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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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모든 이들이 따라야 하는 표준이나 되는 듯한 태도(수평적 적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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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02 ㅣ No.758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모든 이들이 따라야 하는 표준이나 되는 듯한 태도(수평적 적대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인근의 케피소스 강가에서 여인숙을 차려 놓고 손님을 맞았다. 그는 손님이 들어오면 집 안에 있는 쇠 침대에 눕혔는데, 쇠 침대는 큰 것과 작은 것 두 개가 있어 키 큰 사람에게는 작은 침대를, 작은 사람에게는 큰 침대를 내주었다. 그리고는 손님을 침대의 크기에 맞게 만들기 위해 몸이 침대 밖을 나오면 머리나 다리를 톱으로 잘라냈고,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잡아 늘여서 죽였다.

 

이 끔찍한 인물을 빗댄 용어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있다. 이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뜻하는 것으로 융통성 없는 체재나 규칙 등 무리한 획일화를 의미한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주디스 화이트와 그녀의 연구팀은 채식주의자들을 모아 달걀,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 집단’과 채식 위주 식단을 즐기지만 선택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베지테리언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대 집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채식하는 방법만이 다를 뿐 채식주의라는 같은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인보다 서로에 대하여 긍정적 감정이 예상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특히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인 ‘비건 집단’의 경우는 ‘베지테리언 집단’에 대하여 일반인보다 세배 정도의 적대감을 표현했다. 비건들은 채식을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지 어중간 하게 하는 것은 아예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여겼다.

 

서로 비슷할수록 좋아할 확률이 높지만 오히려 적대감을 품게 되는 현상을 ‘수평적 적대감’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한 청각 장애인 여성이 미스 아메리카에 선정되자, 청각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운동가들은 그녀가 수화를 쓰지 않고 말을 했기 때문에 진짜 청각장애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항의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피부색이 비교적 옅은 흑인여성이 한 대학의 법과대학 교수로 임명되자, 그 학교의 흑인학생연합은 그녀가 진정한 흑인이 아니라며 교수 임용에 반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2020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의하면 천주교 신자들의 불교 신자에 대한 호감도는 58.1%이지만 개신교 신자에 대한 호감도는 21.3%라고 하니 이것만 보아도 수평적 적대감은 우리 안에서도 일어나는 감정임을 알 수 있다.

 

 

서로 비슷할수록 오히려 적대감을 품게 되는 현상 ‘수평적 적대감’

 

그렇다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걸까? “매우 비슷한 사람들 간에 이질감이나 적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는, 바로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이다.”라고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것처럼, 비슷할수록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차이로 인해 상대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자각하고 싶지 않아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나 혐오로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사람을 보면 우리는 마치 우리의 자기다움인 정체성이 훼손되는 듯한 기분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P자매는 매일미사와 성체조배 등 기도는 많이 하였지만 직장 생활로 이렇다 할 봉사는 하지 못하다가 퇴직 후에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단체도 관심이 있었으나 기도와 봉사를 의무로 하는 조직이 마음에 들어 레지오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교본을 연구하고 교육에 참가하면서 레지오가 더 좋아졌는데, 서서히 자신이 속한 쁘레시디움의 단장에 대한 불평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장이 상급 평의회의 지시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도나 활동도 대충하면 된다는 식으로 단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등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단원들 또한 단장의 영향인지 단원 생활을 대충 하는듯한 모습에 실망을 느꼈다. 그녀는 그 불평을 어렵게 참아 내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단원생활의 기쁨이 없어지고 신앙생활 또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럴수록 기도에 매달리던 그녀는 어느 날 깨달음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단장과 단원들에 대한 불평이 잦아질수록 저에게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던 듯해요. 그리고 그것이 결국 레지오 조직에 대한 매력도 잃게 만들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교만했더라고요. 단장님과 단원들 모두 저처럼 열심한 신앙생활을 위해 레지오를 하는 건데 그 방법이나 열의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틀렸다고 판단을 한 것이지요. 그들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후 그녀는 레지오와 신앙생활에서 다시 활기를 얻었다고 한다.

 

 

상급 평의회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은 같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

 

혹시 주변에 특별한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가?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나를 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와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나와 닮은 사람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비신자보다 신자들 간에, 단원이 아닌 사람보다 단원들 간에 더 자주 깊은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 수평적 적대감은 나와 관련 없는 감정이 아니다. 그러니 ‘단원이 이웃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마치 다른 모든 이들이 따라야 하는 표준이나 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레지오의 사명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모순된 일이다.’(448쪽)라는 교본의 말을 명심하며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서로의 협력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기본이다. 실제로 라이온킹 대본은 처음에는 너무 새로운 스토리라고 제작진에 의해 퇴짜를 맞았지만, ‘사자판 햄릿‘이라고 이해시켜 제작 승인을 얻었다고 하니,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또한 상대방의 수준에 맞게 접근되어야 한다.

 

다행히 레지오는 군대라는 이름의 성격에 맞게 상급 평의회의 지시사항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군인들이 구령에 발맞추어 행진하듯이 말이다. 그러니 그 지시사항을 잘 따르며 각자 맡은 직분에 충실한 것은 같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같은 마음이 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동료들 간의 우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선교가 아니겠는가!

 

“판단하거나 비평하는 것은 레지오 단원의 역할이 아니다. 단원들은 성모님의 부드러운 눈길이 그러한 모든 종류의 환경과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하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교본 449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7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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