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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평화나눔학교5: 우리의 통일 준비, 그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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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05 ㅣ No.849

[평화나눔학교 강의 지상 중계] (5) ‘우리의 통일 준비, 그 현황과 과제’



유호열 교수(고려대학교 북한학과).

 

 

통일에 대해 정의할 때 우리는 헌법에 근거해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헌법 제3조)이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그렇다면 통일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각자 생각하는 통일이 있지만, 통일은 세대, 성별, 교육 수준, 인구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5000만 명 국민들은 자신의 의식 속에 통일에 대한 그림을 나름대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분단되면서 남과 북의 교류가 거의 단절되고 제한된 상황에서 통일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통일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요즘 통일에 대한 공감을 예전만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분단이 길어지고 갈라지는 시기가 오래될수록 통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통일이 지금보다 쉬웠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나. 10년 전 우리가 열의를 갖고 통일에 대해 열정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면, 독일이 통일된 그 시점에 우리가 통일에 중점을 두고 움직였다면 지금보다 성공적으로 통일로 가는 길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통일의 목적과 과제를 놓고 본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분단된 체제에서 구성원들이 통합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복 이후 지난 70년 동안 남한 사회의 발전상을 보면 한국은 전 세계 누가 보더라도 놀랄만한 성장을 보였다. 다른 나라와 정치 체제를 비교해 보아도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두 곳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70년간 이렇게 발전했는데 북한은 우리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세습과 독재가 이를 말해준다. 차이가 나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남북한이 간다면 좋은데 정반대 방향으로 멀어지고 있다.

1990년에는 20년 후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통일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의견,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53.6%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이다. 통일을 추진할 때 무엇이 통일을 어렵게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의 경직성 때문에 통일이 되지 못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다. 다음 순위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응답이 이어지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미흡성, 정치권의 이념대결, 통일 비용, 사회적 갈등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분단의 책임을 북한과 주변국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통일된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비용 문제다. 서독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안정된 경제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통일 이후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통일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한 적이 있고, 동서독 주민들 간의 마음의 장벽이 생기는 등 후유증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서독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되고 성공적인 통일, 통합이 달성되었다. 동서독 지역의 소득격차가 줄어든 시기가 통일 후 25년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통일 이후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

통일 이후 우려되는 건 비용뿐만이 아니다. 남한과 북한 사람 사이의 저항력이 다르다는 것도 큰 문제다. 남한에서는 사라진 콜레라, 말라리아가 북한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면역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균에 매우 민감한데 체제가 흔들릴 만큼 영향을 주는 탓이다. 우리가 통일을 생각할 때 단순히 경제, 정치적인 통일만 염두에 두는 게 아니라 신체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통과 관용의 미덕은 갖추되 남북 관계가 서로 ‘win-win’(윈윈) 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원칙 있는 남북 관계를 만들어 가고 통일에 대한 우리 내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 합의가 통일 교육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한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5일, 유호열 교수(고려대학교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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