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상징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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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05 ㅣ No.790

[레지오 영성] 상징적 행동

 

 

청나라 때 학자 팽단숙(彭端淑; 1700~1780)이 쓴 ‘백학당시문집(白鶴堂詩文集)’의 잡저(雜著)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 있다(촉비이승 蜀鄙二僧).

 

촉(蜀) 지방의 변두리 산골에 두 스님이 있었는데, 한 스님은 가난하고 또 한 스님은 부자였다. 어느 날 가난한 스님이 부자인 스님에게 말했다. “나는 남해(南海)에 순례를 한번 다녀오려고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 “물통 하나, 밥공기 하나면 충분하지 뭐.” “나는 배 한 척을 사서 남해로 갈 준비를 최근 몇 년간 해오면서도 아직 그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자네는 정말 무엇을 믿고 다녀오겠다는 건가?”

 

아무 말 않고 떠난 이 가난한 스님은 두 해가 지나자 정말 남해에 다녀왔다. 그동안 옷은 해지고 행색은 초라해졌지만, 그의 얼굴에는 빛이 나고 있었다. 가난한 스님이 순례를 다녀온 이야기를 돈 많은 부자 스님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돈 많은 부자 스님은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촉 지방의 변두리에서 남해는 수천 리라 부자 스님은 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난한 스님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리저리 미루다가 아무것도 못 한다. 굳은 의지만 있으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얘기다.

 

흔히들 불가능한 활동도 아닌데,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오히려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활동을 하다 보면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럴 경우 인간적인 능력에만 의존하여 판단해버린다면 꼭 해야 할 중요한 활동도 손을 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른바 ‘상징적 행동’(Symbolic Action)이다(교본 429쪽 23줄~430쪽 11줄). 이 상징적 행동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부딪힐 때 그 일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하느님의 은총에 의존하면서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해 나가는 행동’이다. 마치 지붕에 올라가기 위해서 사다리를 걸쳐 놓고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 것과 같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을 이행하는 레지오의 활동 방식이자 행동철학이다.

 

 

우선 행동에 착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상징적 행동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가 성모님과의 일치이다. 성모님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하시는 분이다. 이를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1-11)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성모님은 은총의 중개자요 결실의 원리이기도 하다. 예수님 또한 성모님 없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성모님의 군대로서 용기를 발휘하여 우선 시작해놓고 보아야 한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방문하여 예수님의 잉태를 전하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는 마리아의 질문에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고 일러준다.

 

유의해야 할 점은 우선 행동에 착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동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해서 하느님께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첫 발자국을 내딛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레지오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레지오이다. 군대가 전투에 참가하기를 거부한다면 군대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으로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쁘레시디움의 단원들이 있다면 이들은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라는 이름을 지닐 자격이 없다. … 영신적 신심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레지오 단원의 의무를 채우지 못한다. 활동을 하지 않는 쁘레시디움은 ‘강력한 사도직 실천’이라는 레지오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조직에 심각한 상처마저 입힌다.”(교본 제39장 레지오 사도직의 주안점. 5항 적극적으로 활동하자. 431쪽 10-20줄)

 

단원들을 위한 교육은 어디까지나 활동을 위한 것이다. 영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냥 좋은 이야기만 듣자는 취지는 아니다. 레지오 단원들을 양성하는 모든 교육과 강의는 이론이나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보잘것없는 일이나 개인 접촉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일에 몸 바치기를 꺼려하게 된다. … 단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강의가 실시될 때에는 모든 강의는 활동 그 자체를 바탕으로 하여 진행되어야 하며, … 실제 활동과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강의 제도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교본 제10장 레지오 사도직. 7항 단원 양성을 위한 도제 제도. 105-106쪽) (교본 제39장 레지오 사도직의 주안점 4. 상징적 행동)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2월호, 이동훈 시몬 신부(서울 무염시태 Se. 전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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