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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분도회가 간행한 성가집: 전례운동과 토착화 과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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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6 ㅣ No.687

[특집 2009년도 심포지엄] 성 베네딕도회의 한국 선교와 문화 활동


분도회가 간행한 성가집 - 전례운동과 토착화 과정을 중심으로

 

 

1. 들어가는 글 

2. 분도 수도회 한국 진출부터 《가톨릭성가집》(이문근) 발행 시기까지(1909~1948년)
3. 이문근의 《가톨릭성가집》(1948)에 분도 수도회 성가책이 끼친 영향
4. 1948년 이후 성가집
5. 마치는 글 -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


1. 들어가는 글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을 전파하면서 시작된 한국 가톨릭교회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다. 가톨릭 신앙의 시작, 박해와 순교, 종교의 자유, 개방의 물결, 일본의 식민지 정책과 해방, 전쟁과 휴전, 경제적 · 문화적 성장과 갈등, 그리고 21세기 세계화로의 도약 등의 한국 역사 속에서 가톨릭교회 역시 함께 그 길을 걸어 왔다. 


이러한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신앙 공동체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특히 ‘전례’를 중심으로 기억하며 거행해 왔고, ‘성가’는 이런 전례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성가 혹은 성가집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왔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천주가사 시대, 그레고리오 성가 유입 시대, 20세기 전반기, 그리고 20세기 후반기.

‘천주가사’는 “조선 후기의 대중 가사(歌詞)처럼 주로 4.4조의 형식으로 된 천주교 신앙 가사(歌辭)로서…1777년 천진암 주어사의 교리강학 당시 한글 ‘십계명가’(十誡命歌), 한글 ‘천주공경가’(天主恭敬歌) 등으로부터 시작되어 1930년 박제원(朴齊元)의 ‘소경자탄가’를 그 최종 연대로 보고 있다.”1) 오늘날까지 186종이 전해지는 천주가사는 호교론적이고 윤리적인 교리, 성사 생활과 수덕 생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파리 외방전교회 신부들의 국내 활동,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사목 활동 등으로 미루어 이미 박해시대 때 알려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역사적 사료는 남아 있지 않다.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이 체결된 1876년 입국한 드게트(Dequette) 신부의 활동에 대한 1879년 파리 외방전교회의 연말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 나라를 두루 여행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 … 오히려 새로운 박해를 자초하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이 보였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길을 떠났습니다. … 5개월간의 긴 사목 방문 중 최근의 박해로 인하여 폐허가 된 지방을 비롯하여 아무 두려움 없이 다녔으며 약 1,500명의 교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다음 귀가길에 〈테 데움〉(Te Deum)의 감사 노래를 기쁘게 불렀습니다.”2) 그러나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공식적인 이 기록은 한국 교회 공동체의 노래라기보다는 드게트 신부의 개인적인 찬미 기도일 가능성이 많다.

1887년 개교한 용산 예수성심신학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분명히 교육되었을 것이다. 약현 성당 축성식에 관한 1893년 파리 외방전교회 연보는 이렇게 전한다. “조선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릴 만한 것으로는 첫 번째로 유일한 예쁜 성당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올해에 우리 피정이 끝난 다음 모든 선교사가 참석하는 가운데 강복식을 가졌습니다. 주교 미사가 드려졌는데,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성당의 천장 아래에서 Credo를 노래 부를 수 있었습니다. 기쁨이 모든 마음과 모든 목소리에 깃들어 있었습니다.”3)

‘20세기 전반기’의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가는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파리 외방전교회 주도의 프랑스 계열 성가들, 덕원과 연길을 중심으로 활동한 베네딕도 수도회의 독일 계열 성가들로 구분된다.

이 시기에는 특히 수도회가 주축이 되어 교구 단위의 성가집을 활발히 출판하였는데, 음악적으로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가톨릭교회 초기 공동체가 간직하던 천주가사의 전통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서양 음악에 기초한 성가들이 한국 교회 전례 성가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1948년 이문근 신부의 《가톨릭성가집》에서 완전히 고착되어, 오늘날까지 서양 음악이 한국 가톨릭교회 성가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문근 신부의 《가톨릭성가집》(1948)을 계기로 ‘20세기 후반기’의 성가집 편찬은 수도회 중심에서 교구 중심으로 바뀌었고, 교구 단위 성가집에서 전국 교회 단위 성가집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베네딕도 수도회는 그레고리오 성가 중심의 수도회 전례, 즉 미사와 시간전례를 위한 성가집들을 집중적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변천 속에서 20세기 이후에 출판된 교구 혹은 전국 교회 단위 성가집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4)

1911 Mirifica Porcii Evente(성극)
1912 Mysteria Nativitatis et Epiphaniae
1920 김대건 성극
1923 덕원 《朝鮮語聖歌》(분실)
1924 서울 《죠션어 성가》(초판)
1925 서울 《Cantus Missae》
1925 서울 《죠션어 성가》(재판)
1928 대구 《공교 성가집》
1928 덕원 《朝鮮語聖歌》(재판)
1932 서울 《죠션어 성가》(재판)
1932 서울 《라듼성가》
1934 연길 《聖歌》
1935 연길 《聖歌集》
1932~1938 회령 《聖歌乃俗歌集》
1936 《대구교구성가집》
1936 《장호원성가집》
1938 덕원 《가톨릭 성가》
1948 서울 《가톨릭성가집》(이문근)
1951 대구 《가톨릭聖歌集》
1952 대구 《신공》(군인성가집)
1957 서울 《정선 가톨릭 성가집》5)
1961 서울 《주요첨례그레고리오성가》
1962 서울 《가톨릭성가집》(이문근/2부)
1975 대구 《가톨릭공동체의 성가집》
1975 대구 《새전례 가톨릭성가집》
1986 서울 《통일 가톨릭 성가》
1990 서울 《가톨릭 복음성가》
1996 서울 《청소년 성가》
2007 서울 《통일 가톨릭 성가》(3부)

더불어 세기 후반기에 20 베네딕도 수도회가 수도회 전례를 위하여 출판한 책들이다.

1983 《안티포날레》 《찬미의 노래》(수도회 내부 사용용)
1984 《LIBER USUALIS》 혹은 《분도회 전례서》
2005 《그레고리오 미사곡》

또한 분도출판사에서 출판한 그 외의 성가집들도 있다.

1987 손상오 《시편성가》
1997 서행자 수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곡》
2001 이혁우 《찬미의 노래》

이 논문은 20세기 전반기에 베네딕도 수도회가 출판한 성가집들이 갖는 역사적, 음악적 의의를 집중적으로 고찰할 것이며, 1948년 이문근 신부의 《가톨릭성가집》을 계기로 20세기 후반기에 특히 수도회 전례를 위하여 출판된 성가집의 특성을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 특히 가톨릭 전례 안에서 베네딕도 수도원이 편찬한 성가집들이 가지는 음악적 가치와 한계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 있어 제한점은 100년간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역동적으로 숨쉬어 온 베네딕도 수도회의 음악적 유산을 오로지 활자화된 성가집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며, 이에 활자화된 악보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그들의 노력과 헌신을 은총의 여백으로 남겨둘 뿐이다.


