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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무너지는 가정을 예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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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23 ㅣ No.845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준비하며] 무너지는 가정을 예방하려면



“나 (아무개)는 당신을 남편(아내)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혼인 예식서」). 이렇게 숭고한 혼인 약속과 합의로 남녀 두 사람은 부부의 삶을 시작한다.

혼인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맺어진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자녀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세포조직이다. 곧,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공동체요, 인간의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한 가정에서 사랑하는 아들딸로 태어난 인간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며, 그 가정에서 문화와 관습을 배우는 가운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가정은 어버이와 자녀, 곧 혈연관계의 가족이 함께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 공동체요 운명 공동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초 공동체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이혼, 가정 폭력, 도박, 알코올 의존증, 자녀 가출, 고부 갈등 등으로 말미암아 ‘인륜대사(人倫大事)’라는 부부의 인연이 한낱 철부지들의 소꿉놀이처럼 퇴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배우자의 의무도 저버린 채 부초처럼 떠도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정은 이 시대의 시급한 사목 대상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보다 ‘나’라는 개인의 의미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의 개념이 희생되고 파괴되어도 괜찮다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사회의 전반적 의식구조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한 사목 대상을 가정으로 진단하시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us)의 총회 주제를 ‘가정 사목’으로 택하신 것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요즈음의 많은 젊은이는 주님의 이 말씀을 더 이상 부부생활의 기준으로 삼지 못한 채 허공의 메아리로 여긴다. 그래서 절제력과 인내력을 상실한 나머지 서슴없이 이혼을 하고 있다.

이혼이 개인적인 문제로 시작해서 가족과 사회 전체에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이혼에 이르지 않게 하는 방안이 대단히 중요하다. 교회와 사목자는 이혼자들의 가정을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건강한 가정들이 이혼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그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혼인에 대한 인식과 교육의 강화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라는 혼인의 정의를 잘 가르쳐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한 몸을 이루려면 먼저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부모를 떠나 온전히 배우자와 함께 살아갈 정신적, 경제적인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곧, 남자에게는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창세 3,19)라는 말씀처럼 처자를 먹여 살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창세 3,16)는 말씀처럼 깊은 모성애로 키워야 하는 자녀 출산의 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한 남자와 여자는 서로 희생과 배려, 사랑과 존경으로 부부관계를 맺으며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에페 5,21-6,4 참조).

혼인을 준비하는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가치관과 경제관념, 그리고 성적 친밀감과 정신적 유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러려면, 혼인 당사자가 혼인의 의미와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할 뿐 아니라 부부의 결합은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연이라는 영성적인 측면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혼인 전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가정 기도

가정은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마태 18,19)라는 말씀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곳이다. 그러므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바치는 가정 기도는 ‘가족을 이어주는 고리’로서, 가정생활과 세상 안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부모들에 대한 바오로 6세 교황님의 호소를 우리에게 상기시키신다.

“어머니들이여, 당신들은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인의 기도를 가르칩니까? 당신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에 고해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등을 받도록 준비시킵니까? 당신들은 자녀들이 병났을 때에 그리스도의 고통을 생각하고 동정 성모와 성인들의 도움을 청하도록 그들을 격려합니까?

그리고 아버지들이여, 당신들은 가끔이라도 자녀들과 전체 가정 공동체와 함께 기도합니까? 당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정직한 모범은, 약간의 공동 기도와 합쳐지기만 하면, 생활을 위한 교훈이며 매우 가치 있는 예배 행위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당신들은 집안에 평화를 가져오고 교회를 건설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가정 공동체」, 60항).

부모의 구체적인 모범과 산 증거야말로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치는데 기본적인 요소라고 바오로 6세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기도하는 부모라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상담 시설 확충과 쉼터 제공

오늘날 가족 변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가정 성화를 위한 가족 치료와 상담이 교회에 절실히 요구된다. 가족 치료는 가정환경과 가족의 연대 안에서 이해하게 하는 포괄적인 접근방식이다. 가정문제는 가족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되고 치료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08년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학회가 발족되면서 가정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많이 육성되고, 이혼 숙려 제도는 갈등하는 부부들에게 큰 도움과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부부의 갈등과 고통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려면 교회에 더 많은 상담실이 마련되어야 하고, 가정 폭력이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쉼터가 확충되어야 하겠다.


가정이 곧 구원의 현장

유행가 가사에 “사랑하는 마음은 4월이지만, 이별할 때 마음은 겨울이라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사랑과 이별은 인간의 운명과도 같을 수 있지만, 혼인으로 사회의 기초가 마련된다면, 이혼으로 사회는 그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혼은 부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와 부모, 그리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실의 아픔’이다.

그러므로 이혼에 이르지 않도록 부부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예방적인 사목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교회는 젊은이들이 배우자 선택에 신중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특히 현대는 여성이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했던 시대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양성평등 시대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이 필요하다.

교회는 그 무엇보다도 가정이 곧 구원의 현장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영성적으로 이끄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송영오 베네딕토 - 수원교구 신부. 1992년에 사제품을 받고, 현재 가톨릭교육문화회관 관장으로서 수원교구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과 가정사목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6월호, 글 송영오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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