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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3.5%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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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06 ㅣ No.789

[레지오와 마음읽기]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3.5% 법칙)

 

 

그는 인도인이었지만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리고 인도로 돌아온 후 그를 초청한 파티에서 어떤 영국인의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크리스천입니까?” 그 당시 크리스천은 문명인, 힌두교인은 미개인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이 질문은 힌두교인인 그를 모욕하는 말이었다. 그는 뭐라고 답했을까? 답은 “저는 아직 예수님처럼 살지 못하기 때문에 크리스천이 아닙니다”였다. 그는 누구일까? 바로 비폭력 저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마하트마 간디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은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거나 권력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쉬우나 그런 뜻이 아니다. 정치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해 가는 과정인 만큼, 집단으로 생존을 해온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하였다. “누군가 정치 공동체 없이도 살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는 인간 이상의 존재이거나 아니면 인간 이하의 존재이다”라고. 과연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에 속해 있고, 그 공동체는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

 

3.5%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전체 국민의 3.5%가 비폭력 시위를 지속할 경우 정권이 바뀐다는 것으로, 미국 덴버대 정치학 교수인 에리카 체노워스(Erica Chenoweth)가 2013년 세계적인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에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녀는 어느 날 한 학술대회에서 평화 시위에 관한 사례 발표들을 보고, 사회의 주요한 변혁을 이끄는 데 있어 과연 비폭력이 중요할까라는 의문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1900년부터 2006년까지 시민의 저항과 사회 운동에 대한 저작물 총 323개를 상세하게 검토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본인도 놀랐는데, 실제로 비폭력 시위가 폭력 시위보다 성공확률이 2배나 높았다.

 

 

전체 국민의 3.5%가 비폭력 시위 지속할 경우 정권 바뀌어

 

시위가 비폭력적이어야 성공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녀는 일단 시위가 비폭력적일 때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폭 넓은 지지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본다. 실제로 폭력적 시위나 집회에는 무기뿐 아니라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건강이 필요하고, 시위 활동 또한 다소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폭력 시위는 유혈 사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젊거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저항 방식이 드러나기 쉬워 뉴스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시위 소식들이 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시위는 비폭력적인 형태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확률이 커지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C형제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든 아동기를 보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신자인 아내를 맞아 결혼과 함께 세례를 받게 되었지만 생활이 어려워지자 폭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아내는 힘들었지만 자녀들을 생각하며 지속적인 기도로 버텨 나갔다. 그러다 아내의 권유로 그는 가정 경제의 안정을 위해 묵주기도를 시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인관계도 서툴렀고 세상 변화에 대한 희망도 없었던 그는 활동에 시들했고 급기야 탈단을 결심했지만 선배단원들의 섬세한 돌봄이 좋아서 머뭇거렸다. 그러다 연총 때 활동사례 발표에서 10여 년 동안 꾸준히 돌보던 폭력가정이 변화했다는 것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저는 놀랐습니다. 주보 전달이라는 사소한 행동이 방문을 거부하던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가정 전체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 사람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제가 어려서 힘들 때 누군가 도와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에 마음이 아팠지만, 종교의 힘을 크게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서서히 변했습니다. 가정 생활도 단원 생활도. 무엇보다 작은 힘이 모여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저에게 기도하고 활동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레지오로 제 인생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세상에 그리스도 왕국을 세워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다.(교본 470쪽 참고) 그렇다면 사람들을 구원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 비오 10세 교황은 가톨릭 학교도, 성당도,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생 모집도 아니라고 하였다. 교황은 ‘각 본당에 덕망 있고 명석하고 결단력과 참다운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교본 101쪽 참조)이라고 하였다.

 

 

나의 단원 생활은 나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일

 

또한 레지오는 신앙심 깊은 젊은이들이 어느 날 모이면서 생겨난 조직체이다. 그 젊은이들이 성모님의 주관 아래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모임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 그것도 기도와 활동이라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뱀의 머리로 표현되는 악의 세력을 무찌르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실제로 교황 바오로 6세는 레지오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 확장하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조직체임이 입증’(교본 502쪽)되었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레지오의 으뜸가는 목적은 단원의 성화이다.(교본 271쪽 참조) 그렇다면 내가 레지오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나의 성화와 함께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또 세상의 변화에 나 하나는 어떤 의미일까? 보통 바닷물은 3.5%의 소금이 있어 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나의 단원 생활은 나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일이지 않겠는가!

 

‘보라, 베들레헴 성지는 얼마나 작은 마을이었던가! 그런데도 온 세상을 굴복시켰다.’ -뉴먼 추기경- (교본 10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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