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영화 칼럼: 언플랜드 - 이것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3-23 ㅣ No.1256

[영화 칼럼] ‘언플랜드(Unplanned)’(2019년, 감독 척 콘젤만 · 캐리 솔로몬)


이것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주님은 ‘말씀’으로 오십니다. 말씀 가운데에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을 일깨우십니다. 그 말씀을 가벼이 여기거나, 외면하거나, 잊고 있거나, 거스를 때 눈앞에 진실을 보이시고는 “이래도 모르겠느냐”고 호통을 치십니다. 그렇게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고서야 비로소 어리석은 인간은 깨닫게 됩니다.

 

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인 가족계획연맹의 상담사로 일한 애비 존슨(애슐리 브래처 분)도 그랬습니다. 매주 교회에 나가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낙태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돕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이라는 신념으로 더욱 그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자신이 두 번의 낙태로 엄청난 고통과 분노, 자책과 죄의식을 경험했음에도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임신부 2만여 명을 수술실로 들어가도록 설득했습니

다. 그 공로로 최연소 클리닉 소장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주님은 호된 충격을 주십니다. 처음으로 들어간 수술실에서 초음파 화면에 잡힌 머리와 팔다리가 또렷한 13주 태아가 살기 위해 수술 흡입관을 피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결국 빨려 들어가 핏덩이로 나오는 모습을 보게 하십니다. 그녀는 오열합니다. 지금껏 그녀가 우겨왔던 ‘아직 고통도 못 느끼는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 ‘아주 작지만 완벽한 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자부심은 수치심, 믿음은 배신, 일터는 감옥, 일은 죄가 되었습니다. 사실 주님은 그녀가 그 일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사람을 통해 ‘말씀’을 주셨습니다. “넌 수정된 순간부터 우리 딸이었어.”(어머니),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과학발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야?”(남편), “우리가 자궁 안의 고요함 속에 있을 때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계속 창조하고 계십니다.”(목사)

 

단지 듣지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음의 감옥, 양심의 감옥에 갇혀 있다 탈출하면서 그녀는 죄의 무게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 눈물과 참회로 용서를 구했고,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두 아이를 비롯해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수많은 태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고, 생명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언플랜드>는 애비의 실제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소 과장과 윤색은 있겠지만, 영화의 모습들은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면서 애비가 말했듯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고, 모습입니다. 더구나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려는 우리의 현실과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요.

 

<언플랜드>는 인간이 만든 법으로 낙태가 죄냐, 아니냐를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태아는 소중한 생명이고 주님의 섭리(시편 139)이며, 어떤 이유로든 그것을 함부로 팽개치는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법이 인간의 법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2021년 3월 21일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4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1,88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