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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경제학 입장에서 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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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17 ㅣ No.835

[통일을 준비하며] 경제학 입장에서 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먼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막대한 경제적 편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평가한다. 통일 한국은 경제적으로 시장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풍요로운 국가를 지향한다.

우리 겨레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물질적 기반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생산성 향상을 추동하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는 시장 경제일 수밖에 없다.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한 시장 경제는 경제 분야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합리적 선택을 보장함으로써 물질적 풍요를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제도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시장 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진행된 급격한 산업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달성했다.


통일 한국의 국민총소득은 세계 6-8위

통일 한국의 경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고 할 때 경제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일례로 세계은행은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이 남한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통일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은 세계 6-8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1인당 무역액을 남한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통일 한국의 무역총액은 중국과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가 된다. 게다가 통일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통일 한국의 경제적 지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또한 통일 한국은 안보불안이 해소되어 이른바 ‘코리아 할인(Korea discount)’이 사라지고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또 한 번 경제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미국의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북한은 위험요소가 아니라 통일 한국의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북한의 풍부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력, 지하자원과 인구 구조의 시너지 효과, 그리고 북한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들었다.

통일 한국의 경제 규모가 30-40년 뒤 독일과 일본을 능가해 세계 8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세계은행이 분석한 결과와 유사하다.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통일 뒤 북한의 노동력과 지하자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북한은 노동력이 풍부하며 노동 경쟁력도 다른 후진국과 비교해서 우수한 편이다. 북한의 노동력은 3분의 1 이상이 농촌 지역에 거주함으로써 산업인력으로 전환될 잠재력이 높다. 게다가 북한은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를 갖고 있어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북한이 경제적 난국에 직면한 이유는 북한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그 질이 나빠서가 아니다. 북한은 성과보수가 없는 동원경제이므로 북한 주민은 열심히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은 시장경제의 확산, 그리고 북한의 잠재적 노동력을 활용해 경제적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둘째 북한은 남한과 달리 마그네사이트, 석탄, 우라늄, 그리고 철광석이 풍부하다. 한국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6대 전략 광물(역청탄, 우라늄, 철광석, 구리, 아연, 니켈)의 상당량을 북한에서 얻을 수 있다. 한국이 에너지와 지하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통일 한국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통일 한국은 휴전선으로 말미암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청산되면서 한반도의 남과 북, 그리고 동과 서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적으로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한반도의 공간 통합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국토의 허리’가 잘려서 토지 이용이 왜곡되었다. 휴전선에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부 지역은 민간인 통행이 제한되거나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는 서울은 한반도 전체에서 보면 중앙이지만, 분단으로 말미암아 남한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안보에도 취약하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토지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한반도의 공간 통합

한반도의 공간 통합은 폐쇄적 공간구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 공간구조로 발전되어 감을 의미한다. 한국은 반도국이며,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일원으로 규정된다. 분단은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나아가는 길을 차단했다. 우리는 이른바 ‘섬 아닌 섬’ 생활을 해온 것이다.

통일 한국은 남으로는 바다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 해양 국가들과 연결되고 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 국가들과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통일 한국은 문자 그대로 반도국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동해안 축은 남북한 공업지대를 연결하고, 부산을 기점으로 울산, 원산, 나선을 연결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동북 3성, 몽골과 유럽으로 이어진 북극항로와도 연결될 수 있다. 공업지대, 산업시설, 교통, 물류, 관광 등 남북한 경제협력 모든 분야를 포괄할 수 있다. 목포, 인천, 해주,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축은 환서해경제권과 연계할 수 있다. 서해안 축은 ‘랴오닝 연해 경제 벨트’, 곧 중국과 연계하여 기업진출과 시장 확대로 연결할 수 있다.

결국 통일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대륙 국가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양 국가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가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경제권은 그 규모가 확대일로에 있으며, 향후 세계경제 속에서 위상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아시아권 경제가 팽창하면 이에 비례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교역 물동량도 함께 증대할 것이다.

동아시아 안 경제협력이 가속할 경우, 통일된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무역의 요충지이자 중개수송의 교량으로서 동북아의 무역과 물류기지로 부상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문화 · 예술 · 관광 등 사회문화적 중심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다. 결국 한반도의 공간 통합과 더불어 대륙경제와 해양경제를 접목하는 허브 국가는 통일 경제의 전망이다.


통일을 위한 경제학적 과제

그러나 남북 간에 경제의 취약 부분을 상호 보완하여 동반 상승을 불러일으킬 부분이 많음에도 이념과 체제 차이 때문에 갈등과 막대한 북한 개발비용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학적 시각에서 통일 준비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북한 경제의 지속성장과 자립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산업 생산성 증대, 시장경제의 확산 등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외부 경제권과 다자 · 양자 간 경제교류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비롯해 나진과 선봉 등 경제특구에 투자하고, 북한 내 임가공 교역 등을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북한이 국제기구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부사회와 다양한 교류를 통한 북한의 개방사회화를 지원해야 한다. 이는 학술, 문화, 예술, 체육 등의 교류를 통한 북한의 변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간 민족 동질성 회복과 정서적 이질감을 해소하는 노력이다. 개발협력 사업과 인도적 지원이 남북 주민 간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성공적으로 통일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서 추진해야 한다.

첫째, 식량 공급과 치안 확보, 그리고 신분 보장 등을 통하여 주민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핵심 생산과 기술 전문인력의 유출 등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생활관련 기반시설의 구축을 주민 인권과 생활 향상을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 영양 결핍상태(20% 이상), 각종 전염병 등의 퇴치가 최우선 과제이다.

셋째, 산업 인프라 보수와 확충, 산업인력 교육과 재배치, 남북 간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제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통상의 후진국과 달리 북한은 낮은 문맹률, 도시화와 기반시설, 지하자원 보유 등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점이 그나마 장점으로 꼽힌다.

넷째, 국가체제(국가운용 방식, 재정, 세제, 통화, 의료 · 복지 등), 교육제도, 시장제도 등이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개방 · 자유 · 민주사회로의 국가 시스템 통합 등이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통일이 남북 간의 정서적 통일이 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화해와 용서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주도권을 가진 쪽이 통일을 복수의 기회로 활용하게 되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교류들이 쌓이면

통일 경제를 달성하기 이전에는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으로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준비하는 것과 남북이 함께 준비하는 것, 그리고 북측이 준비하는 것과 국제사회와 함께 준비하는 것 등으로 나누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장기간 경색, 앞에서 검토한 남북한의 정책과 시각 차이 등을 고려하면 남북한이 함께 준비하는 통일 준비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준비하는 통일 준비는 역대 정부들이 경험했듯이, 그 효과가 정권 임기가 끝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통일기반을 구축하려면 어렵더라도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일 경제의 미래 비전을 고려하면 통일은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생존전략이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발전 목표일 수밖에 없다. 독일은 통일의 성공 요인으로 ‘접근을 통한 변화’로써 동독과 서독 간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독일에 대한 신뢰확보와 정권교체에도 빌리 브란트 집권기에 수립된 동방정책 기조의 일관성 유지를 늘 강조하고 있다.

독일 통일의 주역들이 “베를린 장벽 붕괴는 갑작스럽게 보이지만, 통일은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교류들이 오랜 기간 쌓여 이뤄진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한반도 남북 교류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렇듯이 통일경제의 전망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임을출 - 경남대학교 교수이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다. 현재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자문위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상임위원, 통일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과 통일교육위원을 맡고 있으며, 북한연구학회와 동북아경제학회 경제 · 경협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6월호, 임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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