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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희생] 그들을 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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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04

그들을 살려야 합니다

 

 

거대한 중국땅에 근대화의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이다. 한 미국인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왔다. 선교사는 중국인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전도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해 원인 모를 전염병이 마을로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전염병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정치적 격류에 휘말린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선교사는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돌보았지만 매일같이 들것에 실려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사람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들을 돕기 위해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교사는 환자의 몸에서 빼낸 병원균을 병속에 담아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탔다. 그 병원균으로 면역체를 만들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려는데 검역 직원들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씩 세심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선교사는 약병이 발각될 경우에는 일이 그르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다. 검역 직원이 점점 자신 앞으로 다가오자 선교사는 약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쓰러져 가는 중국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병원균을 한 입에 털어넣었다. 검사를 마친 선교사는 그 즉시 병원으로 뛰어갔다. 그의 몸은 벌써 열이 올라 뜨거워지고 있었다. 선교사는 숨을 헐떡이며 의사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저의 몸에는 지금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전염병의 병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병균을 뽑아서 면역체를 만들어 중국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들을 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선교사는 의사들이 면역체를 발견하기 며칠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월간 좋은 생각, 1995년 8월호,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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