1. 분도 수도회 한국 진출부터 《가톨릭성가집》(이문근) 발행 시기까지(1909~1948년)

1) 덕원 《朝鮮語聖歌》 초판(1923)과 재판(1928)

15.5x22cm, 81쪽, 등사본인 덕원《朝鮮語聖歌》재판 1쪽의 허가서와 2쪽의 서문을 통하여 덕원《朝鮮語聖歌》초판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초판에 실렸던 성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윤곽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림 1〉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표지
 

(1) 초판에 대한 근거

재판 1쪽(그림 2)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923년 6월 30일에 인준된 초판의 허가서가 인용되어 있고, 그 밑에 슈미트(Chrys. Schmid) 대목교구장 서리(Provicarius)가 1928년 4월 5일 재판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초판 허가서의 내용은 이러하다. “평화! 법률에 의하여 자국어 성가가 허가됨에 따라 이 성가들이 우리 대목구(Vicariatus)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 불려지는 것을 허락합니다. 그러나 이 성가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인쇄되려면 그 전에 인준이 또다시 요구됩니다.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사인과 봉인을 덧붙여 1923년 6월 30일 서울에서, 신(辛) 보니파시오(Bonifacius Sauer) 주교 겸 원장.”

재판에 실린 초판 허가서 내용으로 인하여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덕원 《朝鮮語聖歌》가 한국 천주교회 교구 단위의 첫 번째 공식 성가집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현재 분실되어 그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재판의 내용으로 미루어 초판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제시되었기에 한국 천주교회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소중한 가치는 다시 한번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2〉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제1쪽
 

둘째로 원산교구가 설정되던 1920년부터 서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이 서서히 철수하여 1927년에는 모두 함경남도 덕원으로 이전하였다. 또한 초판을 인준한 년도와 장소를 1923년 서울로 제시한 것으로 보아, 초판 성가집이 덕원에서 사용되긴 하였어도 서울에서 인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2) 초판과 재판의 성가곡들

재판 2쪽(그림 3)에 안드레아스 엑카르트(Andreas Eckardt) 신부가 1928년에 쓴 서문(Praefacio)의 내용은 이러하다. “이 두 번째 판본의 성가 순서는 초판과 부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약 30곡 이상의 곡이 새롭게 첨가되었는데, 죠션어성가(경성 1924)6)에서 6, 8, 9, 10, 14, 28, 30, 36, 37, 40, 41, 45, 55, 64, 66, 69, 70, 73 그리고 76번이 취해졌는데, 목록에(in indice) ‘S’라는 문자와 함께 그 책의 쪽수를 표기7)하였다 - 초판에 있던 곡들은 초판의 쪽수를 괄호로 처리하였고 - 까니시오 신부의 노고로 35번과 52번, 사랑하는 카시아노 신부의 33번 그리고 플라치도 신부의 작품으로 12, 17, 39,8) 67 그리고 68번 ; 이 모든 기억이 나에게는 기쁘고 달콤하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시기 위하여(u.o.o.g.D.) 모든 것을! 성 베네딕도 수도원, 덕원, 1928년,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

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목록(Index)9)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12 거룩하시다 13 ; 32 고요한 밤(22) 34 ; 29 교우들이여(19) 31 ; 51 교형들아(34) 49 ; 37 구유에 누워(S.66) 38 ; 15 깁흔 곳에서(27) 16 ; 34 깨라 목동아(23) 35

(다) 21 단둠에르고(13) 22 ; 61 대셩이시고(40) 58

(라) 58 레지나 죌니 55 ; 75 로마국에 72

(마) 68 마리아 우리 65 ; 16 매괴슌이(20) 17 ; 63 모든 동정 60 ; 14,66 무변해샹(S.120) 15,63 ; 76 무궁무진 7310)

(바) 67 바다별 64

(사) 55 사랑으로(S.54) 52 ; 57 살웨 레기나 55 ; 72 셩교회주보(43) 69 ; 64 셩마리아는(S.113) 61 ; 70 셩마리아여(S.110) 67 ; 59 셩모덕셔도문(38) 56 ; 69 셩모의 셩월(S.114) 66 ; 20 셩심도문(10) 21 ; 47 셩신이여(30) 45 ; 73 셩요셉찬양(S.132) 70 ; 31 셩탄이여(20) 33 ; 62 셩총 가득히59 ; 35 셩총이 가득(24) 36 ; 24 손을 들고(35) 25 ; 40 수난귀약(S.77) 40 ; 52 시온이여(34) 49 ; 6 신망애삼덕(S.64) 7

(아) 49 아름답다(32) 47 ; 25 아웨웨룸(11) 26 ; 18 아직까지(9) 19 ; 22 앗오레무스(12) 23 ; 19 앗오로테(8) 20 ; 65 어둔밤에(42) 62 ; 9 예수마음겸손(S.27) 10 ; 26 예수도문 27 ; 4 예수로 인하야(6) 5 ; 41 예수 산에셔(S.83) 41 ; 17 예수와 갓히 18 ; 42 예수항복셔41 ; 33 오날날(22) 35 ; 36 오날예수아기(S.71) 37 ; 54 오쥬예수셩심(36) 51 ; 53 오쥬예수셩심께(37) 50 ; 38 오쥬예수의(26) 39 ; 56 욘텬디를 54 ; 74 요셉도문 71 ; 8 우리를 위하야(S.37) 9 ; 43 우리무리(28) 42 ; 10 우리셩부(S.1) 11 ; 45 우리인생(S.17) 44 ; 60 우리 자모이신(40) 58 ; 44 인애하온(30) 43 ; 77 일즉된 새벽 75

(자) 23 젼능젼지(15) 24 ; 3 젼능하고(5) 5 ; 71 졍결하온(43) 68 ; 7 졍셩된 마음(26) 8 ; 5 쥬예수수난(16) 6 ; 79 쥬텬쥬여 77 ; 30 지극히 놉흐신(S.68) 32 ; 1 지셩지미(3) 3

(차) 13 참모든마음 14

(타) 11 텬상텬하의(41) 12 ; 80 텬쥬여네권셰(44) 78 ; 48 텬쥬셩신 46 ; 2 텬쥬의 놉흔(4) 4

(하) 27 하날구름(16) 29 ; 78 하날에 계신 76 ; 50 하날에 별수가 (23) 48 ; 28 헛된 사샹(S.21) 30

〈그림 3〉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제2쪽의 서문
 

총 80곡으로 명시된 재판은, 46번(생활하신 예수)은 “17번을 보라”는 지시로서 같은 곡이므로 결국 79곡을 수록하고 있다. 서문에 밝힌 내용대로 이 성가들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초판의 쪽수가 표기된 40곡 : 여기에는 까니시오 신부의 노고로 되었다는 2곡(35번, 52번)과 카시아노 신부의 1곡(33번)도 포함된다. 여기서 까니시오 신부와 카시아노 신부의 노고가 어떤 의미인지는 매우 모호하다.

② 《죠션어 성가》에서 발췌한 19곡 : 이 중에서 14번과 66번은 동일한 노래로서 ‘무변해샹’이다. 그런데 14번은 첫 마디가 박자에 맞지 않은 음가로 구성되었으며, 전체적으로 2성부로서 6절까지, 또 후렴은 가사만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66번은 1성부의 5절까지 노래와 3성부의 후렴으로 구성되어 있다.

