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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함께 나아가는 우리 –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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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1-03 ㅣ No.180

[커버스토리] 희망으로 함께 나아가는 우리 –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청소년의 취업과 자립을 도우며 돈 보스코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소울soul>에서 아기 영혼들은 여러 성격을 부여받고 마지막에 스파크(Spark)가 생긴 뒤에야 지구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낚시를 하거나 농구공을 던져 보거나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세상의 모든 활동을 체험해 본 뒤 자신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에서 스파크를 얻곤 한다. 그중 ‘22’는 모든 것이 시시하다는 이유로 지구에 가지 않고 도망 다니는 어린 영혼이다. 학교 음악 교사인 ‘조 가드너’는 ‘22’의 멘토가 되어 그가 스파크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그러던 중 이들은 우연히 지구에 내려가 배고플 때 먹는 피자의 맛, 살랑대는 바람,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손 위로 떨어진 단풍나무 씨앗 등을 경험하는데, 이때 ‘22’에게 스파크가 생겨난다. 삶과 일상을 겪으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즐거움을 통해 지구에서 살아갈 희망을 느낀 것이다. 삶에 대한 욕구가 없던 ‘22’를 변화시킨 멘토 ‘조 가드너’처럼 우리 주변에도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곁에서 동반하며 그들의 삶을 희망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소년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돈 보스코는 1841년 12월 8일 바르톨로메오 가렐리라는 열여섯 살의 벽돌공을 만난 후 ‘오라토리오’를 시작하였다.1) 아무도 돌보지 않는 소년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주일마다 오라토리오를 열고 교리교육을 한 것이다. 그 후 이탈리아 토리노 외곽 발도코의 한 헛간에 정착한 오라토리오는 도움이 필요한 소년들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시내에서 일하는 많은 소년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던 돈 보스코는 그들이 처한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 시내에 있는 일터로 소년들을 보내는 것은 도덕적으로 위험하였기에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교육해야 했다. 그래서 돈 보스코는 자신의 오라토리오 안에 제화 · 봉제 · 제본 · 목공 · 철공 · 인쇄 등과 같은 작업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위험한 시내로 나가지 않고서도 기술을 배우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 살레시오회를 창립하였다. 돈 보스코는 자신의 교육체계인 예방교육 안에서 소년들이 자립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고 준비시키기 위해 살레시오 회원, 협력자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직업교육 현장인 오라토리오에서 원장, 교사, 경리, 기숙사 책임자, 사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만나며 소년들이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으로서 책임감 있는 사회인이 되도록 양성했으며 그들 각자에게 있는 고유한 소명을 스스로 발견하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한국에 뿌리내린 오라토리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도 돈 보스코의 정신에 따라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을 유능한 기술인, 당당한 사회인으로 키워 내는 자리가 있다. 그곳은 바로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이다.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는 이성, 종교, 사랑에 토대를 둔 ‘예방교육체계’로 아이들을 교육한 돈 보스코의 교육 이념에 따라 가정과 사회적 환경이 어려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생활관(기숙사)을 지원하고 인간적인 성숙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그들이 장차 유능한 기술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과 함께 인성 교육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1967년에 설립되어 1970년에 노동청 정식 인가를 받은 이곳은 국민훈장과 국무총리 표창, 포스코청암상 교육상 등 많은 상을 받으며 꾸준히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50여 년 동안 쉼 없이 수준 높은 기술 교육을 가르치며 특화된 전문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난과 어려움 때문에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먼저 선택하고,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8년부터는 ‘내일이룸학교’(여성가족부 지원,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맞춤형 직업훈련을 실시하여 청소년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 및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와 ‘국가기간 · 전략산업직종훈련’(고용노동부 지원, 국가의 기간산업 및 전략산업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종에 대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훈련) 두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윤석렬 수사(교장), 임충신 수사, 김영선 수사, 김승욱 수사, 문수민 신부, 양창원 수사와 여섯 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서로 다른 우리를 이해하며

 

실습장에서 만들어 내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바쁜 손놀림, 예리한 눈망울과 밝은 얼굴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한 형제가 있다. 수단에서 온 형 사미 모하메드 엘사디크 마하무드(Sami mohamed elsadig mahmoud(21세, 이하 사미)와 동생 알리 모하메드 엘사디크 마하무드(Ali mohamed elsadig mahmoud(19세, 이하 알리)다. 이주배경청소년2)인 이들은 올해 2월 ‘내일이룸학교’에 입학해 생활관에서 지내며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와 기술을 함께 배울 수 있고 취업도 할 수 있어 열심히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요.”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재미있게 살면서 취업까지 준비하고 있어 행복하다는 사미는 요즘 생활관에서 운동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아이들인 ‘내일이룸학교’ 학생들은 전원 생활관에서 살레시오 수도자들의 동반에 따라 생활하며 인간적 성숙과 사회에서 필요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있다.

