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통일사목] 분단 70년, 이 땅의 변화: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17 ㅣ No.838

[경향 돋보기 - 분단 70년, 이 땅의 변화]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적인가 형제인가

 

 

남북이 분단된 지도 올해로 벌써 70년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노래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통일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통일을 바라는가? 바란다면 어떤 통일을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이렇게 통일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우리 안에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적인가? 아니면 형제인가?’ 만일 적이라면 싸워야 할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형제라면 만나서 정을 나누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따라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적 또는 형제자매로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북한을 원조해 주었을 때 ‘왜 도와주고 그래? 그냥 망하게 내버려 두지. 이것은 퍼주기야.’라고 반응하거나 아니면 ‘그래 당연히 도와야지. 잘 도와주고 있네.’ 하고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북한을 어떤 대상으로 대하는 지에 따라서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여기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원조와 남북 갈등 그리고 남남 갈등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복음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퍼주기인가, 형제적 나눔인가

2010년 11월 대한민국 통계청은, 북한은 1990년 중반에 시작한 고난의 행군으로 공식적으로 33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어려운 시기에 한국 천주교회는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돕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수도회, 가톨릭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평양에 하나밖에 없는 장충 성당과 ‘조선가톨릭협회’를 통해서 남북 천주교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병행하였습니다.

1995년 미국에서 남북 천주교인 제1차 만남을 가지고, 2000년까지 중국 등 해외에서 계속 교류하였습니다. 그리고 1998년부터 주교님과 신부님들, 평신도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장충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인도적인 지원을 시작하였습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수도회와 가톨릭 단체의 지원 규모는 344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북 교류가 전면적으로 중단된 상태라서 그 동안의 천주교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지원 관련자들의 말을 들으면 여전히 북한 천주교 형제자매들은 남한 천주교회를 기억하며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옆에서 굶어 죽어가는데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최후만찬 때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구원이 필요합니다.


남북 갈등

남과 북은 오랫동안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을 발표하였고, 독일에서는 ‘드레스덴 선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남북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 갈등은 ‘천안함 침몰 사건’ 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5·24조치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조치의 주요 내용은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남북교역 중단, 신규 투자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 확대 금지,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등입니다. 전 정부의 조치가 현 정부 대북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개발도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2003년 착공식을 가진 뒤, 2011년까지 모두 2,000만 평의 부지 위에 800만 평의 공단과 1,200만 평의 배후 도시를 계획하고, 70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100만 평에 125개 기업이 일을 하고 있고, 북측 근로자는 5만 3000명입니다. 개성 공업지구는 총면적 2,000만 평 규모를 개발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20분의 1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은 대북관계와 통일문제를 국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천주교 단체는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차원의 종교교류와 지원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염수정 추기경님은 2014년 5월 21일 개성공단에 파견되어 있는 남측 천주교 신자공동체에 대한 사목방문을 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교회 지도자의 적극적인 평화의 횡보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때 남북한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희망해 봅니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는 제도적으로 제약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는 북한의 조선가톨릭협회와 교류하면서 지속적으로 인도적 지원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천주교는 의료, 보건, 교육, 사회복지 같은 영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종교 간의 교류가 오히려 남북이 화해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화해의 장으로 나아가려면 국가는 교회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합니다.

사실 남북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이 남남 갈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남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진보와 보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세대 간의 갈등, 노사 간의 갈등, 지역 갈등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남남 갈등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한사회의 갈등이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남남 갈등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남남 갈등은 해방된 뒤, 남북이 분단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갈등은 전쟁 이후 첨예하게 드러났고, 현재는 더 증폭된 것 같습니다. 현재 남남 갈등은 북한에 대한 남한의 경제적이고 인도적인 지원과 통일 방법론에서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전자는 북한과 통일하려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부강하게 되어 남한과 자연스럽게 통합을 이루는 과정의 통일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는 북한이 망한 뒤 자연스럽게 흡수통일을 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통일을 하면 북한을 돕고자 세금을 더 내야하고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야 하므로 통일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분단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는 상당히 큽니다. 분단비용은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이 비용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끊임없이 지출되어야 하는 소모성 비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단비용은 국가발전의 장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남한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또한 막대한 양의 국방비를 쓰고 있습니다. 남한은 한 해 국방비로 36조 원을, 북한은 약 1조 원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 반면 분단비용에 비해 통일비용은 일시적인 소비성이 아니라 영구적인 투자이며 생산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비용은 여러 가지 통일 편익을 가져옵니다. 경제적 발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도 가져올 것입니다.

이와 함께 남남 갈등은 교회 안에서도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는 평화의 길을 말씀하시는데 교회 내부에서는 서로 갈라져 분쟁하고 있습니다. 남남 갈등을 해결하려면 먼저 교회 안에서부터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일치란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는 북한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각자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일치가 이루어진다면 남남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남남 갈등이 해소된다면 서로 머리를 모아 남북 갈등이나 이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남남 갈등을 해소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효율적인 대북정책과 추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하나의 민족, 한 가족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조국」 2004년 8월호는 북한의 종교 현황을 특집으로 기사화하였습니다. 개신교와 천도교 각각 1만 3천여 명, 불교 1만여 명, 천주교 3천여 명 등 종교별 신자수를 공개하였습니다. 공개된 신자수를 보면 천주교 활동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복음화를 위해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사제와 수도자와 선교사를 파견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교회는 이를 위해서 북한과 남한 정부에 절실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사제나 수도자를 파견하는 것은 커다란 상징성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종교말살 정책으로 부재했던 사제나 수도자가 공식적으로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직접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종교적인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교류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접적인 방법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사회사업 쪽에서 교류를 하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의 생명과 생존권 보장, 인권보호 등을 통해서 북한 주민의 천주교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더 나아가 북측의 천주교 교류 기관과 당사자들, 북한 당국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종교를 탄압했던 옛 동독이, 1983년 루터 탄생 500주년 기념대회의 준비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이 반동으로 몰았던 교회에 문을 연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서독교회의 변함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서독교회가 한결같은 사랑으로 그들 곁에 있으면서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동독정권은 이 사랑에 감동해서 루터 탄생 500주년 기념대회를 서방의 개신교도들과 함께 개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6년 뒤인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됩니다. 서독은 당시 정부가 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종교단체나 민간부분에서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독일에서는 통일되기 전에 종교단체나 민간단체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한민족의 앞날을 위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고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그 해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평화를 주시려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에페소서는 또한 다음과 같이 가족의 개념을 넓히고 있습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2,19).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한 형제자매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 방문을 마치시며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하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의 강론에서 흩어진 우리 민족을 일컬어 한 가족임을 강조하신 내용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이 미사에서 하느님께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간구합니다. 오늘의 미사는 첫째로, 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하여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교황님은 한국의 현실을 정확히 보셨습니다. 남북이 서로 형제자매라는 인식으로 끊임없이 기도하고 대화하고 원조를 아끼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지금 교회가 해야할 일은 남북의 일치를 위해서,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 기도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인들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제도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최선입니다.

정치나 군사적으로 긴장이 생겼을 때, 종교 간의 교류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상황이나 군사적인 긴장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연수 스테파노 - 예수회 신부. 1998년 예수회 입회하여 2008년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 예수회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경향잡지 2015년 6월호, 김연수 스테파노]



1,47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