③ 플라치도 신부의 작품 5곡 : 39번은 목차에서 누락되었다.

④ 나머지 15곡 : 초판의 쪽수가 표기되지 않았다. 서문의 내용대로라면 재판에 새롭게 수용된 성가일 수도 있다.

이상의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추측할 수 있다. 먼저 덕원 《朝鮮語聖歌》의 초판은 최소한 40곡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약 30곡 이상의 곡이 새롭게 첨가되었다”는 서문의 내용에 따라 《죠션어 성가》 19곡, 플라치도 신부의 5곡과 더불어 나머지 15곡이 새롭게 첨가된 곡일 수도 있다.

(3)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의 구성

총 81쪽의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은 1~2쪽의 인준서와 서문, 3~79쪽의 성가, 그리고 80~81쪽의 목록(Index)으로 구성된다.

성가 부분(3~79면)은 특히 3쪽에 “만국의 백셩들아! 텬주를 찬숑찬미 할지어다!”라는 찬미 기도로 시작(그림 4)되며, 마지막 79쪽 하단에 “finis 24. 6. 28. Ut in Omnibus glorificetur Deus!” 즉 “1928년 6월 24일 완료.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은 영광받으소서!”로 마무리한다(그림 5).

성가 부분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I. Cantus Missae : 각 미사곡은 Ad Introitum, Ad Offertorium, Post Consecrationem, Ad Communionem으로 이루어진다. 
  Veni Sancte Spiritus(1쪽 ; 1번) 
  첫 번째 Missa(4~6쪽 ; 2번~5번) 
  두 번째 Missa(7~11쪽 ; 6번~9번) 
  세 번째 Missa11)(11~16쪽 ; 10번~14번) 
  네 번째 Missa de Requiem(16~18쪽 ; 15번~17번12))
II. Ad Benedictionem 
  첫 번째 성체강복(19~24쪽 ; 18번~23번) 
  두 번째 성체강복(25~29쪽 ; 24번~26번)
III. Tempore Adventus 장림 때(29~31쪽 ; 27번~28번)
IV. In Nativitate Domini 예수셩탄 때(31~38쪽 ; 29번~37번)
V.13) Tempore Quadragesimali 봉재 때(39~42쪽 ; 38번~42번)
VI. Tempore Paschali 부활 때(42~45쪽 ; 43번~46번)
VII. Tempore Pentecostes 셩신강림 때(45~47쪽 ; 47번~48번)
VIII. In honorem Corporis Christi 셩톄가(47~50쪽 ; 49번~52번)
IX. In honorem Ss. Cordis Jesu 셩심가(50~53쪽 ; 53번~55번)
X.14) In honorem Ss. Trinitatis 셩삼가(54~55쪽 ; 56번)
XI.15) In honorem B. Mariae Virg. 셩모가(55~68쪽 ; 57번~70번)
XII. Pro aliquibus Festis et occasionibus(68~79쪽 ; 71번~80번)

〈그림 4〉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3쪽
 

〈그림 5〉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79쪽
 

(4) 재판의 특성

덕원 《朝鮮語聖歌》(재판)는 독일 아욱스부르크 교구 성가집인 ‘Laudate’의 체계와 노래에 의존하고 있으며, 음악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미사곡과 성체강복 성가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으로서, 이는 같은 시대의 《죠션어 성가》와 명확하게 구별, 대조된다.

둘째, 그레고리오 성가를 수록하고 있는데, 22번 Adoremus와 25번 Ave verum은 8분음표와 4분음표의 오선 악보에 가사는 한글 발음대로 적었으며, 57번 Salve Regina와 58번 Regina coeli는 악보 없이 가사만 한글 발음대로 적어 놓았다.

셋째, 네 개의 도문(20번, 셩심도문 ; 26번, 예수도문 ; 59번, 셩모덕셔도문 ; 74번, 요셉도문)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시편창법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멜로디를 사용함으로써 가톨릭의 성가와 한국의 전통적 음악과의 만남, 나아가 토착화로의 첫발을 시도하고 있다(그림 6). 이 곡들은 1938년의 덕원 《가톨릭 성가》에 그대로 전해진다.

넷째, 도문을 제외한 모든 곡들은 사실상 서양 성가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서 단지 가사만 우리말일 뿐이다. 즉 한국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거의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16)

다섯째, 그 외 주목할 만한 곡은, 75번 ‘In honorem Ss. P. Benedicti 셩 분도가, 77번 Ad Preces Matutinas 조과가, 78번 농사 강복가 그리고 79번 만과가이다.

〈그림 6〉 셩모덕셔도문
 

2) 연길 《聖歌》(1934)와 연길 《聖歌集》(1935)

14x21.9cm, 46쪽, 등사본의 연길 《聖歌》는 연길교구장 대리 서상렬(徐相烈) 감준, 구걸근(具傑根, P. Kanisius Kugelgen) 신부가 번역 겸 발행인으로서, 연길 천주당(延吉 天主堂)에서 1934년 2월에 발행하였다.

목록에는 총 43곡이 제시되고 있으나, 30쪽의 ‘성모통고가’가 두 번 표기되었으며, 40쪽의 ‘조과와 만과가’(유일한 2성부 성가)는 1절은 조과이며 2절은 만과이기에 결국 성가는 총 41곡이라고 할 수 있다.

목록(그림 8)뿐만 아니라 각 면에 표기된 성가 제목 다음에도 성가의 출처를 제시하고 있다. 문자 ‘L’은 아욱스부르크 교구 성가집인 ‘Laudate’를, 문자 ‘K’는 쾰른 교구 성가집인 ‘Koelner Gesangbuch’, 그리고 문자 ‘J’는 Jenki,17) 즉 연길을 의미하며 연길에서 이미 사용되던 성가집을 의미한다. 더불어 출처를 밝히지 않은 곡도 있다. L 25곡(6면의 ‘졍셩된 마음으로’는 두 개의 원문 출처를 밝히고 있다. J.30, L.87), K12곡(2쪽의 ‘옛셰의 뿌리에서’와 33쪽의 ‘왼마음보다우헤’ 역시 두 개의 원문 출처를 밝힌다. J. 16, K21 ; K. 100, J46), J 5곡, 출처를 밝히지 않은 2곡. 총 41곡.

〈그림 7〉 연길 《聖歌》
 

발행인인 구걸근 신부의 1957년 7월 8일 편지 중에 다음과 같은 진술이 있다. “프랑스 선교사의 성가책이 있기 하지만 많은 곡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덕원과 합의하길, 아름다운 독일 성가들을 멜로디는 유지한 채 번역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40곡을 이미 완성했을 때, 덕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성가책의 부족을 실감하였기에, 당시 사용되던 프랑스 성가들과 제 곡들을 묶어 임시로 성가책(Interimsliederbuch)을 만들었습니다(1,500부). 인쇄를 하자마자 모든 책이 순식간에 절판되었습니다. 덕원 성가집이 출판된 후에도 연길에서는 같은 책이 8,000부 정도 이렇게 저렇게 인쇄되었습니다.”18)

〈그림 8〉 연길 《聖歌》 초판의 목록
 

연길 《聖歌集》은 12x18cm의 인쇄본 성가집으로 연길교구 감목이기도 한 브레허(Dr. Theodorus Breher) 수도원장이 감준(1935년 7월 22일)하여 연길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출판하였다. 총 166쪽의 120곡을 수록하고 있는 이 성가집은 연길《聖歌》(1934)의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 확대하였다19).

