으로 내려와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마음속으로 내려가는데, 먼저 자연적인 마음(심장)으로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더 이상 육신의 마음이 아닌 ‘깊은 마음’, 즉 마음의 ‘내적 궁방’으로 내려간다. 여기 마음의 심연에서 우리는 세례의 순간부터 모든 그리스도인 안에 거주하는 하느님의 영을 알게 된다.


3. 기도의 방법

기도는 무엇보다도 짧고 단순하게 해야 한다(단순성). 아주 단순하게 기도하라. 세리와 탕자는 한마디 말로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어떤 거래가 아니다. 기도할 때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로 그분의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님의 기도, 즉 ‘당신 뜻이 제게 이루어지소서!’는 가장 이상적인 기도이다. 예수님도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기도하라 가르쳐주셨다. 기도는 우리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이 성령을 통해서 우리를 도구로 당신의 뜻을 이루시도록 우리 자신을 비울 필요가 있다.


4. 기도의 자세

기도할 때 주의해야 하는 몇 가지 태도가 있다. 첫째는 겸손이다. 겸손은 기도의 토대다.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 안에서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추구함으로써 자아에 대한 추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성경 속 세리의 자세이다.

참된 기도를 위해 필요한 또 다른 태도는 감사다. 참된 기도의 정점은 성찬례다. 전례 안에서 창조된 모든 존재가 한 목소리와 하나의 사제적 행위로 하느님께 우리를 위해 그분이 행하신 모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또 우리 기도가 하느님과의 일치로 이끌기 위해서는 항상 통회의 정신으로 드려야 할 필요가 있다. 통회는 영적 환상에서 해방되기 위한 열쇠이다.

[평화신문, 2015년 3월 8일,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성 베네딕도회),
정리=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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