 

“처음에는 단체 생활이 낯설고 규칙이 너무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잘 도와주셔서 지금은 집처럼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생활관에서 지내는 것이 어려웠다는 알리의 말처럼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자기의 소소한 과거나 내면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생활관이라는 공동체 생활은 더 큰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잘하고 싶은 마음과 그에 따른 노력으로 말 한마디를 더 하거나, 누군가에 도움을 주거나, 자기 일에 열정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그들을 동반하는 이의 마음에는 큰 기쁨과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생활관 관장인 김승욱 수사의 말이다.

 

“학생들과 항상 꽃길만 걸으며 아름다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서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죠. 또 잘못된 행동을 하는 학생은 규칙에 따라 처벌하기도 합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마음을 닫은 채 늘 경계하며 지내지만 저희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다시 해 보겠다며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 준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학생들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두 눈에 가득 담겨 있는 김 수사는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의 32회 동문 선배이자 기계설계 이론 및 기계가공 실습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다. 그는 학생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고 싶다고 말한다.

 

“남들과 다른 독특함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자신감이 결여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잘하든 못하든 이런저런 얘기를 온전히 들어줄 것 같은 든든한 ‘편’이 되어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랑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이곳 학생들 대부분은 나이도 어리고 학력도 낮은 데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기에 이들을 10개월여의 훈련만으로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인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체계와 방법이 필요하다.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기술교육으로 취직을 돕는 것을 넘어, 전인적인 교육으로 올바른 윤리 의식을 심어 주고 자신감을 고취하는 등 포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야간에는 검정고시반과 방송통신고등학교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생활 법률, 재테크, 건강관리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기 쉬운 요즘 학생들이 소풍 및 여름 캠프, 여러 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탁구, 배드민턴, 농구, 축구, 보드게임 등), 전문가 특강을 통한 자기계발 활동을 통해 더 큰 세상을 알고 다양한 재미를 느끼며 사회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쁨의 교육도 제공한다.

 

또한, 서울남부고용센터나 영등포구청의 협조를 받아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직장 예절, 면접 요령, 근로기준법 등의 취업 특강과 구직 등록을 함께 진행하여 학생들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취업할 기업을 미리 방문하여 임금, 복지 등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한 후 면접 시 동행하여 업무 내용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첫 면접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취업 후 2개월 이내에 직장을 방문하여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자신감도 심어 주고, 기업주나 상사와의 면담을 통하여 학교교육에서 미흡했던 점들을 점검하여 다음 교육에 반영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신앙 여정을 동반하는 성무감 문수민 신부는 아이들이 일 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다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사회로 나갔을 때 하나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살레시안에게는 동반하는 청소년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기본적인 미음의 자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이곳은 졸업한 후에도 삶이 힘들 때, 우리와 마음을 나누었던 순간을 추억하며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망으로 인도되어3)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변해 가고 성장하고 있기에 더 아름다울지 모른다.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의 살레시오 수도자와 동역자4)들은 학생들의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나 희망 속에 살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희망은 인간의 마음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것”5)이라 말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희망으로 인도되어 살아갈 때, 사랑과 봉사와 인간미 풍부한 마음이 충만한 의미를 지니게 되기에 인간에게 희망은 사랑의 재료이다. 희망하는 사람은 혼자 걸어가지 않을 줄 알며 그 여정을 동반해 주고 인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우리 삶의 참된 별들은 훌륭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희망의 등불입니다. 분명,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역사의 모든 그림자 위로 떠오른 태양과 같은 참된 빛이십니다. 그러나 그분께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가까이 있는 등불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빛으로 우리의 길을 이끄는 사람들입니다.”6)라며 이를 아주 아름답게 표현했다.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청소년들이 기술을 배우고 취업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을 잃지 않고 희망 가득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자립해 살아가는 방법 역시 배울 수 있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들과 동반하며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살레시오 수도자와 동역자들이 우리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영웅’임을 기억하면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훈련생 모집

 

지원 대상 : 기계가공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만 15세 이상의 남자

훈련 혜택 : 교육비, 식비, 기숙사비 무료 및 수당 지급

입학 문의 : 02)828-3600, www.donbosco.ac.kr

 

후원 계좌

 

국민 758401-04-025059(예금주: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

 

1) 클라우디오 루소, 「돈 보스코가 만난 아이들」, 돈보스코미디어, 2019년, 17쪽.

2) 이주배경청소년이란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18조에 따라 다문화 가족의 청소년과 그 밖에 국내로 이주하여 사회 적응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의미한다.

3) 2021 살레시오 가족 생활지표 참조.

4) 동역자(同役者, lay mission partner) : 살레시오 사명에 함께하는 평신도를 일컫는 말.

5) 2017년 9월 27일, 수요 일반 알현.

6) 교황 베네딕토 16세,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49항.

 

[살레시오 가족, 2021년 11월호(171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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