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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한국 진출 50년 선교 여정과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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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16 ㅣ No.466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한국 진출 50년 선교 여정과 발자취

임종자들의 벗, 용서 화해의 마지막 길 함께한 반세기



갈바리호스피스 최귀순 수녀가 임종 환자의 손을 꼭 잡고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영화 '뜨거운 안녕' 하면, 금방 떠오르는 수도회가 있다. '임종자의 벗' 메리 포터(1847~1913) 수녀가 1877년 7월 2일 영국 하이슨그린에서 설립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Little Company of Mary)다. 이들 연극이나 영화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원들이 사도직을 하는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이처럼 '호스피스(Hospice)' 사도직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22일로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는다. 1963년 11월 22일 호주 관구에서 한국에 2명의 선교수녀를 파견한 지 꼭 50돌이 된 것.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성모승천관구(관구장 박미영 수녀)는 이를 기념해 22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례로 한국 진출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축하연을 베푼다.

지난 50년 한결같이 임종자들을 위한 봉사에 헌신해온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걸어온 선교 여정과 사도직 활동, 발자취를 살펴본다.

 

 

임종자들 곁에서 함께한 50년
 

1964년 두 번째로 한국에 파견된 테스 수녀가 호주 성령관구에서 봉헌된 파견미사 중 현지 주교에게서 십자가를 받고 있다.

 

 

'십자가의 성모 모성'에 일치해 살아온 시간. 약 한번 쓰지 못하고 쓸쓸히 임종을 맞는 가난한 형제자매들과 함께한 50년이었다.

'골고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는 예수님과 함께하신 성모님의 마음'으로 50년을 한결같이 함께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선교 여정은 정전 10년이 지났는데도 전쟁의 피폐함이 여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고아와 노숙인, 무연고자가 넘쳐났고, 온갖 질병으로 환자들은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하늘색 머릿수건(베일)을 썼다고 해서 블루 시스터(Blue Sister)라 불리는 자매들, 곧 마리아의 작은 자매들이 한국에 진출한 1963년 11월 22일만 해도 영동 지역은 전후 폐허를 복구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의약품을 갖춘 병원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당시 춘천교구장 토마스 퀸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주교 초청으로 호주 성령관구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원들은 국내에 들어온 지 불과 2년 만에 강릉에 갈바리의원을 개원한다. 호주와 독일, 미국 후원자들의 후원을 받아 병원을 세운 것이다.

회원들은 밤낮으로 진료를 거듭했지만 고통 속에 죽어가는 무연고 환자들을 돌보는 사도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도자들은 그럼에도 의원 내에 설치된 요셉의 집에 임종자들을 위한 병실을 따로 마련하고, 무연고 환자나 노숙자, 가정에서 임종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의 환자들을 돌봤다. 또 갈바리의원을 찾지 못하는 가난한 형제자매들을 직접 찾아가 수발을 들고 임종 때까지 병석을 지켰다. 이것이 우리나라 독립형 병동 호스피스와 가정 방문 호스피스의 효시였다. 그만큼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호스피스 사도직은 30년 앞을 내다본 선구자적 사도직이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원들은 갈바리의원에 이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성혈이 헛되지 않도록 성모의 동반자로서 국내 첫 단독 가정방문 호스피스로 1987년 서울 답십리에 '가정 호스피스'를 시작, 1991년 도봉구(현 강북구) 미아동으로 옮기면서 '모현 호스피스'라고 불렀고, 1998년 5월 서울 후암동으로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2005년 6월엔 블루 시스터들의 오랜 꿈이었던 국내 최초 독립형 호스피스 병동인 '모현의료센터'도 신축하기에 이른다. '모현(母峴, 성모의 언덕)'이라는 이름에는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 그리스도 임종을 지킨 성모의 마음을 닮자는 뜻이 담겨 있다. 임종자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돌보라는 설립자의 정신에 따른 삶을 살고자 함이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977년 종신서원을 한 첫 회원 김순자(데레사, 왼쪽) 수녀와 두 번째 회원인 정은자(엘리사벳, 1982년 종신서원) 수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1967년 이후 20여 년간 운영해온 포천 '평화의 모친 의원'과 '평화의 모친 양로원' 자리에 새로 모현 노인전문요양원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또 갈바리노인복지센터(강릉)를 비롯해 강릉병원과 강릉 현대병원, 춘천 한림대병원, 원자력병원에서는 원목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춘천교구 포천본당에는 전교수녀를 파견하고 있다. 현재 국내 회원은 40명(청원자 3명 포함). 설립자인 메리 포터 수녀는 1988년 가경자로 선포됐으며, 그가 뿌린 씨앗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짐바브웨, 통가, 호주, 필리핀 등에 파견된 260여 명 회원이 싹을 틔워 열매를 맺고 있다.

호스피스와 더불어 함께 울고 웃어온 마리아의 작은 자매들의 50년 선교 여정은 앞으로도 임종자들을 위한 사랑의 실천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 사도직의 정신은 "마리아의 하느님께서 그대들과 함께 계실 것"이라는 설립자 메리 포터 수녀의 말에 살아 있다.(「강화집」 14)
 

호스피스 :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

마리아의 작은 자매들에게 호스피스 보살핌을 받은 환자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호스피스에 대해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으로 기억한다는 것.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환자나 가족에게 전해줌으로써 용서와 화해를 일깨운다. 영적 상담이나 가족 상담, 이ㆍ미용, 목욕, 생일잔치, 아로마ㆍ미술ㆍ원예치료 등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가족 간에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도록 이끈다. 임종자의 벗으로서,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길의 동반자로서 수도자들은 죽음 역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전해주며 죽음에의 여정을 함께한다. 그래서 유족들도 사별가족모임을 통해 다시 수도자들을 만나며 함께해 나간다.
 

50돌 기념 사진전 작품전

마리아의 작은 자매들의 50년 선교여정을 사진에 압축해 보여주는 전시회도 마련된다. 20일부터 엿새 동안 평화화랑(02-727-2336) 전관에서 열리는 △선교 50년 사진전 △선교 후원을 위한 작품전 등 두 기획 전시다.

우선 선교 50년 사진전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성모승천관구 한국 진출 50주년 모토인 '마리아의 하느님께서 그대들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초창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역사와 발자취를 200여 점에 담았다.

선교 후원 작품전인 '작은 씨앗'전은 사진과 함께 수도자들이 그린 이콘과 유화,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기증받은 그림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수녀회는 지난 5월 이은희(데레사)ㆍ정정희(클라라) 두 수녀를 필리핀에 파견했다. 우리나라가 가난할 때 호주관구에서 받은 도움을 기억하며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아 가난한 아시아 형제자매들을 연대하려는 취지에서다. 두 수녀는 현재 메트로 마닐라 퀘손시티에 체류하면서 선교지역을 모색 중이다.

전시 중에는 두 차례 토크쇼도 마련된다. 첫 토크쇼는 '외국선교 회원들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0일 오후 2시30분에, 두 번째 토크쇼는 '한국 회원들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1일 오후 2시 30분에 평화화랑에서 열린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17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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