3) 회령 《聖歌乃俗歌集》20)

회령 《聖歌乃俗歌集》은 13x21.5cm의 408쪽 364곡의 등사본으로서, 회령 본당 주임 신부인 그라프(Dr. P. Olaf Graf) 신부가 1932년과 1938년 사이에 펴냈다. 한글 가사는 이효상(李孝祥, Ri Achilles) 씨가 번역하였다.

한글 가사의 독일 성가와 독일 세속노래 모음집의 독일어 서문 요약은 이러하다. 이 노래집은 “성가와 독일의 교회적 노래, 세속노래, 민요 등을 묶은 것이다. 그러나 이 성가집의 독특함은 성가집 편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독일의 성가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일반 노래들을 함께 배우게 하여 일차적으로는 음악을 통한 이들의 정서함양을 꾀하고 나아가 이들이 성가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성가집이 참고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JV = Die Lieder Jungvoelker, M-Gladbach, 1927
L = Gesangbucher Evan-Lutherischen Kirche in Bayern, 1932
C = Der Kanon, Fr. Joede, Kallmeyer Verlag, 1929
M = Der Musikant, Fr. Joede, Kallmeyer Verlag, 1932
N = Lieb Nachtigal, Klemens Neumann, Mainz Gruenewald Verlag, 1930
T = Tandaradel, Joh.Hatzfeld, Augsburg, 1930
Z = Der Zupfgeigenhansl, Hans Breuer, Leipzig, 1919

이 성가책은 무엇보다도 한국 청소년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배려, 나아가 성가와 세속노래를 통하여 청소년들을 교육하려는 데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4) 덕원 《가톨릭 성가》

원산 본당 주임 신부였던 진도광(陳道光, Wolfram Fischer) 신부가 원산감목 보니파니오 주교의 감준(1938년 7월 1일)을 받고 펴냈다. 12x18.5cm의 크기, 256쪽에 214번까지 성가번호가 표기된 인쇄본이다.

〈그림 9〉 덕원 《가톨릭 성가》
 

(1) 성가책의 구성

덕원 《가톨릭 성가》는 전례력에 따라 성가들이 배치(목록 I : 그림 10)되었는데, 성삼찬가와 연중찬가 사이에 다양한 찬가, 즉 성체찬가, 성심찬가, 성모찬가, 성요셉찬가, 천신찬가, 성인찬가를 두고 있다.

계속해서 세 가지 창가미사(I, Ⅱ, Ⅲ)21)와 함께 연령창가미사22)와 연령을 위한 성가, 그리고 다양한 도문(예수성심도문, 예수성명도문, 성모덕서도문, 성요셉도문), 성수예식 성가, 성체강복 성가가 이어진다.

두 가지 라전문 창가미사(I, Ⅱ)23)와 더불어 크레도,24) 라전문 연령창가미사, 리베라메, 그리고 기타의 곡들로 마무리된다.

〈그림 10〉 덕원 《가톨릭 성가》의 목록(Ⅰ)
 

목록 II는 가나다 순서로 성가들이 정리되었는데, 특이한 것은 성가 번호 208번까지만 수록되어 있고, 라전문 창가미사곡 이후의 성가들(성가 209번~214번)은 생략되었다.

(2) 성가책의 특징

첫째, 《죠션어셩가》(1925)에서 8곡(무궁무진세에, 무변해상, 성마리아는, 성마리아여, 성요셉찬양, 오묘하다, 오날예수아기, 마리아 우리 모여25))만 채택되었는데, ‘오묘하다’와 ‘마리아 우리 모여’를 제외한 나머지 6곡은 이미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에 수록되었었다. 이 성가집의 곡 대부분은 독일어 성가로서, 진도광 신부가 참고한 책은 ‘Salve Regina’와 ‘Magnifacat’이다.

〈그림 11〉 성가 1번 : 독창과 합창 표시
 

〈그림 12〉 그레고리오 성가 : 긔리에
 

둘째, 각 성가를 독창과 합창이 교대로 부르도록 S자와 Ch자를 표기하였다(그림 11). 여기서 ‘합창’(Chor, 독)은 ‘제창’의 의미를 갖는다. 가톨릭 교회전례에 있어서 이러한 ‘대화 형식’은 매우 중요한 특성으로서, 이미 초대 교회 공동체 전례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나아가 전례 음악에도 직접적으로 활용되어 결국 답창형식(Responsorium)이나 교창형식(Antiphona)으로 발전하게 된다.

성가 193번까지 6곡(22번, 60번, 61번, 68번, 87번, 95번)을 제외한 모든 성가가 독창과 합창의 대화 형식으로 꾸며졌다. 이 중에서 3곡(118번, 120번, 131번)만 합창(Ch)으로 시작하며, 다른 대부분의 곡들은 독창(S)으로 시작하고 있다.26)

셋째, 그레고리오 성가는 오선 악보에 8분 음표와 4분 음표로 표기되었다. 라틴어 가사는 발음 그대로 한글로 적었는데, 특히 가사 밑에 해석을 첨부함으로써 라틴어 가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그림 12).

넷째, 도문(Litania)은 이미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1928)에 있던 4곡으로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형식에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을 대입한 매우 특징적인 곡이다(그림 13, 14). 이에 대해서는 베네딕도 수도원이 한국과 만주에 진출한 60주년을 기념하며 발행한 ‘HWAN GAB’도 이렇게 진술하고 있다. “도문(호칭기도, Litania)을 위해서는 한국의 멜로디가 사용되는데, 이는 이미 몇 해 동안 미사에 사용되었던 멜로디이다.”27)

〈그림 13〉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의 예수성심도문
 

〈그림 14〉 덕원 《가톨릭 성가》(1938)의 예수성심도문
 


2. 이문근의 《가톨릭성가집》(1948)에 분도 수도회 성가책이 끼친 영향


1) 이문근의 《가톨릭성가집》(1948)의 성격

이문근 신부(1918~1980)가 1948년 서울 성신대학 음악부에서 출판한 《가톨릭성가집》은 한국 가톨릭 성가집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고 있다. 머리말에서 “이 성가집은 그 이름이 말하는 바와 같이 대부분이 예전부터 우리 가톨릭교회 내에 성가로 사용되던 시와 노래를 수집하여 거기서 우리 땅에 제일 적합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리어 이루어진 책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가톨릭성가집》은 무엇보다도 20세기 전반부에 한국 가톨릭 음악의 두 가지 흐름이었던 프랑스계 성가와 독일계 성가를 총정리하였으며, 나아가 그 이후 출판되었던 다른 성가집의 기본적인 모델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은 성가는 예전적 창미사가 아닌 미사와 성체 강복 때에 불러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머리말은, “이 성가집이 그레고리오 성가 외에는 전부 혼성 합창곡으로 편곡”되었고, “아직 적당한 반주책이 없는 지방에서는 이 편곡을 그대로 반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림 15).

