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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미술칼럼: 명동대성당 유리화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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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26 ㅣ No.838

[미술칼럼] 명동대성당 유리화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화는 어디에 있을까요? 답변에 앞서 교회의 유리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교회 미술에 유리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2세기 고딕 성당 때부터였습니다. 건물이 높아짐에 따라서 창문도 덩달아 크게 낼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 많은 빛이 들어오게 되자 산만한 빛을 조절하기 위해 유리화를 설치하였습니다. 유리화는 빛을 조절해줄 뿐 아니라 당시에 글을 모르던 사람에게는 그림으로 보는 성경과 같았습니다. 명동대성당 유리화는 프랑스 툴루즈의 제스타(Gesta) 공방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제8대 서울대교구 교구장 뮈텔(G.C.M. Mutel, 1854-1933) 주교의 일기에는 유리화와 관련된 글이 있습니다.

 

“오늘, 색유리들이 든 상자를 뜯는 일을 끝냈다. 그런데 불행히도 많은 것이 깨져 있었다.”(1897년 9월 1일 일기)

 

유리화를 손질한 후 1898년 성당 축복식에 맞추어 설치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제단 앞 창문에는 <로사리오 십오단> 유리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와 명동대성당의 주보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여서 묵주기도와 관련된 성화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두었습니다. ‘환희의 신비 5단’, ‘고통의 신비 5단’, ‘영광의 신비 5단’을 볼 수 있습니다.

 

명동대성당 앞부분의 왼쪽 유리화는 <아기 예수의 탄생과 동방 박사의 경배>입니다. 이 유리화 하단의 라틴어는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란 뜻입니다. 오른쪽 창에는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단의 라틴어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그들에게 세례를 주어라.”(마태 28,19 참조)란 내용입니다. 신자석 양쪽의 위아래 뾰족 창문에는 포도 잎과 식물 문양, 백합과 추상 문양이 묘사되었습니다. 성당 내부의 기둥 다발이 나무의 줄기라면 창문에 있는 다양한 문양은 나뭇잎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성당 안에서 생명의 나무 숲을 지나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놓인 제대로 나아갑니다.

 

명동대성당은 1950년 6.25 전쟁으로 크게 파손되어 긴급히 복구하였으나 유리화는 오랫동안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과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식’을 위해 방한하셨는데 이를 계기로 유리화를 보수하고 복원하였습니다. 이 작업에 우리나라 유리화의 선구자인 이남규(1931-1993) 화백이 헌신했으며, 중앙 출입문 상단에 <제44차 세계 성체 대회 기념 유리화>(1989년)를 제작했습니다. 2005~2007년에는 장상건 교수가 2차 보수와 복원작업을 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화는 명동대성당에 있으며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서울주보 7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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