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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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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4 ㅣ No.336

[영성의 길 수도의 길] (36)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 영성으로 소외된 이웃들 위해 정성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증거하며 하느님의 빛을 받아 그분 말씀을 이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는 사명을 뜻한다. 또 순교자의 승리가 우리를 보호하고 후원하며 우리도 하느님 안에서 승리하리라는 희망을 상징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방향으로 전철을 타고 가다 오른쪽 창으로 눈길을 돌리면 주변 건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웅장한 한옥식 건물을 볼 수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맡고 있는 새남터성지ㆍ성당(주임 최현식 신부)이다.

 

새남터는 한국 교회 성직자 순교자 14명 중 11명이 순교한 한국교회 대표성지다. 신유박해 때 주문모(1752~1801) 신부가 처음으로 처형당한 후 김대건(1821~1846)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사제와 평신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현재 성 김대건 신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등 성인 9명 유해가 모셔져 있다.

 

1950년 순교사적지로 지정된 새남터성지는 1957년부터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관리를 시작했다. 새남터성지는 "순교자들의 소중한 복음 정신을 찾고, 순교자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그 정신을 널리 전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라는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신부의 생각과 정확히 들어맞는 곳이었다.

 

1981년에는 한강본당으로부터 새남터본당이 분리설정됐다. 수도회 신부들이 본당 사목을 맡으며 수도회 영성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 있다. 1987년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성전은 이제는 도심 속 명소로 자리잡았다.

 

황석모 총원장(둘째줄 가운데) 신부를 비롯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 개방형 정신병원

 

1990년 개원한 경기 이천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은 새남터성당과 함께 수도회 영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도직 현장이다.

 

굵은 쇠창살과 하얀색 건물, 수많은 감시 카메라, 폐쇄 병동, 격리 치료….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정신병원 이미지는 이처럼 어둡고 삭막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에는 쇠창살은 물론이고 울타리도 없다.

 

그 흔한 CCTV(폐쇄회로 TV) 카메라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마당에는 아담한 연못이 있고 14만㎡에 이르는 울창한 숲이 병원을 둘러싸고 있다. 환자들은 환자복 바지에 윗옷은 자유롭게 입고 있다. 병실 바닥은 신발을 벗고 다니는 나무 마루다. 침대, 이불은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병원 어느 곳을 가든지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큰 창문이 인상적이다. 환자들은 자유롭게 병원을 돌아다니고 틈틈이 야외로 나가 산책한다. 환자복 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면 직원과 환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수도회가 국내 최초 개방형 정신병원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폐쇄적 이미지가 강했던 정신병원에 창살을 없애고 환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에는 파격을 넘어 '말도 안 되는 일'로 여겨졌다.

 

병원 개원은 수도회 영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구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것이 바로 면형무아 정신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만큼 소외된 이들도 없다는 것이 수도회 회원들의 판단이었다.

 

병원장 양낙규 신부는 "설립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인권 사각지대였던 정신병원의 낙후된 시설과 치료 문화를 환자 중심으로 바꿔보자고 수도회 회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병실 창문에는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를 끼워 넣었다. CCTV를 설치하는 대신 환자를 돌볼 직원을 더 많이 채용했다. 병원 운영 비용은 몇 배가 더 들었지만 환자 인권 보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초심이었다.

 

-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마당에서 환자들이 자유롭게 농구를 즐기고 있다.

 

 

병원 운영을 시작해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병원을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가 수시로 나왔다. 불만을 토로하는 가족들에게 직원들은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다. 그리고 보호자들에게 병원에 자주 찾아와 환자들과 대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의도의 6분의 1 넓이인 드넓은 숲은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이 자랑하는 자연 치료제다. 환자들은 잘 정돈된 산책로를 하루에 1~2시간씩 걸으며 동료 환자,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병원 홍보실장 제춘홍 신부는 "정신과 치료는 약 한 알보다 산책 한 시간이 훨씬 큰 효과가 있다"며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주변 환경은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의 정책 덕분에 직원들은 다른 정신병원에 비해 업무량이 많다. CCTV가 없어 환자 움직임을 계속 살펴야 한다.

 

 

가난한 이들 위한 병동 새로 설립

 

제 신부는 "상태가 심각했던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면서 '나를 인격적으로 대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넬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환자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신과 치료 혁신에 선도적 역할을 했던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가난한 이들(의료급여환자)을 위한 병동을 새로 짓고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150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치료 환경이나 의료 서비스 수준은 기존 병동과 동일하다.

 

양 원장신부는 "장기 입원이 필요한 정신과 치료는 비용이 많이 들어 가난한 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의료급여환자 병동을 신축했다"고 밝혔다.

 

양 신부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가난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 031-639-3700, www.standrew.co.kr

 

 

수도회 영성과 역사 - 방유룡 신부 설립, 한국 최초 자생 남자 수도회

 

 

방유룡 신부.

 

방유룡(안드레아, 1900~1986, 사진) 신부가 1953년 설립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한국 최초 자생 남자 수도회다. 수도회는 △ 한국 순교자들 순교영성 계승 △ 한국의 영적 유산들 존중ㆍ계발 △ 한국ㆍ동양 문화, 철학, 종교 전통 연구 및 보존ㆍ육성을 목표로 삼았다.

 

본원은 서울 성북구 성북2동에 있으며, 한국순교복자수녀회ㆍ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가 가족 수도회다. 현재 성직수사 47명(사제 34명 포함), 평수사 21명이 있다.

 

수도회 영성은 점성(點性), 침묵, 대월(對越), 면형무아(麵形無我)를 통해 일상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데 있다. 점성은 수도생활의 기초가 되는 영성이다. 점은 모든 도형의 시작이고 기초이지만, 작고 보잘 것 없어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있는 존재다. 그러나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방 신부는 "일생을 빈틈없이 완전하게 살려면 일상에서 점처럼 작은 순간이나 작은 일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수도생활은 일상 안에서 살아가는 생활이므로 하느님을 빈틈없이 사랑하려면 매사에 빈틈없이, 알뜰하게, 점 같은 일부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묵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면형무아에 이르기까지 만나게 되는 물리적ㆍ정신적ㆍ영적 장애요소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 뜻을 실천하고 하느님을 세상에 증거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의 희생물이 되게 하는 일체 행위를 침묵이라 한다.

 

점성과 침묵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이 대월이다. 대월은 영혼이 하느님과 내밀한 친교를 맺는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인격적 사랑의 관계를 맺고 사랑의 삶을 살아가며 모든 것을 뛰어 넘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삶을 말한다.

 

면형무아는 영성의 중심이자 정점인 하느님과 하나된 상태다. 면형(밀떡)이 성체로 축성되면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밀떡은 형상만 남는 것처럼 내가 없어지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살게 된다. 하느님과 구체적으로 합일을 이루고 살면서 면형무아가 된 사람은 이웃에게 하느님 사랑의 현존이 된다.

 

* 성소 모임

 

서울 성북2동 본원 :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부산 남천주교좌성당 : 둘째 주 토요일

문의 : 010-3168-8588, www.brotherhood.or.kr

 

[평화신문, 2011년 4월 10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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