〈그림 15〉 혼성합창곡 혹은 반주로 사용할 수 있는 편곡
 

2) 베네딕도회 성가의 비중

총 117곡28)으로 이루어진 이 성가집은 ‘미사’를 위한 성가들과 ‘성체강복’을 위한 라틴어 성가로 구성된다. ‘미사’를 위한 부분은 성수 예절을 위한 두 곡의 그레고리오 성가(Asperges me, Vidi aquam) 외에는 모두 4부 성가곡이며, ‘성체강복’을 위한 부분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4부의 라틴어 성가로 이루어졌다.

이 성가집의 “시와 노래는 권위 있는 여러 성가집에서 선출된 것이다”(머리말). Recueil de Prieres Cantiques et motets, The St. Gregory Hymnal and Catholic choirbook, Chants religieux, Cantate Domino, Choix de cantiques, 조선어 성가, 가톨릭 성가 외 4종.

여기서 “우리 가톨릭 교회 내에 성가로 사용되던 시와 노래”인 ‘조선어 성가’와 ‘가톨릭 성가’는 각각 《죠션어셩가》 재판(1925)과, 덕원 《가톨릭 성가》(1938)로 이해된다.

덕원 《가톨릭 성가》에서 선출된 곡은 총 31곡으로 곡명은 이러하다. 1 아스 뻬르 제스 메(덕원 198) ; 2 비디아꽘(덕원 200) ; 3 무궁세 우리 주를(덕원 50) ; 4 나는 굳이 믿사오리(덕원 159) ; 6 지극히 화려하고(덕원157) ; 16 천주여 네 권능과(덕원 163) ; 19 교형들아(덕원 105) ; 22 주여 어서 오소서(덕원 110) ; 24 세상의 참된 행복(덕원 103) ; 31 열절하신 주의 사랑(덕원 116) ; 34 주 예수여(덕원 122) ; 36 허다한 마음 중에(덕원 117) ; 39 무변해상(덕원 125) ; 42 천상 천하의 모후(덕원 146) ; 46 네 머리를 꾸미오리(덕원 135) ; 47 성 마리아는(덕원 130) ; 51 성모의 성월(덕원 131)29) ; 54 성 마리아여(덕원 144) ; 55 마리아 모후여(덕원 136) ; 56 천주여 모든 괴롬에(덕원 7) ; 59 남녀 교형네여(덕원 18) ; 63 고요한 밤(덕원 20) ; 65 옛 노인 말씀(덕원 12) ; 67 한 많은 근심에(덕원 58) ; 70 주 예수 바라보라(덕원 66) ; 71 대왕의 기(덕원 72) ; 76 알렐루야 노래하자(덕원 78) ; 78 임하소서 성신이여(덕원 88) ; 79 성 오셉 찬양하세(덕원 149) ; 82 무궁 무진세에(덕원 153) ; 103 딴뚬에르고(덕원 207).

이 중에서 6곡(무변 해상, 성 마리아는, 성모의 성월, 성 마리아여, 성 요셉 찬양하세, 무궁 무진세에)은 《죠션어셩가》(1925)의 곡들과 공통이다.

이에 반해 《죠션어셩가》(1925)에서 선출된 곡은 덕원 《가톨릭 성가》와 공통된 6곡을 포함하여 총 24곡30)이다.

따라서 총 117곡 중에 한국 전 지역에서 그동안 사용되었던 두 성가집에서 49곡이 포함(6곡의 공통곡 포함)되었는데, 그 중에서 덕원 《가톨릭 성가》에서는 31곡, 《죠션어셩가》에서는 24곡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3. 1948년 이후 성가집

1) 시간전례를 위한 성가집31)

시간전례를 위한 성가집은 《안티포날레》와 《찬미의 노래》이다.

《안티포날레》는 1983년에 발행되었는데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무엇보다 저녁기도와 끝기도를 위한 만들어 낸” 성가집이다. 성가책의 뒷부분에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의 시간 전례 곡을 첨가하였다.

《찬미의 노래》는 주일과 대축일의 초대송, 독서의 기도, 아침기도를 위한 책으로서, 장 엘마르 신부(P. Elmar Lang, 장휘, 1922~)가 1986년부터 ‘찬미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인쇄하고 계속적인 수정 작업을 통해 1990년 수도회 내부 사용 용도로 출판하였다. 대부분의 노래는 시간전례를 위한 곡이고, 미사를 위해서 몇 곡의 입당송과 미사 통상문, 사도신경, 나아가 한가위 대축일을 위한 시간 전례와 미사곡이 첨가되었다.

이 두 성가책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토대로 하고 여기에 한글 가사를 적용하는 시도(그림 16, 17)를 하였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에 있어 ‘말씀과 음(선율)의 관계’(Wort-Ton-Verhaeltnis)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고대 수사본(Semiologia)의 연구를 중심으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근본적으로 해석, 이해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Verbum Dei)이 음악적 선율로 어떻게 육화(Incarnatio)하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멜로디에 단순히 한글로 된 말씀을 ‘대입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가사를 적용하는 이러한 시도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말씀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면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며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는 교회적, 전례적 가능을 열어 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안티포날레》 앞부분의 “그레고리안32) 성가란?”이라는 부분의 내용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로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일반적 성격, 선율적 기호, 시편을 노래할 때의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선율적 기호에 대한 설명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막대한 장애를 줄 정도의 오류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이러하다.

첫째, Punctum, Virga를 보통음표, Quilisma를 특수음표로 나누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구분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둘째, 이러한 음표의 길이를 8분 음표에 해당하는 한 박자로 간주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레고리오 성가가 자유로운 리듬을 갖는다는 설명과 상충하며, 그레고리오 성가의 흐름을 올바로 노래하는 데 있어 그 생명력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셋째, Virga에는 항상 악센트가 있다는 설명은 부적절하다.

넷째, Quilisma의 선행하는 음에 악센트가 붙는다고 하였지만, 그레고리오 성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악센트’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못하며, Quilisma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음은 Quilisma 다음에 오는 음이며, 멜로디는 항상 그 음을 향하여 흐르게 된다.

다섯째, Neuma에 대한 설명에서 특히 5선 현대 악보를 통해 표시한 악센트는 전혀 근거 없으며, 심각한 오류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여섯째, Punctum mora, Transversum Episema, Rectum Episema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표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다만 프랑스 솔렘(Solesmes) 수도원에서만 사용하는 기호이다.

일곱째, ‘시편을 노래할 때의 요령’에서 “각 구절마다 대개 시작부분, 십자표, 별표, 끝부분의 4개의 요소로 이루어지나 이중 별표와 끝부분은 항상 있다”라는 설명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시편창법을 설명하는 데 적당하지 않다. 시편창법은 도입부, 낭송부(휴지부), 중간종지, 낭송부, 종지로 구성된다.

더불어 《안티포날레》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더 지적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시편 양식에 있어 ‘Ⅸ 양식’이라는 표현보다는 ‘Modus Peregrinus’가 올바르다. ‘순례하는’이라는 의미의 ‘Peregrinus’는 시편의 낭송음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어서, 낭송음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옮겨(순례)가는 것을 뜻한다.

