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눔학교 강의 지상 중계] (4) 북한주민의 의식변화 : ‘정치의식’을 중심으로
- 임순희 박사(평화나눔연구소)
의식변화의 전반적 양상
1980년대 말 이래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의식 변화가 지속해서 확산, 심화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1980년대 말부터 점차 확대되어 온 체제 개방에 따른 외부 사조·문물의 침투 및 유입과 199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주민 의식 변화를 가속화한 요인은 생계 유지를 위한 주민 이동의 급증과 장마당의 활성화다.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자본주의 체득 및 수용, 체제 자긍심 및 지도자에 대한 신뢰 약화, 남한 사회 및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개방에 대한 관심 및 요구 증대, 돈·물질 우선의 가치의식 등으로 집약된다.
정치 의식 변화 실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는 정치 의식 변화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김일성의 통치가 끝나고 경제난이 계속해서 악화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국가와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자긍심이 당국의 강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인민’의 생활을 책임지고 보장해 주지 못하는 믿을 수 없는 국가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확산, 심화하여 가고 있다.
둘째,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사회주의 헌법을 비롯한 다양한 현행법에 대한 인지 및 인식이 매우 부족하며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서도 법보다는 돈을 우선으로 하여 해결을 모색하는 편이다. 주민들은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검찰소, 재판소 등 법을 집행하는 이른바 ‘법기관’ 사람들의 말이 곧 법이 되며 현행법보다 더한 위력을 가진다고 알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법보다는 돈(뇌물)의 힘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민들에게 있어 법은 돈의 위력에 무력화된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은 경제난의 지속에 따른 국가 권위의 실추, 사회 질서의 혼란 및 사회 통제 이완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셋째, 경제난이 지속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당의 지시를 외면하는 등 ‘어머니 품’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지기 전에는 당이 지시하고 이끄는 대로 따라갔으나 경제난으로 인해 국가적 시혜가 줄어들고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지면서 ‘어머니 품’이라는 당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이 주민들 사이에 확산, 심화하여 갔다는 것이다.
넷째,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은 인민생활을 향상하는 데 주력한 ‘인민의 정치’를 한 지도자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김일성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르며, 경제난이 지속함에 따라 지도자에 대한 원망과 반감이 확산, 심화하였다고 한다.
다섯째, 북한 주민들은 12년 의무교육을 마치고 나면 당원이 아닌 모든 사람은 의무적으로 근로 단체에 소속되어 조직 생활을 하게 된다. 근로 단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사상교양사업이다. 경제난이 심화하기 이전까지 북한 주민들은 근로 단체 조직 생활에 비교적 충실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학습과 당에서 요구하는 노력동원, 지원 활동 등에 잘 따라주었으며, 특히 ‘생활총화’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 그러나 경제난의 악화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강요적이고 일상적인 조직 생활에 피로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 무단, 또는 편법을 동원하여 조직 생활에서 벗어나는 사상ㆍ체제 일탈 행위가 확산해 가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28일, 임순희 박사(평화나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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