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복음으로 세상 보기: 미세먼지를 줄이는 우리의 신앙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05 ㅣ No.1401

[복음으로 세상 보기] 미세먼지를 줄이는 우리의 신앙

 

 

‘먼지 좀 많아진다고 어떻게 차를 안타고 다니나…’ 지금으로부터 약 3~4년 전, 제가 활동하는 한 환경보건 단체 회의에서 했던 생각입니다.

 

당시 저는 잘 아는 선배 신부님의 소개로 ‘환경보건시민센터’라는 시민사회운동을 소개받았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에 참석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워듣던 때였습니다. 모임에서는 환경문제, 특히 환경 변화에 따라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문제들을 공부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촉구하는 운동 등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대기 오염 문제였고, 제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때입니다.

 

불과 몇 년 전이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을 때였었기에 저도 평범하게 ‘먼지 좀 많아진다 해서 얼마나 문제가 있을까…’ 혹은 ‘그냥 청소 열심히 하면 먼지는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수준의 생각만 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환경오염과 함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창문 여는 일을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미세먼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의 책상이나 텔레비전 위에 쌓이는 그런 먼지와 같은 수준이 아닙니다. 학생시절 필통 한 구석에 들어있던 조그만 자의 한 눈금이 1mm입니다. 이 길이를 천개로 쪼갠 길이를 1㎛(마이크로미터)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미세먼지는 크기가 10㎛ 이하의 지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 머리카락 지름에 1/5 정도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미세먼지 다섯 개를 겹쳐 놓아야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정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먼지 크기에 1/4되는, 직경 2.5㎛ 이하의 것을 ‘초미세먼지’라고 합니다. 초미세먼지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아 피부로도 흡수 될 수 있을 정도라 하니 만질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녀석들과 싸우는 꼴입니다.

 

 

미세먼지는 너무 작아 폐나 피부로도 침투해 여러 질병 일으켜

 

이러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준은 가로, 세로, 높이 1m의 공간에 이 녀석들이 얼마만큼 있는지를 계산합니다. 크기가 작으니 하나하나 숫자로 셀 수는 없고, 무게로 환산해서 기준을 정합니다. 물론 그 무게란 것도 길이만큼이나 아주 작은 값입니다. 미세먼지의 경우, 측정된 값이 1㎥ 안에  80㎍(마이크로 그램, 1g의 백만분의 일) 이상 존재하면 “나쁨”, 그 미만일 경우 “보통”으로 구분합니다.

 

또,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기준이 아무래도 더 엄격한데, 역시 1㎥ 안에 존재하는 초미세먼지의 총 무게가 50㎍ 이상이면 “나쁨”, 그 미만일 경우 “보통” 수준으로 나타냅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지표가 50이니, 80이니 하는 것이 바로 일정 공간 안에 존재하는 미세먼지의 분포를 무게로 환산한 ㎍/㎥(마이크로 그램 퍼 세제곱미터)라는 단위입니다.

 

이러한 미세먼지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폐, 혹은 피부로도 침투하여 여러 질병을 일으킵니다.

 

특히 영유아나 노인, 임산부나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사망률과 암 발병률을 높이기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3년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염, 천식, 기관지염, 중이염, 후두염은 물론 혈액 속에 침투하여 심근경색 등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도 일으키고 면역체계 이상이나 아토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고 위험한 미세먼지들은 과연 언제,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요?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먼지라고 하면 그저 옷을 털 때 생기거나, 책장 속 안보는 책 위에 쌓여 있던 것이 전부인데 왜 갑자기 미세먼지가 생겨난 것일까요?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인이 바로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세먼지 앞에는 항상 ‘중국발’이란 표현이 붙어 있었고 우리 모두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한국의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세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내부적 요인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화력을 이용한 난방이나 발전,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사장의 분진 등이 대기 중에 존재하는 황산화물과 결합하여 미세먼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적 요인이 전체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제 남 탓만 하고 앉아 있어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도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하는 우리의 구체적 행동 변화 요구해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의 구체적 행동 변화를 요구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걸어 다닐 수 있는지? 평상시, 날씨 좋은 날 뿐 아니라 비가 오거나 기온이 낮거나 혹은 귀찮은 날도 불필요한 자동차 사용을 과감히 줄일 수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성당에 갈 때도 5분 먼저 나와 차를 놓고 걸어갈 용기가 있는지 나부터 되돌아봅니다.

 

또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이상의 난방 혹은 냉방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나의 행동도 돌아봅니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발전소가 필요하고, 그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나와 우리 가족이 고통을 당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뭐라 하기 전에 내 방의 실내 온도를 조절할 자신이 있는지 다짐해보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든 에너지 시스템이 낳은 하나의 현상이기에 깨끗한 공기 안에서 살기 위해선 우리 각자의 행동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2015년 발표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인류가 직면한 환경, 생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관심을 호소하십니다. 교종께서는 이 회칙의 부제를 “우리의 공동 가정(our common home)을 돌보는 것에 대하여”라고 붙이시며 인류 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가꾸고 돌볼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키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십니다.

 

“저는 우리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에 관하여 새롭게 대화를 나눌 것을 긴급하게 호소합니다. 모든 이가 참여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당면한 환경 문제와 인간이 일으킨 그 근원은 우리 모두에게 관련이 있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14항)”

 

사실 오늘날 환경의 변화에 있어 다른 누구를 비난하고 탓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아무런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내 삶의 방식의 변화, 구체적 행동,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공동의 가정을 지킬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레지오 주회를 마칠 때, 우리 쁘레시디움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행동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대화하고 약속해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6월호,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1,85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