또한 ‘Ⅱ특’이 어떤 시편양식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Ⅲ특’이 의미하듯, 낭송음이 ‘시’인 것이 사실은 그레고리오 시편창법 제3 양식이다. 이미 1934년 출판된 Antiphonale Monasticum이 제3 양식의 낭송음 ‘도’가 아니라 ‘시’임을 천명하고 있다. 《안티포날레》 뒷부분에 있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 부분의 ‘시편 양식’에서도 제3 양식(Tertius Modus)의 낭송음을 ‘시’로 표시하고 있다.

〈그림 16〉 《안티포날레》 찬미가(71쪽)
 

〈그림 17〉《찬미의 노래》의 후렴(11쪽)
 

2) 미사를 위한 성가집

《LIBER USUALIS》 혹은 《분도회 전례서》라고도 하는 이 성가집은 1984년 출판되었는데, “우리는 이 책에서 그레고리안 성가집(GRADUALE)과 수도원예식서(RITUALE MONASTICUM)의 몇 부분들을 포함시키고 있다”라는 머리말의 지적대로 미사곡(고유시기, 성인고유, 기리알레)과 예식을 위한 곡(예식서)로 구성되어 있다.

고유시기와 성인고유의 미사 고유부분(Proprium)은 오로지 입당송(Introitus)과 복음 전 노래(Alleluia)만 다루고 있다.

입당송은 먼저 해당 전례에 맞는 한글 구절이 제시되고 4선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가 이어진다(그림 18). 복음 전 노래는 특히 시편을 한글로 노래한다(그림 19).

〈그림 18〉 대림 제3 주일 입당송
 

〈그림 19〉 대림 제3 주일 복음 전 노래
 

기리알레 부분은 18곡의 Kyriale, 4곡의 Credo가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로, 특히 2개의 사도신경, 1개의 니체노 신경이 한글 가사로, 이어 미사의 다른 부분들이 때로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로, 때로는 한글 가사로 실려 있다.

예식서 부분은 베네딕도회의 고유하고 다양한 예식에 필요한 성가들이 한글 가사로 되어 있다.

《그레고리오 미사곡》 역시 미사를 위해 2005년 출판된 성가집으로서 머리말을 통해 이 성가집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을 알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이 성가집의 의의는 이러하다. “라틴어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현대인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제대로 부르기는 어려운 일이다. … 한국 실정에 맞는 곡들을 선별하여 라틴어 노랫말 밑에 우리말 번역이 실린 한국어판 ‘그레고리오 미사곡’을 내게 되었다. 이제 미사 중에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거나 듣는 사람은 라틴어 노랫말의 뜻을 새기며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노랫말 전체뿐 아니라 어떤 단어에 해당하는 멜로디에 왜 강조점을 두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는 더욱 신앙적인 신뢰를 표현해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1938년의 덕원 《가톨릭 성가》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듯이, 라틴어 노랫말 밑에 우리말 번역을 둠으로써 그레고리오 성가의 의미와 멜로디를 모두 이해하고, 나아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음악적으로뿐 아니라 전례적으로도 기쁘게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점이다.

둘째로, 1908년의 바티칸 본인 ‘Graduale Romanum’에서 직접 악보를 옮겨 실었는데, 고유부분을 위해서는 입당송과 복음 환호송과 영성체송만을 수록하였으며, 나아가 “위령 미사를 비롯하여 미사 때 부르는 여러 노래, 곧 주일 성수예식, 19가지 미사 통상곡, 4가지 신경, 영광송, 주님의 기도와 여러 기회에 사용할 수 있는 알렐루야, 부속가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입당송의 시편과 복음 환호송의 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셋째로, 뮌스터슈바르작(Muensterschwarzach) 수도원의 라바누스 에어바허(P. Rhabanus Erbacher O.S.B.) 신부가 그린 성 갈렌(St. Gallen) 고대 수사본의 기호들을 사각형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 위에 빨간 색으로 그려 넣었다. 이것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원본대로 제대로 이해하고 노래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작업으로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말씀과 선율과의 관계를 통해 그레고리오 성가의 리듬, 즉 마치 물이 흘러가면서 때로는 빨리, 때로는 느리게,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마치 서는 듯하다가도 계속 흘러가는 고유한 리듬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레고리오 미사곡》의 상갈 고대수사본이 《Graduale Triplex》(1979)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림 제1 주일 입당송인 ‘Ad te levavi’를 서로 비교할 수 있다(그림 20, 21). Ad te 부분에서 원래는 두 음을 나타내는 Pes임에도 불구하고 한 음만을 표기하는 바티칸 본에 맞추기 위해 Virga를 적었다. neque의 Virga에서 Episema 차이가 있으며, 나아가 neque에서는 Tractulus 대신 Virga를 적고 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자기호(inferius, tenete, celeriter, equaliter 등)가 모두 생략되었다.

〈그림 20〉 《Graduale Triplex》(1979) 대림 제1 주일 입당송
 

〈그림 21〉 《그레고리오 미사곡》 대림 제1 주일 입당송
 

이와 같이 미사곡집인 《LIBER USUALIS》와 《그레고리오 미사곡》은 출판을 위한 노력과 한글 가사를 통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이해라는 중요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한과 한계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입당송과 복음 전 노래, 나아가 영성체송만을 실음으로써 미사의 고유 부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었다. 이미 1200년 전부터 미사 고유 부분을 완벽하게 마련하고 전례 안에서 노래해 온 가톨릭 역사 안에서 20~21세기의 성가집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모방적이라는 사실이다.

《Graduale Romanum》(1974)과 《Graduale Triplex》(1979)가 이미 우리에게 제시된 오늘날에 있어 그레고리오 성가의 레파토리 전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출판할 수 있는 노력과 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3) 기타 성가집

그 밖에도 분도출판사를 통해 출판된 성가집이 세 가지 있다. 그것은 손상오의 《시편성가》(1987), 서행자 수녀의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곡》(1997), 이혁우의 《찬미의 노래》(2001)이다.

모두가 한 사람에 의해 또 미사를 위해 작곡된 성가집이다. 시편성가는 화답송과 알렐루야 그리고 사순 시기를 위한 복음환호송을 다루고 있다.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곡은 미사곡,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 대축일(9월 20일)을 위한 화답송과 알렐루야, 그리고 2곡의 봉헌성가를 포함한다. 찬미의 노래는 화답송과 영성체송을 작곡한 성가집이다.


4. 마치는 글 -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

1) 베네딕도회 성가집이 갖는 의의와 한계점


베네딕도회의 성가집 출판은 수도회의 역사에 따라 함께 변화하였다.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라는 정신으로 한국에 진출한 20세기 전반기에는 ‘선교사’로서의 활동에 상응하는 성가집이 출판되었다. 지역적으로 덕원과 연길을 중심으로 수도회 자체 수도생활뿐 아니라 선교에 헌신했던 이 시기에 출판된 성가집에서는 무엇보다도 한국 신자 공동체가 전례 때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목적이 두드러진다.

1948년을 계기로 이문근 신부가 출판한 《가톨릭성가집》은, 서울, 대구를 중심으로 했던 프랑스계 성가들과 덕원, 연길을 중심으로 했던 독일계 성가들을 하나로 통합한 의미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교회의 발전과 성장의 외적인 표지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왜관을 중심으로 한 베네딕도 수도원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수도원 전례를 위한 성가집, 특히 베네딕도회 전례의 특성에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를 중심으로 한 미사와 시간전례를 위한 성가집이 출판되었다.

