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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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복음화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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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13 ㅣ No.1797

[신앙 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복음화의 기쁨

 

 

복음의 기쁨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예수 그리스도를 재현하는 삶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닮고, 재현하는 신앙의 삶은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때때로 막막하고 외로운 우리 생의 여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언제나 즐거움과 위안을 주십니다. 신앙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기쁨이 충만한 삶입니다. 복음과 신앙의 핵심은 언제나 기쁨입니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집니다. 복음의 기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기쁨을 맛본 신앙인들의 경험은 신앙인들 자신을 내적으로 성장하게 하고, 타인들에게 그 기쁨(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복음의 기쁨은 내적으로 자아를 실현하게 하고 타인들에 관한 관심과 열정을 되찾게 합니다. 진정한 기쁨은 타인들과 세상 속으로 확장되면서 더 깊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쁜 소식은 더 널리 전해지고 더 깊이 수용되어야 합니다.

 

 

복음화, 사목, 선교

 

복음화는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일이며, 그 기쁨을 살아내는 일입니다.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든 행위는 복음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모든 신앙인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복음화의 사명 수행은 다양한 차원에서 발생합니다. 복음화는 사목과 선교의 차원을 포함합니다. 복음화는 먼저 사목의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목은 신앙인들의 영적 성장을 지향하여 그들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더욱더 온전하게 응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14항)

 

사목은 단순히 성직자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이 참여해야 하는 복음화의 장입니다. 복음화는 또한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를 떠나 있는 사람들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복음화는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들이 신앙의 기쁨을 되찾는 회개, 복음대로 살려는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회개를 경험하도록 도와주는”(14항)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음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 또는 여전히 그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14항) 일입니다. 물론 선포의 핵심과 본질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신 하느님이십니다.”(11항)

 

한편으로 복음화의 사명 수행은 강요와 강제의 방식이 아니라, 선포와 초대와 실천적 모범의 방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에 대해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14항)

 

 

복음화의 주도권과 새로움

 

복음화 사명은 신앙인에게 부과된 의무와 속박과 굴레가 아닙니다. 복음화 사명은 때때로 신앙인들에게 영웅적 헌신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복음화 사명 수행은 신앙인들의 개인적 자질과 특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화 과업은 언제나 먼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초의 가장 위대한 복음 선포자’이십니다. 모든 복음화 활동의 수위권은 언제나 하느님께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어 당신께 협력하게 하시고 성령의 힘으로 우리를 이끌고자 하십니다.”(12항)

 

복음화, 사목, 선교, 그 무엇이든 간에 사명 수행의 주도권은 언제나 주님께 있습니다. 사목자의 헌신적 행위가, 선교사의 희생적이고 열정적인 행위가, 신앙인들의 영웅적 행위가 복음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적 잣대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그저 부차적인 일입니다. 헌신적 열정과 영웅적 행위들은 주님의 주도권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데서 오는 선물입니다.

 

당연히 복음화의 새로움 역시 사목자와 선교사와 신앙인들의 창의적 상상과 헌신 속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화의 새로움은 언제나 하느님에게서 나옵니다. “진정한 새로움은 하느님께서 몸소 신비로운 방식으로 만드시고 영감을 주시고 일으키시며 인도하시고 또 수많은 방식으로 동행하시는 새로움입니다.”(12항)

 

 

복음화 사명 수행의 기쁨

 

사명을 수행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요청에 응답하고 책임을 지는 일은 자주 부담스럽고 버거운 일입니다. 하느님의 요청에 응답하는 신앙인의 삶, 신앙에 부과되는 책임과 의무의 삶은 때때로 힘들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시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십니다.”(12항) 복음화 사명 수행은 부담과 굴레가 아니라 기쁨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보면, 복음화는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주시는 선물을 그저 수용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복음화의 기쁨은 언제나 감사하는 기억에서 생겨납니다.” “신앙인은 근본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찬례를 남겨 주시어 교회가 날마다 당신의 파스카를 기억하고 깊이 참여하게 하셨습니다.”(13항) 복음화는 기억의 성사 안에서 주님과 연대하는 일이며 사람들과 연대하는 일입니다.

 

복음화 사명 수행은 성체성사의 은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힘만으로, 우리의 노력만으로 복음화 사명 수행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성체성사에 그저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복음화 사명 수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복음화 사명은 결국 주님의 주도권에 우리를 맡기고,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복음화 사명 수행은 의무와 속박의 굴레가 아니라 선물로서 주어지는 은총의 기쁨입니다.

 

복음화는 교리와 규칙과 규범에 대한 강요가 아닙니다. 주님 은총의 기쁨에 대한 선포와 나눔입니다. 신앙인은 “그리스도의 기쁨을 먼저 받아들여 열성으로 빛나는 삶을 살려는”(10항) 사람입니다. 복음화 사명 수행을 통해 신앙인은 참다운 자아실현의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신앙인의 자아실현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갑니다. 복음화 사명은 신앙인들이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길입니다.(10항 참조)

 

복음화 사명을 수행할 때 신앙인, 참다운 신앙인이 되어갑니다. 즉, 신앙인은 복음 선포라는 사명 수행 속에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획득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참다운 자신이 되는 기쁨이 복음화의 기쁨입니다. 기쁨은 열정을 낳습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복음의 기쁨을 열정적으로 선포하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신앙인은, 즉 “복음 선포자는 장례식에서 막 돌아온 사람처럼 보여서는 결코 안 됩니다.”(10항) 신앙인은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도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복음화의 기쁨”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참 신앙인은 기억과 연대 안에서, 기쁨과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4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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