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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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 육아, 부모의 가장 어려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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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11 ㅣ No.809

[허영엽 신부의 ‘나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육아, 부모의 가장 어려운 숙제

 

 

요즘 많은 분들이 보는 TV프로그램 중에 육아 전문가가 육아의 실제상황을 모니터링하여 부모님들에게 육아의 문제점을 보고 조언을 하고, 올바른 육아법을 코칭하며 해결방법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 유명합니다.

 

육아는 모든 부모들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랑과 관심을 받았는데 문제점의 많은 부분들은 부모님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해결도 부모님의 육아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는데 보통 3살(36개월)에 어른의 말귀를 어린이가 이해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때 교육을 등한히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일생에서 이 36개월 시기가 전 인생을 좌우하는 마음과 정서의 상황들이 결정된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이 시절 보통 부모님들은 너무 어리니까 잘 모른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고 받아주기가 쉬운데 실제로는 이때가 유아 교육의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과 중요한 애착관계, 사회성,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등 많은 것들은 부모님에게 생애 처음 배우고 습득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많은 실수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가 말을 하고 이해를 할 때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 시기가 되면 이미 모든 것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에르 르페브르가 지은 ‘당신을 바꿀 100가지 이야기’라는 책에서 ‘말썽꾸러기’라는 제목의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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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아이를 받아온 어느 산파의 회고담이다.

 

드디어 출산했다. 푸줏간 스미스 씨 댁의 아들이 태어났다. 아기 아버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기 이름은 ‘귀여운 팀’이라고 불렀다. 그날 푸줏간 앞을 지나는 어린이들은 누구나 소시지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아기는 좀 말썽이었다.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울기 때문에 아기 엄마는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느라 밤새 이 방 저 방 옮겨 다녀야 했다. 내가 한마디 했다. “아기를 분별 있게 키우세요.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따끔하게 가르쳐야지요.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다 보면 이 다음에는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될 거예요.”

 

아기 엄마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중에 철들면 다 고쳐질 거예요. 아기는 맘껏 자유롭게 크도록 놔두어야지.”

 

일 년쯤 지난 뒤, 푸줏간 앞을 지나치는데 아기 엄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귀여운 팀은 탁자 한가운데 놓인 유아용 변기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재봉 가위가 쥐어져 있었다. 팀은 변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재봉 가위로 화분의 잎사귀를 마구 잘라냈다. “저러다가 탁자까지 다 먹어치우겠네.” 내가 한마디 했다. “그럼 어떡해요? 그러지 않으면 변기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은 걸요.” 나는 꼬마가 들고 있는 가위를 빼앗았다. “눈이라도 찌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스미스 부인?” 그러자 꼬마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주먹을 쥐고 발을 구르며 소리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아이 아버지가 웃으며 참견했다. “그래요 녀석은 심지가 있지요. 사내다운 고집이 있어서 싫은 건 못 참는다구요.” 아이 어머니도 거들었다. “자기가 원하는 걸 줄 때까지 울어대지 뭐예요. 그러니 어떡해요‥‥ 조용하게 하려면 주어야지요. 철이 들면 달라질 거예요. 아직 어리니까요‥‥.”

 

나는 꼬마 녀석을 조금 거칠게 안아 올리고는 변기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변기 위에 녀석을 앉혔다. “조용히 여기서 볼일 보지 않으면 혼난다!” 나는 녀석을 가만히 노려보아주었다. 꼬마는 말없이 변기 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너무 색다른 대우라서 칭얼대지도 못했다.

 

엄마 아빠를 쳐다보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아이 엄마가 기분이 언짢았는지 끼어들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으셨으니까 그렇죠. 자기 아이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지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바로 당신처럼!”

 

그러나 나는 아무 말 없이 푸줏간을 나왔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느 날, 스미스 씨 가족이 뒷방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먹기 싫어 !” 팀은 불평을 터뜨리며 수프가 담긴 접시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이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말썽꾸러기 우리 귀여운 팀!” 팀은 정말 날이 갈수록 더욱 말썽을 부렸다. 팀이 골목에 나서면 동네 아이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는 이제 불쌍한 닭까지 못살게 괴롭혔다. “짐승인데 뭐 어때요?” 아이 아버지가 말했다.

 

팀이 학교 다닐 때가 되었다. 그는 독불장군인 데다가 못된 짓만 골라 하면서 학교 친구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선생님들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쁜 짓을 못하게 되니까 그는 더욱 교활해졌다. 담임 선생님은 그를 문제아들을 위한 교육기관에 맡겨보라고 했다. 그러나 부모는 그런 일로 팀을 언짢게 하기 싫었다. 열세 살 난 이 말썽꾸러기가 오전 내내 카운터 서랍을 뒤지고 난리를 치더니 오후에는 급기야 금고 열쇠를 가지려고 했다. 늙은 아버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집의 가장인 이상 그 열쇠는 이 애비 것이다.”

 

그러자 소년은 고기 자르는 칼을 집어 들더니 아버지를 향해 휘둘렀다. 칼은 빗나갔다. 스미스 씨는 벼락을 맞은 기분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순간, 그는 눈을 번쩍 뜨게 되었다.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그를 사로잡았다. 처음으로 그는 아들을 붙들고 호되게 매질을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가정교육을 생각해 본다면 그 매질은 불합리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어머니와 이웃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분명 아들을 때려죽이고 말았을 것이다.

 

스미스 씨의 가정에 드디어 풍파가 닥친 것이다. 팀은 일주일간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소년의 마음속에 내재해 있던 포악성과 복수심만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되었다. 그의 마음은 증오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몇 개월 후, 소년은 실제로 그의 아버지를 칼로 찔렀다. 이 사건은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건은 바로 그 부모가 자초한 비극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제야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과 ‘철들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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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 내용 중 다소 극단적인 것을 선택해서 알려드리는 것은 그만큼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육아 교육 중 특히 인성교육은 유아 때 실시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세 살 버릇이란 바로 인성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성이란 흔히 사람의 품성을 의미하는데 감수성, 공감 능력, 도덕성,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폭력이나 억압적으로 해서도 안 되지만 모든 것을 무조건 허용하는 식으로 해도 아이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됩니다.

 

유아시기에 중요한 것은 꼭 해야 할 것, 해서는 안 될 것을 가르쳐 몸과 마음에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 습득한 신앙생활은 평생을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기도하는 것, 아이에게 부모님이 기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인생의 모든 것은 세 살에 버릇처럼 형성되어 죽는 순간까지 갑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5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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