이렇게 한국 천주교회의 상황에 따라 함께 변화해온 베네딕도회 성가집이 갖는 의의와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1) 덕원, 연길 수도원 시대

첫째, 1923년 출판된 덕원 《朝鮮語聖歌》(초판)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교구 차원의 첫 번째 성가집이라는 데 결정적인 가치가 있다. 비록 지금 현존하지는 않으나 다행스럽게도 1928년의 재판 머리말을 통해 초판이 출판되었다는 확실한 근거, 초판에 40곡 이상의 성가가 수록되었으며 또 어떤 곡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더불어 1909년 한국에 진출한 베네딕도 수도회가 얼마 지나지 않아 1923년에 정식 성가집을 출판했다는 사실은 독일 선교사들의 열정과 노고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독일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은 독일 성가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음악적 전통과 프랑스 계열의 성가들에 대해서도 관대하였다.

특히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에 수록된 4개의 도문(20번, 셩심도문 ; 26번, 예수도문 ; 59번, 셩모덕셔도문 ; 74번, 요셉도문)은 한국의 전통적인 멜로디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2곡(20 셩심도문(10) 21 ; 59 셩모덕셔도문(38) 56)은 이미 초판에 수록되었었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 성가의 토착화를 위한 발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데, 이 4곡은 1938년의 덕원 《가톨릭 성가》에 그대로 전해지며, 그중에서 ‘셩모덕셔도문’은 20세기의 후반의 《찬미의 노래》에 부록으로 첨가되었다.

또한 1924년 출판된 《죠션어성가》 초판뿐 아니라 1925년, 1932년의 재판 모두 독일계 성가를 전혀 수록하지 않은 데 반해,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은 《죠션어성가》 재판(1925)에서 19곡을 발췌, 수록하였다.

셋째, 회령 《聖歌乃俗歌集》은 성가뿐 아니라 세속 노래도 함께 수록함으로써 일찍부터 음악을 통한 청소년 사목에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이는 오늘날 생활 성가의 뿌리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넷째, 그레고리오 성가를 항상 전례에 포함시켰으며, 그 라틴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거나, 나아가 덕원 《가톨릭 성가》(1938)에서는 그 뜻을 첨부함으로써 일반 신자들의 성가 이해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였다.

다섯째, 독일 베네딕도 선교사들의 성가집은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부분적인 노력(도문)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천주가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 고유의 음악적 전통과의 단절을 초래하였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설립된 이래 약 130년 이상 다양한 전례를 수반해 왔던 천주가사의 전통과 한국 음악의 유산은 서양 음악의 유입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비록 가사가 한글로 쓰였고, 프랑스 계열의 《죠션어성가》에서 14곡이 천주가사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음악적으로는 순전히 서양 음악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이문근 신부의 《가톨릭성가집》에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 왜관 수도원 시대

첫째, 미사와 시간 전례를 위한 성가들을 특히 그레고리오 성가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노력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이 천명하듯, 그레고리오 성가가 전례에서 같은 조건이라면 ‘첫 자리’를 차지한다는 정신에 부합하며, 또한 전례와 그레고리오 성가의 모범이 되는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약 1,500년 동안 지켜온 전통과도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시간 전례에 대한 성가집은 오로지 수도원의 몫이며, 미사곡에 있어서도 통상부분뿐 아니라 고유 부분, 나아가 낭송 부분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세심한 전례적, 음악적 작업은 베네딕도 수도회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둘째, 그레고리오 성가의 대중적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레고리오 성가 멜로디에 우리말을 대입시킨 작업은 가사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레고리오 성가의 본질적 특성, 즉 “그레고리오 성가의 멜로디란 하느님의 말씀이 음악적으로 육화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그레고리오 성가의 실체적 의미를 훼손하고 말씀과 멜로디의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갖는다.

셋째, 미사의 고유 부분을 입당송, 복음 전 노래, 영성체송으로 제한하지 말고, 고유 부분 전체를 포함한 성가집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Graduale Romanum》이 1974년에, 또한 《Graduale Triplex》가 1979년에 출판되어 널리 보급된 교회 내에서 굳이 미사곡을 부분적으로 제한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넷째, 수도원의 정통성 있는 전례, 이를 필요한 온전한 성가집 출판을 위해서 교회음악 전문가 양성이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는 베네딕도 수도회의 고유한 영역이다.

다섯째, 새롭게 작곡된 미사곡들의 출판은 매우 바람직하며, 나아가 교회 음악에 대한 폭넓은 출판(오르간곡, 합창곡 등)도 기대된다.

2) 삶으로서의 전례, 통합적 의미의 토착화

전례는 삶이고 역사이다. 삶과 역사가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고 발전하듯이, 전례 역시 역동성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에게 전례는 삶의 중심이고 원동력이다. 베네딕도 수도회 생활에 있어 전례는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중심에는 언제나 전례 생활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1909년 한국에 진출한 베네딕도 수도회에 있어서도 전례는 한국 가톨릭 역사와 신앙에 충실한 동반자로서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수많은 질곡의 역사를 살아내야만 했던 한국의 20세기라는 시대에 서울, 덕원, 연길을 거쳐 마침내 왜관에 정착하게 된 베네딕도 수도회는 그때마다 합당한 전례와 더불어 이에 상응한 성가집들을 출판하였다.

이러한 삶으로서의 전례는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나아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통시적 측면과 현재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공시적 측면을 모두 수용하는 통합적 의미를 가지며, 바로 이것이 토착화의 본연의 의미일 것이다. 결국 전례의 토착화는 삶의 모습 그대로 ‘적응’과 ‘한계’라는 이중 구도 속에 계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100년 동안 베네딕도회가 출판한 성가집들 역시 토착화의 이중 구도 속에 많은 성과와 더불어 극복하지 못한 한계들을 안고 있다.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로서 이룩한 베네딕도 수도회의 성과들은 가톨릭 역사 안에 귀중한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며, 극복하지 못한 다양한 한계들은 이 시대에 주어진 과제로서 수도승과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할 수 있는 은총의 계기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1차 자료
성 베네딕도회 덕원 수도원, 《朝鮮語聖歌》, 1928
민 아오스딩, 《죠션어 성가》, 1924, 1925, 1932
구걸근, 연길 《聖歌》, 연길천주당, 1934
진도광, 《가톨릭 성가》, 성 베네딕도회 덕원출판부, 1938
이문근, 《가톨릭성가집》, 성신대학 음악부, 1948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찬미의 노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안티포날레》, 분도출판사, 1982
백 쁠라치도, 김 라파엘라, 《LIBER USUALIS》, 왜관, 대구 수도원, 1984
이형우 옮겨 엮음, 《그레고리오 미사곡》(GADUALE), 분도출판사, 2005
손상오, 《시편성가》, 분도출판사, 1987 초판/2004 개정판(2005 17쇄)
서행자 수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곡》, 분도출판사, 1997
이혁우, 《찬미의 노래》, 분도출판사, 2001 초판/2003 재쇄
CONRGEGATIONIS TUTZINGENSIS PRIORATUS DAEGUENSIS O.S.B., ANTIPHONALE MONASTICUM, 1984
투칭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ANTIPHONALE MONASTICUM, 2007

논문류
한국교회사연구소, 〈죠션어 성가〉, 《교회와 역사》 67, 1981
김대붕, 〈한국 천주교회의 성가집에 관한 고찰〉, 《200주년기념논문집》 1, 한국교회사연구소, 1984
유정숙, 〈한국 가톨릭성가집의 변천에 관한 연구〉, 숙대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87
이상준, 〈한국 가톨릭성가의 시대적 배경에 관한 연구〉, 경희대교육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83
장안숙, 〈한국 가톨릭성가의 역사적 변천에 관한 연구〉, 계명대교육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75 ; 《200주년기념논문집》 1, 한국교회사연구소, 1984
조선우, 〈한국 가톨릭성가의 어제와 오늘〉, 《한국 음악사학보》, 한국음악사학회, 1995, vol. 14
차인현, 〈한국천주교회의 성가와 성가집〉, 《200주년기념논문집》 1, 한국교회사연구소, 1984
―――, 〈조선교구와 전례음악〉, 《새벽》, 1981, 7월호
―――, 〈한국 가톨릭음악〉, 《한국가톨릭대사전》, 1985
―――, 〈한국에서의 프랑스 교회음악과 성가의 수용〉, 《200주년기념논문집》 1, 한국교회사연구소, 1984
홍민자, 〈가톨릭 성가〉(덕원, 1938), 《교회와 역사》 86, 1982

단행본
차인현, 《한국 천주교회와 성가》, 가톨릭출판사, 1991
Adelhard Kaspar/Placidus Berger, HWAn GAB, 60 Jahre Benediktinermission in Korea und in der Mandschurei, Vier-Tuerme-Verlag Muensterschwarzach,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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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인현, 〈한국천주교회의 성가와 성가집〉, 《200주년기념논문집》 1, 한국교회사연구소, 1984, 53쪽.
2) 차인현, 위의 글, 56쪽. 재인용.
3) 차인현, 위의 글, 57쪽. 재인용.
4)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출판된 책은 밑줄로 표시한다.

5) 최초의 ‘전국 통일 가톨릭성가집’으로서 《가톨릭성가집》이었다가 1975년 제26판 때 《정선 가톨릭 성가집》이라고 제호를 바꾸었다.

6) 서울에서 1924년 출판된 《죠션어 성가》는 62곡, 1925년의 재판은 7곡이 첨부되어 69곡을 담고 있다.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에 첨부된 ‘죠선어 성가’의 곡들은 재판의 마지막 7곡 중에서도 몇 곡을 포함하고 있기에, 결국 여기서 《죠션어 성가》는 1925년의 재판을 의미할 것이다.

7) 목록에서 성가 76번에는 ‘S’ 문자와 《죠션어 성가》의 해당 쪽수가 빠져 있다.
8) 목록에는 성가 39번이 누락되었다.

9) 각 성가 제목의 앞에 있는 번호는 재판의 성가 번호이고, 뒤의 번호는 재판의 쪽수를 의미한다. 성가 제목과 쪽수 사이의 괄호 속 번호는 서문에서 밝힌 대로 초판의 쪽수를, S 문자가 덧붙여진 번호는 《죠션어 성가》의 쪽수를 나타낸다.

10) (S.140)이라는 숫자가 실수로 표기되지 않았다.
11) Ad Sanctus(거룩하시도다)가 첨가된다.
12) Ad Offertorium은 첫 번째 미사의 곡인 성가 3번을 보라고 지시되어 있다.
13) 로마숫자 V가 누락되었다
14) 로마숫자 X가 누락되었다.
15) 로마숫자 XI이 누락되었다.

16) 한국의 전통적 음악 양식이 사라진 현상은 《죠션어 성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판(1924)의 62곡 중에서 천주가사의 ‘사향가’와 ‘삼셰대의’에서 각각 7곡씩 14곡을 채용하긴 했지만, 음악적 형식은 모두 서양 양식을 따라가고 있다, 천주가사를 채용한 곡은 이러하다. ‘사향가’에서, 어화우리형뎨(5), 슯흐고도가련하다(6), 가련하고불샹하다(7), 우리인생바랄것이(8), 참혹하다악쟈들(9), 헛된셰상다바리고(10), 랭담교우가련하다(17) ; ‘상셰대의’에서, 요안의게셰를(11), 쳔쥬셩자강생(15), 팔일만에할손례(16), 슈난귀약다다르니(38), 알넬누야(43), 거룩하다(44), 예수부활(45).

17) 연길은 일반적으로 Tenki로 표기하나, 이 성가집에서는 ‘J’로 판독된다.

18) Adelhard Kaspar/Placidus Berger, HWAn GAB, Vier-Tuerme-Verlag, Muenster schwarzach, 1973. p. 115.

19) 조선우, 〈한국 가톨릭성가의 어제와 오늘〉, 《한국 음악사학보》, 한국음악사학회, 1995, vol. 14. 58쪽.
20) 조선우, 같은 글. 59~60쪽의 내용을 요약한다.

21) 창가 미사는 미사 고유 부분을 의미한다. 초입가, 영복가, 서간과 복음경에, 제헌가, 감사경후가, 거양성체후가, 영성체전가, 미사 끝에.

22) 연령 창가 미사 구성은 다음과 같다. 초입가, 연경, 제헌가, 거양성체후가, 미사끝에.
23) Kyriale 1번과 8번.
24) Credo 3번.
25) ‘죠션어 성가’의 제목은 ‘성모의 성월’이다.

26) 135번은 시작부분에 S 자가 실수로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바로 이어서 Ch, S, Ch가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S) - Ch - S - Ch.

27) Adelhard Kaspar/Placidus Berger, 같은 책, p. 117.
28) 이문근 신부 작곡의 5곡이 포함된다. 복자찬가, 삐에 뻴리까네, 꼬르예수, 빠르체도미네, 라우다떼.
29) 덕원 《가톨릭 성가》의 제목은 ‘마리아 우리 모여’이다.

30) 11 하나이신 천주(죠션 4) ; 20 우리를 위하여(죠션 19) ; 21 땅에 엎디여(죠션 22) ; 23 평화의 주(죠션 26) ; 32 예수 마음(죠션 13) ; 33 성심이여(죠션 28) ; 39 무변해상(죠션 59) ; 44 바다의 별(죠션 60) ; 45 애덕의 모(죠션 57) ; 47 성 마리아는(죠션 55) ; 49 그 외아들(죠션 42) ; 50 즐기소서(죠션 64) ; 51 성모의 성월(죠션 56) ; 52 성모여 너를(죠션 50) ; 54 성 마리아여(죠션 54) ; 58 구세주 빨리오사(죠션 30) ; 61 지극히 높으신 자(죠션 33) ; 62 구유에 누워(죠션 32) ; 66 예수 생각(죠션 14) ; 68 수난 기약(죠션 38) ; 74 예수 부활(죠션 45) ; 75 거룩하다(죠션 41) ; 79 성 요셉 찬양하세(죠션 65) ; 82 무궁 무진세에(죠션 69).

31) 투칭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에서도 시간 전례에 대한 성가집이 출판되었다. ANTIPHONALE MONASTICUM(1984), ANTIPHONALE MONASTICUM(2007).

32) 일반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가 정식 명칭이다.

[교회사 연구 제33집, 2009년 12월(한국교회사연구소 발행), 최호영(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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